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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2회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 인솔교사가 22일 오후 숙소인 용인 에버랜드 캐빈호스텔을 나와 놀이동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2회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 인솔교사가 22일 오후 숙소인 용인 에버랜드 캐빈호스텔을 나와 놀이동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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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저기도 가을이 '듬뿍'이다. 사람이 흉내내기 어려운 갖가지 색이 곱게 어우러진 숲에서 가을을 실감한다. 버스는 막 에버랜드 케빈호스텔 입구에 들어섰다. 창밖에 다른 버스들도 보인다. '○○초등학교 수학여행'이란 종이가 붙어 있는 버스들. 세어 보기 시작했다.

한 대, 두 대 … 모두 아홉 대'나'된다. 우리 일행이 탄 버스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단 한 대다. 14개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모두 타고 있는데도 '우린 단 한 대'다. 우리 버스에는 '더불어 졸업여행'이란 펼침막이 붙어 있다.

그 의미 또한 새롭게 다가온다. 졸업여행이란 말에 이미 '더불어'란 의미가 담겨 있다. 허나 굳이 '더불어'를 '따로 뺐다'. 6학년이 단 한 명뿐인 친구들이니, '나홀로 6학년'이 함께 하는 졸업 여행이라 그렇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오마이뉴스>가 마련한 '더불어 졸업여행'이 22일 시작됐다.

서울광장 지나가며 "와, 여기 사람 많다"

그 주인공은 5학년 동생 두 명까지 모두 17명. 더 많은 아이들이 참여했으면 좋았겠지만, '그 놈의 신종 플루'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여기 오기 전 덕수궁에서 '신종 플루 예방 요령'을 듣던 아이들 모습이 떠오른다. 간호사 선생님 말씀 하나 놓칠세라 무척이나 진지한 모습들이었다.

"열 한 번씩 잴까요?"란 말에 곧바로 "네"란 대답이 튀어나왔었다. 살짝 "아야"라고 하면서도 검진을 피하는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더 서먹하게 느껴졌을까. 좀처럼 '나홀로'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습들이었다. 함께 온 엄마나 아빠 또는 선생님 곁을 좀처럼 떠나려 하지 않았다.

허나 그것도 잠깐. 알아서 '더불어'를 하는 친구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나란히 앉아 '키득키득'들이다. 그때 알아봤어야 했다. 쉽지 않은 취재가 될 거라는 걸. '집단적인 불만'도 나타내기 시작했다. 빨리 목적지로 가자고 성화다.

누가 봐도 이미 '한 반'이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 화장실도 단체로 갔다오더니, 부쩍 더 친해진 모양새다. 오후 2시 5분. 드디어 버스가 출발했다. 서울광장을 지나가는데 한 아이가 이렇게 외쳤다. "와, 여기 사람 많다"고.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에 와 박혔다.

22일 오후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2회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 인솔교사들이 숙소인 용인 에버랜드 캐빈호스텔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은 용인에버랜드, 강화도 유적지, 강화오마이스쿨 등을 방문하며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22일 오후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제2회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 인솔교사들이 숙소인 용인 에버랜드 캐빈호스텔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은 용인에버랜드, 강화도 유적지, 강화오마이스쿨 등을 방문하며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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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그리웠던 그들. 장다리 윤수, 꺼꾸리 지운이를 만나다

그로부터 한 시간. 숙소 앞에 도착한 아이들은 이미 덕수궁에서 봤던 그 아이들이 아니다. 아니 벌써 '끼리끼리' 짝을 이뤄, "우리 사진 찍어달라"고 요구한다. 그 중 특히 눈에 띄는 친구들이 있었다. 남자 아이 둘이 손을 꼭 잡고 있다.

장윤수(충북 청원군 미원초등학교 금관분교)군과 조지운(전남 무안군 일로초등학교 청망분교)군, 누가 봐도 10년 지기다. 키가 큰 윤수와 아직은 작은 지운이 모습이 꼭 '꺼꾸리와 장다리'다. 좀처럼 손을 놓지 않고 둘이 한껏 신난 모습이다. 에버랜드에 와서일까? 그렇지는 않은 듯 하다.

함께 여행에 나선 지운이 삼촌 조영복(43)씨는 "에버랜드는 지운이가 수원에 살 때 많이 다녔던 곳"이라며 "숫기가 없는 편인데도 저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참 좋다"고 했다. 윤수 엄마 손기남(45)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둘이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된 듯 보여 나도 놀랐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3학년 때부터 혼자였어요. 공부 꼴찌해도 좋으니, 친구 있는 곳 보내달라고 조르기도 했죠. 이번 여행에 윤수가 무척 기대가 컸어요. 몇 일 남았는지 자꾸 묻더라구요. 마음에 드는 친구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면서요. 항상 마음이 찡했는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참 흐뭇하네요."

맛보기 놀이기구, '더불어 졸업여행' 친구들은 달랐다

'제2회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석한 학생들이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2회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석한 학생들이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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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아이들의 기쁨은 놀이기구를 타면서 여느 아이들과는 다른 광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첫 번째 놀이기구는 '매직스윙'. 상하좌우 회전을 반복하는 장치로 본격적으로 다른 놀이기구를 타기 전 '맛보기' 수준의 재미라고 할까. 앞서 놀이기구에 탄 다른 아이들의 반응 또한 그저 그랬다.

허나 '더불어 졸업여행' 친구들의 표정은 확실히 달랐다. 마냥 웃는 얼굴들,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기 바쁘고, 운행을 시작하자 연신 손을 흔들어댄다. 환호성 또한 크게 터져 나왔다. 운행시간 단 2분의 차이 치고는 컸다. 이런 놀이공원에 처음 온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대부분 아이들은 이미 '유경험자'였다. 바로 얼마 전 롯데월드에 다녀왔다는 친구도 있었고, '독수리 요새'란 놀이기구를 타며 아찔했던 경험담을 전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이는 대뜸 "넌 영웅"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준다.

나에게도 '영웅'같이 보인다. 전남 신안군 지도초등학교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자. "섬에서 선착장까지 20분, 다시 그곳에서 목포까지 1시간 20분, 그리고 KTX타고 서울까지 3시간, 5시간 정도 걸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도무지 지친 기색들이 보이지 않는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손을 맞잡는 아이들은 늘어가고

'제2회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석한 학생들이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2회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석한 학생들이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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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붙임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 하영(강하영, 목포 서산초등학교 충무분교)이가 나라(정나라, 전남 구례 토지초등학교 연곡분교)에게 연신 외친다. "나라야! 바이킹 타고 왔어?". 다른 학교 선생님에게 "우리 게임 한 판 해요"라고 잡아끄는 아이도 있다. 대체 오늘 취재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가장 마지막에 덕수궁에 도착해 수줍게 인사하던 지희(최지희, 전남 신안 압해초등학교 매화분교)와 역시 부끄러움을 많이 탔던 희정(우희정, 충남 서산 대산초등학교 웅도분교)이는 어느새 찰싹 붙어 있다. 승원(이승원, 목포 유달초등학교 율도분교)이와 나라는 연신 손을 흔들어댄다.

어둠이 짙어질 수록 손에 손을 잡는 아이들은 갈수록 늘어났다. 두 명이 맞잡았던 손을 세 명이 나눠 잡고, 다시 네 명, 다섯 명으로 늘어난다. 이쯤 되니 궁금함을 참을 수 없다. "빨리도 친해졌다"며 비결을 물어봤다. 괜히 그랬다. 그런 걸 왜 묻는지 이상하다는 듯, 하나같이 '그냥'이라며 돌아선다.

거듭 '면박'을 당하는 모습이 딱했는지, 성종(허성종, 경북 봉화군 물야초등학교 개단분교)이와 도현(이도현, 전남 순천시 상사초등학교 쌍지분교)이가 '선심'을 베풀어줬다. 성종이는 "좋아요, 즐거워요"라고 답했고, 도현이는 연신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물어봤다.

"즐거워요. 6년 만에 사귄 동갑내기 친구가 있어 더욱"

- 몇 년 만에 생긴 동갑내기 친구니?
"6년만이에요. 도현이와 사귀게 돼서 정말 좋아요."

도현이는 4년 동안 혼자였다고 했다. 4년이나 6년, 모두 짧지 않은 시간이다. 나홀로 입학한 적도 없고, 나홀로 졸업을 맞아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가늠하기 힘든 시간. 하지만 졸업에 졸업이 겹치면서 나는 어느새 '나홀로'가 되 버렸다. 그래서 그들의 '더불어'가 마냥 신기해 보였나보다.

갑자기 거리 조명이 꺼졌다. 깜깜한 사방을 신나는 음악이 깨우기 시작했다. 색색 조명의 나비가 펄럭이고, 번쩍이는 기차가 지나갔다. 오늘따라 야간 퍼레이드가 참 아름답게 다가왔다. 공주와 왕자에게 '더불어' 손을 흔들어주는 '나홀로 졸업생', 너희들이 있어서 더욱.

'제2회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석한 학생들이 에버랜드에서 퍼레이드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2회 나홀로 6학년들의 더불어 졸업여행'에 참석한 학생들이 에버랜드에서 퍼레이드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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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더불어 입학식' 그리고 '더불어 졸업여행'

전국의 '나홀로 6학년' 아이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과 친구를! '더불어 졸업여행'은 혼자 졸업을 맞을 농어촌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오마이뉴스>가 진행하고 있는 기획 행사다. 작년에는 17명의 학생들이 서울과 강화도에서 함께 하는 졸업여행의 기쁨을 누린 바 있다.

올해 '더불어 졸업여행' 역시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여행 첫날인 22일 덕수궁과 에버랜드를 돌아본 학생들은 다음날인 23일에는 <오마이뉴스> 사무실과 '한국영화박물관'을 견학하고 강화도로 이동하여 평화전망대와 광성보 등 유적지를 돌아본 후 '오마이스쿨'에서 두 번째 밤을 맞게 된다.

'더불어 졸업여행'은 역시 <오마이뉴스>가 전국의 '나홀로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더불어 입학식'의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행사다. 작년에는 홀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40여명, 올해 6월에는 '나홀로 입학생'과 학부모 80여 명이 '더불어 입학식'에 참가했다.

이와 같은 행사들은 모두 농어촌에서 외롭게 지내는 학생들이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을 사귐으로써 새로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 행사를 통해 참가 학생들이 '더불어 함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소통의 장을 넓혔으면 하는 것이 <오마이뉴스>의 바람이다.

2박 3일간의 '더불어 졸업여행'을 마친 학생들은 자신들의 체험을 함께 블로그에 올려 지속적으로 친구들과 소식을 나눌 수 있게 된다. 올해 '더불어 졸업여행'은 두산그룹과 우리들병원이 후원했다.



태그:#졸업식, #입학식, #초등학교, #어린이,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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