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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0월9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감 파행과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지켜보고 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0월9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감 파행과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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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이 29일 오후 2시 서초구 대법원 제1호 법정에서 열린다. 대법원 선고에 앞서 논란이 됐던 쟁점 위주로 이번 사안을 정리해본다.

공정택 교육감은 지난해 7월30일, 처음으로 치러진 주민직선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강남 3구의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상대 후보인 주경복 후보를 1.78%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공 교육감 당선 관련 일부에서 논란이 일긴 했지만 이때만 해도 그는 '교육대통령', '교육계의 리틀 MB'라고 불리며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의 당선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선거준비가 한창이던 7월초, 문제가 발생했다. 그의 선거총책을 맡은 사람이 사설학원 원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공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에 사교육으로 돈을 버는 사설학원 원장이 선거총책을 맡는다는 것을 곱게 볼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사설학원 원장은 선거총책에서 사퇴했지만, 공 교육감을 둘러싼 문제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왔다.

먼저 그가 유엔 산하기구에서 받았다는 노벨교육상이 문제가 됐다. 공 교육감은 자신의 선거 사이트와 포털사이트, 공식 블로그 등에 올린 프로필에 세계평화교육자협의회(IAEWP)라는 단체로부터 교육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아카데미평화상'을 받았다고 적어 놨다. 하지만 이는 얼마 안 가 거짓이라는 게 들통 났다. 취재결과 공 교육감에게 상을 준 IAEWP는 유엔 산하기구가 아니며 이 단체가 주고 있는 아카데미평화상도 유엔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공 교육감이 받았다는 그 '상'은 상이라기보다 단순 인증서(Certificate)임이 밝혀져 경력 위조 의혹까지 일었다.  

이뿐만 아니다. 공 교육감은 수업중인 초등학생 80여명을 동원해 홍보사진을 찍고 이를 선거 홍보물에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또 공 교육감은 선거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향응제공 의혹까지 받았다.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7월말, 송파구 한 식당에서 진행된 교장단 모임에 교장도 아닌 공 교육감이 참석한 것. 당시 공 교육감은 한 언론이 취재를 위해 들이닥치자 뒤도 안 돌아보고 도주하듯 자리를 빠져나갔고, 이 상황이 고스란히 보도됐다.

불법·의혹에도 재선에 성공한 공정택

이렇게 선거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음에도 그는 박빙의 차이로 상대 후보들을 누르고 교육감에 재선됐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 얼마 안 돼 그의 선거자금이 문제가 됐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전교조가 주경복 후보를 지원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에 그가 20억원에 가까운 부적절한 선거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공 교육감은 선거 자금의 대부분인 18억(82%) 정도를 사설학원 원장들을 통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밝혀지며 당연히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동시에 대가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고 이 상황에 전현직 교장교감 20여명에게 수 천만원을 받은 것이 밝혀져 더욱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공 교육감은 일면식도 없다는 서울의 또 다른 사학이사에게 3억원을 빌렸고 학교 급식업체 사장과 학교 공사업체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시교육청과 자립형사립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돼 협상 과정에 있었던 하나금융지주회사 회장과 하나은행장(이들은 자립형사립고를 설립한 하나학원의 이사장과 이사다)에게도 선거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대통령'이라 불리며, 천만 서울시민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수장으로서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교육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 교육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지난해 12월 초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교육감에 대해 국민의 53.4%가 퇴진해야 한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반대 의견인 25.6%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특히 공교육감을 당선시킨 서울지역 응답자들은 찬성 59.7%, 반대 18%로 3배 이상 많은 수가 퇴진에 찬성했다. 이는 공 교육감을 선택한 걸 후회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공 교육감은 아무 문제없다면서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런 교육감의 선택에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청와대와 검찰이었다. 교육감으로 당선된 후 곧바로 청와대를 찾은 공 교육감은 "소신껏 하세요"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한 마디에 고무되어 전격적으로 국제중을 밀어붙였다. 시교육위원회가 무기한 심사보류 한 것을 단 며칠 만에 뒤집고 국제중 설립을 확정했다. 국제중 뿐 아니라 대가성 의혹을 받고 있던 하나고의 자립형사립고 설립도 곧바로 밀어붙여 결정해 버렸다.

서울시는 하나고에 국민세금 651억을 들여서 산 부지를 0.5% 임대율로 50년 동안 임대해주는 장기계약을 맺었고 계약 만기 시 50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 조항까지 달았다. 당연히 특혜 의혹이 일어지만, 그 의혹을 막기엔 일이 너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현재 하나고는 학생 모집을 진행 중인데 경쟁률이 무려 7.4 대 1이다.

공정택 수사에서 본 청와대와 검찰의 이중적 행태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3월10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서 교육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3월10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서 교육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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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됐듯 공 교육감을 둘러싸고 각종 불법 시비와 도덕성 시비가 일었지만, 청와대는  이런 의혹에 대해서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이는 주경복 후보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는 이유로 임기가 보장된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을 법적 근거도 없이 전격적으로 해임한 것과는 너무 다른 이중적 행태다.

초중고 교사에 대한 징계권은 시도교육감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전교조 교사 89명을 파면·해임 등 중징계하고 형사 고발하게 한 것도 교과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청와대와 교과부의 행태는 너무 속보이는 짓이었다.

검찰은 한 술 더 떴다. 학교장과 사설학원 등에게서 받은 20억에 가까운 돈을 모두 업무연관성이 없어서, 대가성이 없어서, 불법인 줄 몰라서 등의 이유로 모두 털어주었다. 하나금융회장과 하나은행장에게서 받은 돈도 마찬가지 이유로 덮어주었다. 허위수상 경력이나 초등학생 홍보사진 동원, 교장단 식사 모임 참석 등 수많은 불법선거 운동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수익이 없는 70대의 부인이 차명 계좌를 통하여 모았다는 의심스러운 돈 4억의 출처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이 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각종 의혹들을 모두 덮어 주고 검찰이 기소한 것은 딱 2가지였다. 하나는 제자에게 무이자로 1억의 돈을 빌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인이 차명으로 관리했다는 4억의 재산을 시고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이 두 가지 혐의만으로 징역 6개월을 구형했지만 검찰이 노골적으로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후 검찰은 전교조에게서 수억의 선거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혐의 등으로 주경복 후보와 전교조 교사 등 21명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과 공무원 당연퇴직형을 구형한 것에 비하면 너무나 낮은 구형이었다.

이렇게 검찰이 공 교육감에게 당선 무효형을 구형하자 다시 공 교육감 퇴진여론이 거세졌다. 그러나 그는 버텼다. 속으로 징역 6개월 구형이면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충분히 당선 무효가 되지 않는 형을 받을 수 있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당선무효형 받아

지난 3월 10일, 드디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공 교육감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었다. 서울지법 형사21부(부장 김용상)은 공 교육감의 기소 혐의에 대하여 "학원장에게 무이자로 빌린 혐의에 대해서는 불법이지만 공 교육감이 교육감 선거에 정치자금법이 적용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부인의 차명 계좌에 있던 4억원을 재산 신고에서 누락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여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공 교육감이 법원에서 나오며 취재진을 향해 "150만원 이하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변호사와 상의하여 항고하겠다"(항소하겠다는 잘못 말한 것으로 보임)고 밝힌 것으로 보아 그는 무죄 또는 당선 유지형을 확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결국 1주일 후 고등법원에 상고했다. 그리고 고등법원 선고를 얼마 앞둔 6월 초 공 교육감의 사퇴설이 제기되었다. 서울교육위원회에 출석한 공 교육감은 자신의 거취에 관한 질문에 "2심까지만 재판을 받아보겠다"고 답변했다. 이것을 두고 자진 사퇴냐, 아니면 2심 선고를 앞둔 배수진이냐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2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 그는 "서울교육과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흔들리지 않고 진행될 수 있도록 임기를 끝마치게 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그의 바람과는 무관하게 6월 10일 서울고법 형사6부(박형남 부장판사)는 항소심에서도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벌금 150만원에 유죄를 선고했다.

당연히 교육계에서는 '이번에는 퇴진하겠지'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달리 공 교육감은 다시 대법원 상고를 선택하며 또 한 번 버티기에 들어갔다. 상고도 모자라 자신을 당선 무효로 한 법률 근거가 된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이 위헌이라고 하면서 재판부에 위헌법률제청을 신청했다. 현행 법률상 공 교육감은 당선 무효가 확정되면 국민 혈세로 지원받은 선거 비용을 다시 내놔야 한다. 유죄 확정 시 공 교육감이 반환해야 할 선거 비용이 29억원 정도인데 이 돈이 너무 많고 자신이 다시 물어내야 하는 것이 억울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교육감 선거를 위해 사용된 총 비용은 총 320억이다. 공 교육감의 유죄 선고가 확정될 경우 이 320억원이 아무 의미 없이 허공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공 교육감은 29억원을 물어내는 것이 아깝다니…. 공 교육감은 또 교육감 선거가 정당이나 정치인 선거가 아닌데도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자선거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에 정당이 전혀 개입할 수 없고, 당원은 출마 자격조차 없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에 일면 타당성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그의 주장대로 교육감 선거에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자선거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가 유일하게 유죄 선고를 받은 재산신고 누락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당선무효 확정되면 교육자로서의 도덕적 생명도 끝

공정택 교육감은 불법 의혹에도 불구하고 다른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사진은 지난 7월25일 교육감선거 후보 토론회 모습.
 공정택 교육감은 불법 의혹에도 불구하고 다른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사진은 지난 7월25일 교육감선거 후보 토론회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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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마지막으로 던진 승부수인 위헌법률제청 역시 결과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즉, 재산신고 누락 그 자체만으로도 그는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의미다. 다르게 말하면 위헌 여부와 상관없이 그는 당선 무효다. 그는 억울해 할 것이 아니라 이 재산 4억원의 형성 과정과 출처를 밝혀야 할 것이다.

현행 법에 의하면 공교육감의 대법원 선고일은 9월 10일이다. 법정 선고일이 1개월 이상 넘어간 것을 보면, 대법원이 꽤 고심하고 있는 듯하다. 이와 관련 정치적 고민 또는 법원의 공 교육감 봐주기에 대한 일부 의혹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단 형 선고를 더 이상 미루지 않고 29일 선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공 교육감이 제기한 위헌법률신청에 대한 결정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위헌법률 신청이 받아들여져 재판이 중지되는 사태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헌법률 신청이 받아들여질 확률은 높지 않다. 이후 공 교육감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선고가 있을 것이다. 교육계나 법조계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 교육감이 무죄를 받아 살아남을 가능성은 낮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그의 교육감 생명도 끝나고 그가 50년 동안 쌓아온 교육자로서의 도덕적 생명도 완전히 끝난다.

공 교육감이 재판을 받는 과정에 20년 지기 친구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중 서거하고,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당원에게 당채를 0.5%로 발행하였다는 이유로 징역 8월을 선고받아 국회의원에서 쫓겨났다. 이제 공 교육감에게도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29일 대법원의 선고가 그에게 기사회생의 순간이 될지, 아니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부관참시가 될지 온 국민의 시선이 대법원에 집중되고 있다.


태그:#공정택, #대법원, #당선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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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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