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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운영중인 블로그(오마이뉴스 등)에서 정부의 터무니없는 4대강살리기 사업의 문제를 꼬집는 게시글에, '녹색정책을 풍자하는 사이트를 만들었으니 방문해달라'는 한 대학생의 댓글을 몇 차례 받았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찾아간 사이트의 이름은 바로 '녹색공장'(http://www.factorygreen.net/). 경원대학교 시각디자인과 4학년 학생과 후배가 준비한 졸업작품 웹사이트였다. '녹색공장'에는 '녹색의태'란 주제로 현재 한국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지는 녹색성장의 병폐와 모순에 대한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웹사이트 '녹색공장'에서 만난 4대강씨

웹사이트 첫 화면은 요란하게 '녹색성장'을 외치는 정부-언론처럼 보였다. 울창한 숲 속 '녹색마을'에 '녹색공장'이 오픈했다는 애드벌룬이 파란 구름하늘에 떠있고, 새로 취임한 녹색마을 의장이 팔 벌려 사람들을 환영한다는 몸짓을 하고 있다.

이는 녹색마을 의장 '4대강씨'가 환경 개선과 마을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녹색공장'을 짓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녹색상자가 차곡차곡 쌓여있는 공장 앞 개울을 따라, 자전거를 탄 사람도 쉴새없이 보란듯이 오간다.

녹색공장을 지은 4대강씨, 그는 환경과 발전을 위해 녹색공장을 지었다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출처 : 녹색공장
 녹색공장을 지은 4대강씨, 그는 환경과 발전을 위해 녹색공장을 지었다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출처 : 녹색공장
ⓒ 녹색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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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우스를 움직여 주위 배경과 어울리지 않는 짙은 회색빛 '녹색공장'을 클릭하면, 녹색공장의 실체와 음모가 드러난다. 다들 녹색이라 외치고 녹색으로 본 '녹색공장'이 어떤지 알 수 있다.

마우스를 누르자 드러난 녹색공장 실체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의 공장안은 톱니바퀴와 자전거바퀴, 콘베이어벨트, 파이프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고 공장 한 가운데 인큐베이터에는 비대한 사람이 앉아 입에 호스를 물고 있었다. 그를 클릭하면 '4대강씨의 전용욕조'라는 플래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또 아름드리 나무와 물고기, 개구리 등 자연물을 연신 집어삼키고 녹색상자를 찍어내는 녹색공장 왼편의 외발자전거를 클릭하면, 자전거 탄 이가 신나게 달려나가는 게 보인다. 그리고 탐욕스러운 거인이 산을 하나둘 집어삼키며 4대강 자전거길을 만드는 무서운 장면이 자전거 페달을 밟는 장면과 겹쳐진다.

그 외 음침한 녹색공장 안에서 마우스를 움직여 불빛을 이리저리 비춰보면, 녹색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우리 자신을 보게 된다. 한반도대운하가 둔갑한 4대강살리기, 수도권 규제완화-보금자리 주택건설을 위한 그린벨트해제 그리고 이를 두둔-포장하는 녹색자전거에 환호하고 박수치는 모습을 말이다.

겉모습과 다른 녹색공장 안에서는 무서운 음모가..출처 : 녹색공장
 겉모습과 다른 녹색공장 안에서는 무서운 음모가..출처 : 녹색공장
ⓒ 녹색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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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대 시디과 학생들, "가짜녹색 말하고 싶었다"

'녹색공장' 사이트를 만들어 전시, 운영중인 대학생은, 올해 학과 교수가 던져준 '녹색'이란 주제를 고민하다가 정부-언론이 요란하게 선전광고하는 '녹색성장'에 주목했다. 하지만 '녹색'이란 개념이 쉽게 잡히지 않았다 한다.

그 가운데 오래 전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한일친선축구경기가 열렸는데, 한국 측 관계자들이 누렇게 뜬 잔디가 '보기 싫다'며 잔디 위에 녹색페인트를 칠했고 친선축구경기 당일 비가 오는 바람에 축구선수 몸과 다리에 녹색페인트가 번져,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을 민망하게 했다는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사건을 접하고 확신했다 한다. 지금의 '녹색성장'이란 정치구호가 실상 '녹색분칠'이라는 것을.

그 뒤 그는 껍데기 뿐인 가짜녹색과 찍어내기만 하는 거짓녹색뿐인 녹색정책의 모순과 실체를 보여주고자 사이트를 '정화욕조-친환경 녹색 생산소-자전거'란 세가지 구조로 기획해 전시하고 있다.

'녹색'을 이용하지만 '녹색'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그들과 우리들을 비판-풍자한 '녹색공장' 사이트는, 다가오는 27일부터 서울 쿠오리아 갤러리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다. '녹색공장' 게시판에 '녹색'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남기면 전시회에서도 볼 수 있다.

4대강씨가 만든 녹색공장의 실체는..바로 우리의 현재와 다르지 않다. 출처 : 녹색공장
 4대강씨가 만든 녹색공장의 실체는..바로 우리의 현재와 다르지 않다. 출처 : 녹색공장
ⓒ 녹색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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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다음뷰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를 알기 쉽게 풍자-비판한 '녹색공장' 사이트 게시판에 블로거 여러분의 '녹색'에 대한 생각을 남겨주세요!! 깨어있는 행동하는 대학생들에게 응원을..



태그:#녹색공장, #녹색성장, #녹색, #자전거,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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