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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같이 해야 해. 그래야 이명박이 알아묵겄유."

 

조치원역 광장에서 만난 노인은 어묵 국물에 소주 한잔을 얼큰하게 드시고 한탄을 하신다. 주변에서 이구동성 노인들이 술을 권하고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한테 욕바가지가 터져나오고 있다.


 

 

연기군민들은 작정을 하고 나왔다. 저마다 면단위, 아니 리단위로 버스를 동원해 광장에 나온 동네 사람들은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마이크에서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주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아…."

 

조치원역 광장 앞과 사거리쪽까지 가득 메운 인파들이 무대에서 나오는 함성과 구호에 따라 작은 피켓을 들고 호응하는 힘이 예전과 달라 보였다. 그만큼 연기군민들이 화가 치밀어 있는 것 같았다.

 

 

   

대전에서 온 사회자 박정현씨가 "이완구 지사님 오늘 오셨습니까? 오늘처럼 중차대한 일에 안오시다니 도지사직을 걸고라도 세종시 건설에 힘쓰겠다고 하던 분이…"라고 부르짖자 군중들이 약간의 냉소 섞인 표현을 했다. 또다시 구호가 흐르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대통령 그만하고 행정도시 건설하라!"

 

심대평 의원이 전날부터 벼르고 벼르더니 "정운찬 총리가 학자적 소신이라며 원안수정한다고 하더니… 국무총리가 되면 달라지겠지 했던 것이 아직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 용산참사 나무라는 건 아니지만 총리가 되자마자 세종시를 와야하지 않겠습니까? 총리면 국민의 소망인 세종시를…."

 

이어서 심대평 의원은 격앙된 소리로 "정운찬 총리는 내일 당장 내려오기 바랍니다아. 정운찬 총리가 내려오지 않으면 침묵의 행진으로 청와대로 올라가겠습니다. 청와대로 진군할 것을 여러분 앞에서 약속합니다. 이 심대평이는 한다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심대평 의원이 갑자기 기자회견을 하고 전부터 27일 집회에서 무엇을 밝힌다고 하더니 이 말을 두고 한 것 같았다. 하긴 심대평 의원한테는 믿었던 정운찬 총리한테 마음을 놓는 것이 결정적인 일일테니까.

 

 

 

이날 가장 의미있는 일은 주민등록증을 반납하는 퍼포먼스였다. 주민등록증을 반납한 전의면 원정 1리 유인영 이장은 "대통령이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어긴다"며 "국민들이 누굴 믿고 사느냐. 대통령이라면 약속을 지켜야 하는 거여. 사기꾼 도떼기 시장마냥 거짓말을 하면 우리는 대통령 믿고 일할 수가 없다"고 말하며 흥분했다.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이명박 대통령하의 국민이기를 거부한다는 의사표현으로 주민등록증을 반납한 연기군민들은 수백, 수천명이 되는 듯했다. 얼마나 거짓말 하는 대통령한테 화가 나면 국민이기를 거부할까?


 


이날 또 감동적인 장면은 100여 명의 지역 지도자들이 삭발을 하며 의지를 보인 삭발식이었다. 끝내 이 부분에서 진영은 연기군 의회 의장은 눈물을 흘리고 만다.

 

이날 반납한 주민등록증과 삭발한 머리카락은  청와대와 정부한테 보내기로 했다.

 

 

연기군민 1만 명 총궐기대회, 정말 연기군민이 1만 명이나 모였다. 경찰 병력만 4500명이 왔으니 연기군민은 그 두 배 이상이 모인 게 사실일 것이다. 그동안 한나라당한테 당한 수모 때문에 연기군민들은 뿔이 나도 많이 난 상태였다.

 

지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세종시는 뺄 것도 없이 플러스 알파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후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 발언은 주춤하기 시작했다.

 

  

  

이날 연기군민 총궐기대회에 1만 명 군중이 모여 외친 함성이 벌써 청와대와 한나라당사에 울려퍼졌을 것이다. 연기군은 세종시 때문에 인구도 1만 명이나 줄었고 땅도 금남면, 남면을 빼앗기고 군세도 약해지고 현재 지역경제가 밑바닥을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그 잘나가던 월산공단도 빼앗겼고 골재채취가 유일한 연기군의 수입이었는데 이젠 그것도 못하게 되었고 넓고 넓은 금남 평야 대평리의 뜰을 고스란히 국가에 빼앗겨 버리고 연기군은 더이상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27일 연기군민 1만명 집회로 이명박 대통령은 더 이상 세종시 원안수정이라는 꿈을 당분간은 꿈꾸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호시탐탐 노리는 그들의 틈새 겨냥을 연기군은 어떻게 막아낼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세종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행정도시 , #세종시 , #연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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