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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8일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압승을 거뒀다. 지난 4월 재보선에 이은 2연승이다. 반면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텃밭에서만 겨우 2석을 건지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재보선은 여당의 무덤"이라는 속설이 또 한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한나라당, '텃밭'에 거물 투입하고도 불안한 승리... '상처뿐인 영광'

 

민주당은 수도권 2곳(수원 장안, 안산 상록을)과 충북 중부4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을 여유있게 따돌렸다. 특히 한나라당 승리가 예상되던 수원에서는 무려 5000여표 차(6.5%p)로 한나라당 후보를 눌렀다. 선거 초반 두 자릿수가 넘는 격차를 되돌아보면 기적에 가까운 승리다.

 

반면 한나라당은 전통적 텃밭인 강원 강릉, 경남 양산의 승리에 만족해야만 했다.

 

이번 재보선 결과에서 눈여겨봐야 할 곳은 경남 양산이다. 한나라당은 이곳에 당 대표를 지낸 거물을 투입하고도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불과 3299표 차(4%p)다. '집권여당+지역정서 프리미엄'을 갖고도 어려운 싸움을 벌인 한나라당은 이겨도 이긴 게 아니게 됐다. 양산 승리는 '상처뿐인 영광'만 남은 셈이다.

 

민주당은 비록 송인배 후보가 석패했지만, 당선에 버금가는 성과를 거뒀다. 한나라당의 텃밭에서 거물급 후보와 백중세의 전투를 벌였고, 34%에 달하는 득표율을 올렸다.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할 지지율이다.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 송인배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불과 7%대였다.

 

형식상으로는 선거에서 졌지만, 내용상으로는 이겼다는 자축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상호 대변인은 "사실상 양산 선거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선거혁명이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패배'라는 평가다. 그는 또 "송인배 후보는 비록 패했지만, 노 대통령 영전에 좋은 선물을 올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재보선 결과 한나라당은 2석, 민주당은 3석을 얻어 겉으로는 '황금비율'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텃밭에서 얻은 2석으로 "한나라당도 이겼다"고 평가해 주기는 어렵다. 사실상 한나라당의 '전패'인 셈이다.

 

민주당, '대여 강경투쟁' 탄력 받을 듯... '정세균 체제'도 안정

 

재보선 패배로 한나라당은 안팎의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강행하려는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축소, '부자감세' 같은 정책기조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정국 주도권을 상실할 가능성도 높다.

 

안으로는 "정몽준 체제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고조될 수 있다. 선거 패배에 따른 조기전대론이 고개를 들면서 한나라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재보선 참패 이후 당을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내우외환이 길어지느냐, 아니냐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정국 주도권을 가져올 동력을 얻었다. 민주당은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내세워 더 강하게 여당을 압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면한 현안은 4대강 사업 중단과 세종시 원안 고수다. 민주당은 내달부터 시작될 예산심의에서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여당과 한판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을 패퇴시킬 자신감을 얻었다. 

 

안으로는 정세균 대표 체제가 더 굳어질 전망이다. 지난 4월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둔 정 대표는 10월 재보선에서도 한나라당을 무너뜨리는 뚝심을 발휘했다. 재보선 전후 과정에서 보여준 '민주개혁세력 통합' 리더십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내년 전당대회까지 정 대표 체제는 단단한 결속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한 사람 주목받는 인물은 손학규 전 대표다. 후보 자리를 끝내 고사하고 백의종군한 손 전 대표는 민주당에 귀한 승리를 안겨준 '1등 공신'이다. 재보선 뒤 다시 춘천에 칩거할 뜻을 분명히 밝힌 손 전 대표지만, 내년 지방선거 전에 당으로 돌아온다면 정 대표 못지 않은 영향력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그:#10월 재보선, #민주당, #정세균, #한나라당, #정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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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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