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하늘에서 내려다본 굴업도. 굴업도는 서해안 최고의 비경으로 손꼽힌다. 섬 모양이 사람이 구부리고 엎드려 땅을 파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굴업도'라고 불리는 이 섬은 '서해의 독도'로 불리기도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굴업도. 굴업도는 서해안 최고의 비경으로 손꼽힌다. 섬 모양이 사람이 구부리고 엎드려 땅을 파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굴업도'라고 불리는 이 섬은 '서해의 독도'로 불리기도 한다.
ⓒ 우이령포럼 제공

관련사진보기


섬 모양이 사람이 구부리고 엎드려 땅을 파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굴업도'로 불리는 인천 옹진군 덕적면 굴업리 굴어도는 십자 모형의 지형에 해안가와 절벽, 안개에 녹아내린 해식과 지형이 독특한 섬이다.

특히 굴업도에는 희귀 야생 동식물이 다수 분포하고 있어 생태학적으로 희귀성이 높은 섬이다. 검은머리물떼새, 매, 먹구렁이, 왕은점표범나비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최대 군락을 이루면서 섬 전체에 서식하고 있다.

이런 굴업도는 산림청으로부터 올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섬 전체를 골프장과 각종 위락 시설을 갖춘 대규모 관광단지로 조성하려는 대기업의 사업 추진으로 인해 섬이 몸살을 앓고 있다.

첫 번째 시련은 '범시민운동'으로 이겨, 두 번째 시련 어떻게?

굴업도의 첫 번째 시련은 국가 권력에 의해 시작됐다. 1994년 11월 문민정부는 굴업도 핵폐기장 추진을 공식화 했다. 당시 옹진군 덕적면 주민 300여 명은 하루가 멀다하고 2시간 배를 타고 인천 시내로 나와 대시민 선전전과 투쟁을 진행했다. 평생 바다와 싸움을 벌여온 60, 70대 노인들이 빨간 머리띠를 하고 투쟁을 진행했다.

덕적도와 굴업도 주민들에게는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든든한 지원 투쟁이 함께 했다. 당시 굴업도 핵폐기장 투쟁과정에서 구속된 사람만 22명에 달한다. 당시 인천부천지역대학총학생회 연합 소속 대학생이 16명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덕적도와 굴업도 주민 이외에 시민사회는 굴업도가 지진에 취약한 '활성단층'으로 구성돼 있어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과기처는 95년 2월 27일 관보에 '굴업도 핵폐기장 지정고시'를 실시했다. 이런 과기처가 1년이 채 안 돼, 활성단층 발견으로 굴업도 핵폐기장 재검토 기자회견을 가지고, 바로 지정고시 해체를 발표함으로 일단락 됐다.

당시 '인천앞바다 핵폐기장 대책 범시민협의회'가 출범해 그 활동을 전개하지 않았다면, 활성단층이 존재하는 굴업도에 핵폐기장이 들어 섰을지 모른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굴업도 토끼섬의 염풍화. 썰물 때에만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낸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굴업도 토끼섬의 염풍화. 썰물 때에만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낸다.
ⓒ 부평신문 자료사진

관련사진보기


이런 굴업도가 약 10여 년 만에 두 번째 시련을 맞았다. 이번에는 국가 권력이 아닌, 자본에 의해 시련을 맞았다.

CJ그룹의 계열사인 'C&I 레저산업(주)'은 2005년부터 굴업도 땅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굴업도 임야는 3.3㎡(1평)당 2만~10만 원에 불과했지만, 'C&I 레저산업(주)'은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3.3㎡당 25만원 이상을 주고 매입하기 시작했다.

'C&I 레저산업(주)'은 2006년 굴업도의 98.5%를 매입했다. 'C&I 레저산업(주)'은 2007년 5월 굴업도에 18홀 골프장과 관광호텔을 신설하는 '오션파크(Ocean Park)' 사업 제안서를 옹진군에 제출했다.

이에 '천혜의 자연사 박물관'인 굴업도의 자연 환경을 훼손하는 개발은 안 된다는 뜻으로 환경단체들이 전문가와 공동조사를 하며 시민여론 확보에 나섰다. 그럼에도 CJ그룹은 개발 면적을 일부 축소해 14홀 골프장과 270실 규모의 숙박시설, 스파시설 등을 포함하는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 신청서를 인천시에 접수했다.

CJ 친환경 관광단지 특성화 추진, 친환경 개발 사실일까?

굴업도를 해양관광단지로 조성해 환경 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는 CJ그룹 산하 C&I레저산업(주)은 굴업도 골프장 신설에 대한 반발 정서 확산을 의식한 듯 이번엔 친환경 개발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오히려 환경훼손 논란만 증폭시키고 있다.

CJ 측은 숙박시설은 현 마을지역에 배치하며, 골프장 지역은 과거 방목·경작 등으로 자연림이 훼손돼 방치되어 있는 개머리 능성(녹지자연도 4등급지)에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골프장 규모와 호텔 객실도 18홀에서 14홀, 150실에서 120실로 축소하고, 스파를 포함한 수영장 부지도 1만6500㎡에서 8250㎡로 각각 축소하는 계획이다.

굴업도 개발로 인한 산지훼손 예상도
 굴업도 개발로 인한 산지훼손 예상도
ⓒ 한국녹색회 제공

관련사진보기


CJ측에서 작성한 '굴업도 친환경 관광단지 특성화 방안'을 살펴보면 CJ측은 굴업도의 우수한 경관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골프장 조성 시 절토 높이를 기존의 최대 30m에서 20m로 낮추고 골프장의 홀과 홀 사이에는 생태 이동통로를 확보하겠다는 방안이다.

또한 CJ측은 ▲ 해식·파식지형(토끼섬 등)등 특이지형 일원 개발 배제와 지질 학습장 조성 ▲ 희귀 동물 보호를 위해 북섬에 대체 서식 환경 조성과 이팝나무와 소사나무 등 희귀식물 원형 보전 ▲ 해안산으로부터 평균 20m 이상 개발환충지역 설정 ▲ 해안가에 방치된 폐어구 등 해양폐기물 제거 ▲ 염소 방목으로 훼손된 자연림 복원 ▲ 관광단지 전체 면적의 70% 녹지 조성 ▲ 발생 오수 전량 중수도 시설 통해 100% 재활용 ▲ 대체서식지 조성 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 화석연료차량 사용 금지 ▲ 내방객 총량 관리 ▲ 환경 모니터링 실시 등을 통해 굴업도의 자연 생태 환경을 보호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CJ 측이 제안한 '굴업도 친환경 관광단지 특성화 방안'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검증된 사례가 전혀 없는 '희귀 동식물군에 대한 대체 서식지 조성' 등은 오히려 굴업도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파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CJ 측은 북섬에 살고 있는 엉겅퀴 군락, 멸종위기 1급인 먹구렁이, 애기뿔소똥구리 등을 남성으로 이주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이 경우 남성의 생태계마저 교란시키고 파괴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골프장 홀수는 줄였다고 주장하지만 '그린 페어웨이'와 '러프 면적'은 그대로라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땅 고르기 공사 시 300일간 덤프트럭이 29만회 이동해야 하는 것으로 사전환경성 검토서에 나왔지만, 친환경 관광단지 방안에도 22만회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져 허울 좋은 친환경 관광단지 개발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또한 CJ측이 해안가에서 20m 완충지역을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이들 지역은 대부분 벼랑에 가까운 급경사 지역이다. 인천시도 환경성검토협의회 의견에서 "현재의 지형은 해안으로 급경사를 이루어 있어 해안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이격시켜 사업을 시행하여도 해안에 미치는 영향은 큰 차이가 없이 훼손된다"고 지적하는 등 CJ가 주장하는 친환경 관광단지 특성화 방안에 의문이 제기된다.

굴업도 국립·시립 해상공원 지정

관동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이상영 교수는 <굴업도의 자연지리적 중요성과 보존 이용에 대한 과제>란 논문에서 섬 전체를 국가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거나,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록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동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이상영 교수는 <굴업도의 자연지리적 중요성과 보존 이용에 대한 과제>란 논문에서 섬 전체를 국가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거나,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록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우이령 포럼 제공

관련사진보기


산림청이 굴업도를 '2009 아름다운 숲 대상'으로 선정하고, 문화재청은 토끼섬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환경부도 굴업도 주변도서를 특정도서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으며, 굴업도 리조트 개발안에 대해서도 골프장 조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면적 축소 의견 등을 밝히기도 했다.

인천시도 2007년 인천도서해양보고서를 통해 시립해양공원으로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굴업도를 국립, 시립 또는 사립 해양자연 공원으로 지정하자는 제안에 무게가 실린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조강희 사무처장은 "굴업도의 생태 가치는 더 이상 논란이 없을 정도로 우수성이 인정되고 있는 만큼 섬 소유주인 CJ 그룹만 동의한다면, 해상공원 지정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도 섬 생태계를 보전하는 사회적 공헌기업, 친환경기업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행정 절차를 떠나 CJ 그룹이 보전 관리 운영하는 해양 생태공원으로 조성한다면 시민환경단체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 협조는 당연히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관동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이상영 교수는 <굴업도의 자연지리적 중요성과 보존 이용에 대한 과제>란 논문에서 섬 전체를 국가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거나,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록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차선의 방법으로 '국립공원' 또는 '특별경관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 굴업도를 지속가능발전하게 하는 방안 등 다각적인 검토가 이루어져 미래세대와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굴업도가 관광단지로 지정되면 C&I레저산업(주)은 개발사업자 선정과 함께 단지에 대한 토지수용권 등의 권한을 갖고 2년 안에 사업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우이령포럼'이 주관하고 인천환경운동연합, 한국녹색회를 포함한 9개 환경단체 공동 주최로 인천 굴업도의 생태친화적 개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가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개발 축소 의견을 낸 한강유역환경청과 굴업도 개발을 추진 중인 CJ 관계자, 도시생태전문가, 환경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해 분야별로 토의를 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굴업도 개발을 둘러싸고 각계 각층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출될 것으로 예상돼, CJ측에서 주장하는 굴업도 친환경 개발에 대한 진위가 일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굴업도, #우이령포럼, #C&I레저개발, #관동대 이상영 교수,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