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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시를 수정·변경하려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규탄하고 원안추진을 촉구하는 '행정도시 사수 500만 충청권 총궐기대회'가 27일 오후 충남 연기군 조치원역 앞 거리에서 열렸다.

 

당초 조치원역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날 대회는 1만여 명이 넘는 주민들의 참석으로 장소가 비좁아 역전사거리에 중앙무대가 마련됐다. 참석 주민들은 중앙로와 양쪽 상가 앞 보도를 점령한 채 길게 늘어섰고, 조치원역 광장을 채우고도 모자라 조치원역사 현관까지 들어찼다.

 

행사장 곳곳에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심판하자는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주민들은 '세종시설치법 통과하라', '행정도시 사수'라고 쓰인 피켓과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행사에는 이회창 총재를 비롯한 자유선진당 국회의원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을 비롯한 충청권 의원들, 그리고 무소속 심대평 의원, 염홍철 전 대전시장 등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한 행정도시 원안사수를 촉구하며 6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한식 연기군수와 연기군의회 의원들, 충남도의회와 대전시의회 의원, 충남 16개 시·군의회 의원, 충청권 각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 그리고 연기군 주민 등 모두 1만여 명이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오전 행정도시 공동연대투쟁을 결의한 전국 11개 지역 혁신도시주민연합회 위원장들도 함께 참석했다.

 

이날 식전행사로 세종시 문화예술단의 공연이 무대에 서자 주민들의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매일 밤 조치원역 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행정도시 사수 촛불문화제에 자원활동가로 참여해 이미 유명해진 공연단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가사로 이루어진 '헌법1조'를 주민들과 함께 열창했다. 또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이날의 결의를 다졌다.

 

개회선언과 경과보고에 이어 대회사를 위해 무대에 오른 조선평 '행정도시사수 연기군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연기군민과 충청도민들은 정부에 외면당하고 대통령에게 우롱당했다"면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는 반드시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배신당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여야가 합의해 만든 원안대로 행정도시를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이번에는 유한식 연기군수가 연대사를 위해 무대에 섰다. 6일째 단식을 하고 있어 핼쑥해진 얼굴로 나선 유 군수는 "기약 없는 내일을 기다리고 있는 연기군민들을 생각할 때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면서 "세계적인 명품도시를 만들어 주겠다는 대통령의 말을 믿고, 지난 1300년 동안 가꿔온 공동체를 모두 내놓았는데, 이제 와서 백지화하겠다고 하니 분통이 터질 지경"이라고 분개했다.

 

이어 이충렬 공주시의회 세종시정상추진대책위원장이 나섰다. 그는 "자족기능이니 효율성이니 하는 이유를 내세워 세종시를 반대하는 사람들과 협잡, 법을 지키지 않는 행위는 국정을 문란케 하는 범죄행위"라면서 "어떻게 정권이 바뀐다고 그 자식과도 같은 국책사업을 내다 버릴 수 있느냐"고 말했다.

 

"삭발하고 단식하고 울분 토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규탄발언에는 각 당 정치인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가장 먼저 이 지역 국회의원인 심대평 의원이 나섰다.

 

심 의원은 정운찬 국무총리를 향해 "총리로 취임한 이후 가장 먼저 세종시를 방문했어야 했다"며 "세종시에 직접 내려와서 세종시가 어떤 곳인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했어야 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정 총리는 이곳에 내려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심 의원은 "정 총리가 세종시에 내려오지 않으면 이 심대평이 500만 도민과 함께 침묵행진을 하여 청와대로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 의원은 또 정치권을 향해 "한나라당은 세종시설치특별법 제정에 소극적이고, 민주당은 원안추진을 주장하면서도 세종시법 통과의 발목을 잡았다"면서 "정치권은 오는 11월 국회에서 '심대평 법안'이라고 하는 세종시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당 연사로는 박병석 의원이 나섰다. 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이 진정 행정도시 수정이라면 장막 뒤에 숨지 말고 떳떳하게 나와서 입장을 밝히라"면서 "두 번의 국회통과와 두 번의 헌재판결을 통해 만들어진 법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세종시를 더 이상 흔들지 말라"고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은 "행정도시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 추진된 사업이지 연기군이 낙후되어서, 충청권이 잘살기 위해서 추진된 사업이 아니"라며 "이명박 정부와 정운찬 총리, 한나라당 의원들은 '섭섭지 않게 해주겠다'느니, '충청권 짝사랑이 너무 크다'느니 하는 말로 충청권을 우롱하지 말고, 원안추진의사를 밝혀라"라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염홍철 전 대전시장도 연사로 나섰다. 염 전 시장은 자신을 '행정도시를 반대한 한나라당을 탈당해 지난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행정도시는 원안대로 추진되는 게 너무도 당연하고, 그것이 원칙을 지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충청민들이 삭발하고 단식하고 울분을 토해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주민등록증 반납식도 열렸다. 거짓말만 하는 대통령이 통치하는 나라의 국민이기를 거부한다는 의미로, 연기군의회 의원과 이장단, 사회단체장 등 수백 장의 주민등록증이 반납함에 넣어졌다.

 

또한 단체 삭발식도 열렸다. 단식투쟁중인 연기군의회 의원 및 이장단 등 100명의 주민들이 일제히 머리를 깎았고,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은 울분의 탄성을 토해냈다. 깎여진 머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보내질 예정이다.

 

이러한 비장한 각오로 주민들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행정도시가 변질 또는 무산될 경우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 ▲행정도시 무산을 기도하는 그 어떤 세력과도 당당히 맞서 싸울 것 ▲500만 충청권 및 전국 시민사회조직과 연대해 행정도시 사수에 앞장 설 것 ▲국민을 배신하고 우롱하는 정부를 포함한 모든 정치권을 강력히 심판할 것 등을 결의했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거리행진이 이어졌다. '결사투쟁 행정도시 원안 추진하라'고 쓰인 흰색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조치원역에서 고려대학교 캠퍼스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철도 건널목으로의 진출을 막으려는 경찰과 일부 주민들과의 가벼운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태그:#행정도시, #세종시, #연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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