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마음은 흐르는 맑은 물과 같다는 말이 있다. 경주 양동마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고 있는 심수정(心水亭).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세상 탐욕에서 멀리하다 보니, 이런 아름다운 정자가 생길 만도 하다.

중요민속자료 제81호로 지정이 된 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에 있는 심수정. 마을 전체가 중요민속자료 제189호로 지정이 되어 있는 곳이다. 마을에 들어서면서 초입 우측으로 오래된 나무가, 굵은 줄기에 이끼를 가득 안고 있는 집이 있다. 바로 심수정이다.

심수정은 농재 이언괄을 추모하여 지은 정자다. 조선 명종 15년인 1560년경에 지어졌으니 벌써 450년이 지났다. 이언괄은 형인 회재 이언적을 대신하여 벼슬길을 마다하고, 나이 드신 어머니를 극진히 모셨다. 양반의 가문에서 태어나 벼슬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모를 모신 이언괄. 아마 그 마음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더럽고 추하게 세속에서 탐하는 벼슬을 마다하고, 흐르는 물에 씻듯 모든 것을 다 씻어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마음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정자가 바로 심수정이다.

북촌에서 바라본 심수정의 모습
▲ 심수정 북촌에서 바라본 심수정의 모습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세상 사람들은 물질과 벼슬에 탐닉을 한다. 그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온갖 추하고 역겨운 인간들이 자리를 탐하면서도, 스스로 반성을 할 줄 모르는 모양새를 보면 이 심수정이 더욱 빛이 난다. 모든 여건이 다 만들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모를 위해 스스로 벼슬길을 마다할 수 있는 이언괄의 마음이야 말로, 바로 맑은 물이라는 생각이다. 심수정은 그와 같은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명종 때에 처음으로 지은 심수정은 철종 때에 이르러 소실이 되었다. 그 후 1917년에 다시 지은 것이다. 심수정은 아름답다. 그 안에 배인 마음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7칸 대청에 양편으로 방을 둔 팔작집이다. 서쪽 방 옆으로는 난간이 있는 누마루를 두었다. 심수정의 아름다움은 바로 이 누마루에 있다. 3면이 훤히 트인 누마루에 오르면 양동마을이 다 보인다. 아마 이 누마루에 올라 이언괄의 효심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효자 이언괄을 추모해 지은 정자
▲ 심수정 효자 이언괄을 추모해 지은 정자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심수정의 현판
▲ 현판 심수정의 현판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정자는 그 안에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 하나하나에는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것은 상반을 초월한다. 내가 정자를 찾아 먼 길을 떠나는 것도 그런 이야기 때문이다. 요즈음처럼 있는 자들이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스스로 본이 되게 하려고 많은 애를 쓴 흔적이 남아있다.

심수정의 뒤편. 7칸으로 지어진 정자다.
▲ 심수정 심수정의 뒤편. 7칸으로 지어진 정자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심수정 담안에 선 나무, 줄기에 가득 한 이끼가 세월을 말한다
▲ 심수정 심수정 담안에 선 나무, 줄기에 가득 한 이끼가 세월을 말한다
ⓒ 하주성

관련사진보기


심수정, 이언괄이 그러했다. 벼슬길이 보장이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을 대신해 노모를 극진히 모시기 위해 벼슬을 마다한 이언괄. 그 마음이 배어있는 정자이기 때문에, 더 아름다웠는지도 모른다. 정자 하나가 이토록 먼 길을 찾아 온 나그네를 기분 좋게 하다니. 그래서 정자기행은 내일도 계속된다.      

▲ 효심이 배인 정자 심수정 중요민속자료 제81호인 심수정은 효자 이언괄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정자다. 벼슬길을 마다하고 노모를 극진히 모신 이언괄의 마음이 깃든 심수정. 우라에게 흐르는 물을 닮으라고 일깨워준다.
ⓒ 하주성

관련영상보기



태그:#심수정, #중요민속자료, #이언괄, #양동마을, #효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