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연구원(EAI)-한국리서치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지난 8월 이래로 고공행진을 기록해온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통령 지지도가 10%p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었다.
25일 발표한 EAI-한국리서치의 10월 정기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온 중도실용노선, 통합과 소통 노력의 성과를 잠식하는 요인들로 인해 지지율이 전월대비 2.7%p 하락한 41.8%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7월 같은 조사에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 낙마와 미디어법 파동으로 30.5%까지 떨어졌으나 8월에는 6.8%p 오른 37.3%로 상승했고, 9월에는 전월 대비 7.2%p 상승한 44.5%에 달했다. 그러나 10월 24일 조사에서는 2.7%p 하락한 41.8%로 상승세를 멈췄다.
중도층 지지율 7.7%p 하락... 정치적 불신, 통치스타일 불만 요인 작용특히 중도층에서 지지율이 7.7%p(47.0% → 39.3%) 하락해 중도실용주의 표방으로 지지기반의 확대된 외연이 다시 위축된 조짐을 보였다. 부정적인 평가 역시 9월 조사에서 52.4%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56.3%로 3.9p 높아졌다.
지지율이 상승세를 멈춘 까닭에 대해 EAI측은 "경제위기 상황과 같은 경제적 요인보다는 정치적 불신이나 통치스타일에 대한 불만 등 비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EAI-한국리서치가 지난 4월과 이번 조사에서 각각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적인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주관식으로 물어 본 결과에 따른 분석이다.
4월 조사의 주관식 응답에 따르면 35.1%가 경제위기와 이에 대한 대통령의 리더십을 문제 삼았다. 경제위기 대처능력에 대한 불신이 지지율 하락의 제1의 요인이었던 셈이다. 그 다음으로 독선적인 국정운영이나 소통의 부재를 꼽은 응답이 15.2%, 정책과 이념적 성향의 문제를 꼽은 응답이 13.6%였다. 그밖에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정부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응답이 10.9%, 추진력 문제를 꼽은 응답이 6.2%로 나타났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이번 조사에서는 경제위기 대처능력에 대한 불신을 꼽은 응답이 25.4%로 줄어들고, 대신 독선적 국정운영의 문제를 지적한 응답이 21.0%까지 올라갔다. 또 정부정책과 이념 성향을 꼽은 응답이 16.1%, 특정집단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응답이 12.6%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편향성과 이념적 성격 등에 대한 정치적인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EAI측은 "경제적인 요인 외에 비경제적 영역 특히 정치영역에서 지지율을 잠식하는 요인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동안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던 정부의 중도실용주의, 친서민행보, 통합과 소통 정치 강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들이 적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중도-진보충은 하락, 보수층은 상승... 이념적 양극화 심화우선, 정운찬 국무총리나 여타 개각 인사들에 대한 탈법, 편법 논란이 이 대통령의 서민행보를 상당히 희석시켰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최근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문제, 미디어법 등과 같이 집단간 이해관계 충돌과 갈등 소지가 큰 이슈들이 정국의 중심에 떠오르는 것도 지지율 추가상승을 어렵게 하는 부담요인으로 지적된다.
아울러 최근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과 연예인의 잇딴 방송하차 사건 역시 정부의 소통과 통합의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언론통제나 정치적 보복으로 비춰지면서 정부가 다시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국정운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이념성향으로 보면 중도실용주의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던 7~8월을 거치면서 모든 이념층에서 지지율이 상승한 가운데 특히 중도층의 지지율이 보수층의 지지율에 필적할 정도로 상승했다. 그러나 10월 조사에서는 중도층에서의 지지율이 39.3%까지 떨어진 반면에 보수층에서는 오히려 56.1%까지 상승함으로써 양 집단간 인식의 차이가 다시 벌어졌다. 이명박 정부를 보는 시각에서 이념적인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당 지지율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동반하락한 대신 무당파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한나라당 지지율은 9월 31.9%에서 10월 27.6%로 떨어졌다. 한나라당은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9월 조사에서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했지만 한달만에 다시 20%대로 내려앉았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현 정부 등장 이후 처음으로 21.8%의 지지를 받아 20%대 지지율을 회복했다. 지난 9월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20.7%에 간신히 걸쳤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10월 조사에서는 16.5%로 지난 5월 조사 이래 5개월 만에 10%대 지지율로 하강했다.
남북정상회담 '조건없이' 반반... 아프간 파병은 65%가 '비군사적 영역 한정'한편 안보현안 조사에서는 남북정상회담과 관현 '조건 없이 만나야 한다'는 의견이 47.0%인 반면 '북핵포기를 전제한 후에야 정당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이 48.3%로 팽팽히 맞섰다. 반면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부정적인 의견은 3.2%에 불과했다.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해서는 '합의대로 2012년까지 전작권 환수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49.3%)이 '재협상을 통해 환수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36.6%)보다 더 컸다. 그러나 '합의를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6.1%)을 감안하면 전작권 환수에 대한 국민여론 역시 팽팽하게 엇갈렸다.
최근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논란이 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한국의 역할 확대 문제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64.8%가 '아프간 지원 노력에 동참하되 비군사적 영역에 한정하자'는 쪽이었다. 반면에 '전투병 파병을 포함하여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쪽은 12.9%에 불과했다. '아프간 문제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도 19.0%에 그쳤다.
이번 정기여론조사는 지난 24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조사로 진행되었으며 표집오차는 95%신뢰수준에 ±3.5%이며 응답율은 13.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