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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자들이 건네 준 생일 선물
 손자들이 건네 준 생일 선물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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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이거 할머니 생일선물이야. 받아" "할머니, 사진찍는 거 좋아하지. 할머니가 좋아하는 뽀로로 그림있는 사진기 선물이야" 하며 두 손자가 생일선물을 내놓는다. 선물을 받고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지난 주말에 내 생일 파티가 있었다. 그러기 며칠 전에 큰손자한테 전화가 왔다. "할머니는 뭘 좋아하지?" "할머니는 우진이를 좋아하지" "아니 그런 거 말고. 며칠 있으면 할머니 생일이잖아, 생일 선물로 뭘 받고 싶은데"한다.

잠시 생각하다 "할머니는 양말 한켤레면 돼" "아니 그거 말고" "아니야 양말이면 충분해" 했다. 큰손자는 "할머니 내가 저금통에 저금한 돈 다 줄게 할머니 여행갈 때 써" 하는 것이 아닌가. 난 그래도 설마했다.

그리곤  주말에 저녁을 먹고 케이크를 자르고 난 뒤 두 녀석의 푸짐한 선물 증정식이 있었다. 큰 손자는 급하게 내놓는 바람에 그만 저금통을 떨어뜨려 깨지고 말았다. 그 안에서 주루룩 떨어진 동전은 모두 16000원.

100원짜리, 50원짜리, 어쩌다 10원짜리, 500원짜리가 눈에 띄기도 했다. 우루루 쏟아지는 동전들을 주으면서 다른 식구들도 "세상에 우진이가 이거 얼마동안이나 모은 거야. 이걸 모두 할머니 주는 거야?"하며 박장대소를 했다.

그 돈들은 실내화빨기, 신발정리, 동생하고 잘 놀기 등으로 번 용돈들이라고 했다. 난 그 많은 동전 중에서 100원짜리 10개만 가지려고 했다. 녀석은 안 된다면서 굳이 할머니 다가지라고 고집을 부린다. 할아버지는 녀석이 동전을 다주고 허전해 할 마음을 짐작했는지 그만큼의 돈을 지폐로 손에 쥐어 주었다.

옆에서 작은 손자는 "할머니 얼른 사진 찍어봐"하며 채근을 한다. "자 그럼 할머니가 한번 찍었으니깐 우협이 다시 줄게. 우협이도 사진찍는 거 많이 연습해" 하곤 돌려주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린 그림이나 직접 만든 장식품이나 액세서리 같은 것을 주더니, 올해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했는지. 새삼 녀석들이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들이 할머니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큰 선물인 것을. 그런데 거기에 평소 아주 소중하게 가지고 있던 것을 선물로 주다니. 행복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것이란 걸 새삼 느껴본다.

큰 손자는 차를 타면서 "할머니, 내가 준 돈 저금했다가 여행갈 때 할아버지 하고 꼭 같이 써야해" 하며 신신당부도 잊지 않는다. 다음에 갈 때에는 새 저금통을 하나 사다 주어야겠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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