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지캠핑 동호회 회원들이 야영지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 동호회 회원들 오지캠핑 동호회 회원들이 야영지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 장태욱

관련사진보기


밤늦은 시간, 서울에 사는 친구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서귀포시에 있는 시골에서 캠핑 중이니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얘기다. 사업을 하는 친구인지라 바쁘기도 할 텐데 캠핑을 왔으니 가족들과 모처럼 나들이 왔겠지 생각했다. 그리고 갓 수확한 귤 한 자루를 들고 야영 중이라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밤 열 시를 넘긴 시각, 캄캄한 야영장 군데군데 텐트들이 설치되어 있고 사람들이 대화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인터넷을 통해 모인 소위 '캠핑족'들이다.

'오지캠핑(cafe.daum.net/bushcraft)'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카페 동호인들인데, 한 달에 두 차례 배낭을 지고 우리 땅 구석구석을 찾아가 텐트 치고 밤을 보낸다고 한다. 회원들 대부분은 서울과 경기도에 살고 있고, 평상시 캠핑을 즐기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은 강원도 산골이라고 했다. 제주도를 찾은 것은 동호회가 만들어지고 처음이란다. 이들이 단체로 제주도를 찾아올 수 있는 것은 최근 저가항공사들이 생겨서 항공료가 이전보다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지캠핑 동호회 카페 운영자 안기용씨다.
▲ 운영자 안기용씨 오지캠핑 동호회 카페 운영자 안기용씨다.
ⓒ 장태욱

관련사진보기


카페 운영자 안기용(닉네임:해찬이네)씨를 만나 동호회 운영에 대해 물었다.

"카페를 올 3월에 개설했는데, 회원 수가 벌써 3천 명을 넘었어요.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최근 사회분위기와 맞아떨어진 거죠. 덕분에 저는 아주 회원님들과 아주 재미있게 지내고 있습니다."

카페를 운영하려면 미리 야영지 정보도 입수해야 하고, 참가할 회원들을 미리 파악해서 교통편도 확보해야 한다. 골치 아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안기용씨는 이런 우려도 일축했다.

"저는 그저 통보만 하는 겁니다. 나머지는 회원님들이 다 알아서 하기 때문에 제가 특별히 더 고생한다든지 하는 것은 없습니다."

모닥불을 피우고 모여 있는 회원들 가운데 여성이 한 분 끼어 있었다. '솔향기'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데, 자녀들이 대학교에 다닌다는 주부다. 솔향기님은 오지캠핑 야외행사에는 처음으로 동행했다고 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계속 취미생활을 해왔어요. 여기 말고도 암벽등반 모임에 함께하고 있어요. 암벽등반과 오지캠핑이 서로 통할 것 같아서 이 동호회에도 가입했어요. 오지캠핑이 암벽등반에 비해 스릴은 없지만 천천히 걸으면서 바람을 맞는 것도 운치가 있네요."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라는 요리책의 저자이다. 나물이님이 앉아있는 기구가 '드래커라운지'다.
▲ 나물이님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라는 요리책의 저자이다. 나물이님이 앉아있는 기구가 '드래커라운지'다.
ⓒ 장태욱

관련사진보기


이번 캠핑에 이름이 꽤 알려진 회원도 함께 참가했다.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라는 요리책을 지은 싱글남 '나물이'님이다. 그는 책을 지었을 뿐만 아니라,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밥상에 올라가는 재료들을 판매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제게 캠핑은 일의 연속이에요. 여기에서 겪을 일들을 홈페이지에 올리면 고객들이 재미있게 읽어봅니다. 그러면서 방문객이 많아지는 거죠. 그리고 캠핑와서 보면 저보다 요리솜씨가 훌륭한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께 한수 배우고 그럴 다시 제 것으로 만들죠."

예기치 않은 손님(필자)이 방문하자 부지런히 고기를 굽는 분이 있었다. '돌태'님인데, 원래 취미는 계곡낚시라고 했다. 오지캠핑 동호회를 통해 계곡을 자주 방문하면, 캠핑과 낚시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계곡낚시를 하다 보니 강원도가 아주 좋아졌습니다. 설악산 계곡에서 산천어나 열목어를 낚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거죠. 그런데 제주도도 정말 아름다워요. 우리가 해외에 나가보면 별거 없다는 거 느끼죠. 그러면서 제주도의 풍광에 취하게 됩니다. 강원도든 제주도든 한번 다녀오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려서 한주동안 사업도 잘 됩니다."

그래도 가정에나 사업에나 자리를 자주 비우는 것은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부인의 반대는 없냐고 물었더니 돌태님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내 나이 또래 친구들과 이런 문화를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나이에 상관없이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엮어주는 것이 인터넷이 주는 축복이죠. 제가 이런데 참여하지 않는다면 아마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골프를 하거나 술을 마시겠죠. 캠핑이 그보다 훨씬 건전하잖아요."

왼쪽에 있는 오션님은 필자의 친구다. 오른쪽이 가오님이다.
▲ 회원들 왼쪽에 있는 오션님은 필자의 친구다. 오른쪽이 가오님이다.
ⓒ 장태욱

관련사진보기


캠핑을 통해 건강을 회복했다는 회원도 있었다. '가오'님은 건강이 안 좋았었는데, 등산을 시작하면서 몸이 좋아지는 것을 보고 나서 꾸준히 캠핑에 합류하고 있다. 캠핑이 적당한 운동을 유지하게 한다는 것이다.

"와서 좋은 공기 마시면서 남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 환경을 훼손하지도 않고 즐길 수 있으니 여간 좋은 게 아니에요. 그리고 주말이 가까워지면 배낭을 챙기고 찾아갈 오지를 미리 알아보는 일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지 몰라요. 그리고 불특정 다수가 모여 서로 간섭하지 않으면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도 뿌듯합니다."

캠핑에서 나누는 수다가 좋다는 회원도 있다. 서울에서 사업한다는 '육일'님은 동호회에 가입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캠핑에 매번 빠지지 않고 참가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사람들끼리 모여 밤늦게까지 수다를 나누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모닥불 피워놓고 사람들끼리 얘기를 나누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이 모임에 가입하기 전인 지난 4월에는 3박4일 동안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 여행을 했습니다."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캠핑이 적당한 운동을 할 수 있게 마음에 여유를 찾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하지만, 캠핑에 참여하기위해서 갖춰야 하는 장비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나물이님(왼쪽), 육일님(가운데), 솔향기님(오른쪽)
▲ 회원들 나물이님(왼쪽), 육일님(가운데), 솔향기님(오른쪽)
ⓒ 장태욱

관련사진보기


배낭과 텐트는 기본이고, 밤에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필요한 우드스토브와 요리를 하는 데 쓰는 버너와 개인용 코펠 등이 필요하다. 또, 야외에서 앉거나 누울 때 몸이 불편하지 않도록 드래커라운지를 가지고 가야하고, 추위를 이기면서도 땀을 잘 배출하기 위해서는  우모복과 기능성 알파인 바지 등을 입어야한다. 이런 장비를 모두 갖추기 위해서는 비용이 적잖이 든다는 것이 이들의 고백이다.

하지만 개인용품들이 비싼 대신 캠핑에 추가로 드는 비용은 거의 없다고 한다. 회원들이 캠핑장으로 갈 때 주로 렌터카를 이용하는데, 이 비용만 분담하면 된다. 음식은 각자 자기 먹을 만큼 집에서 준비해오는 것이 보통이다.

"불을 지피고 있으니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불 주변으로 모여들게 되잖아요. 그러면 누군가가 이 불이 꺼지지 않도록 땔나무를 준비하게 되고."

누군가 모닥불을 예찬했다. 어쩌면 이 동호회 주변이 자신들이 모여 있고, 캠핑에 대한 열기가 꺼지지 않도록 배려하는 숨은 노력을 은유적으로 예찬한 것인지도 모른다.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나누는 이들의 수다가 끝날 줄을 몰랐다.  


태그:#오지캠핑, #캠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