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핵심관계자'라는 익명을 이용한 발언으로 비판의 대상이 돼왔던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실명으로만 발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수석은 29일 오전 청와대기자실인 춘추관에 나와 "앞으로 '핵심관계자'라는 용어를 쓰지 말아달라"면서 "(기사에 등장하는)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저라는 것을 지칭해서 '이핵관'이라는 말이 나왔던 것도 아는데, 요즘은 아무나 다 핵심관계자는 말을 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저와 (박선규, 김은혜) 두 대변인까지 앞으로는 실명으로 코멘트를 하겠다"며 "'청와대 핵심참모', '관계자'가 아니라 '민정라인 관계자', '정무라인 관계자', '외교안보라인 관계자' 등으로 정정당당하게 써 달라"고 말했다.
본인 스스로 '이핵관'이라는 말을 언급할 정도로 잦은 익명 논평을 남발해왔던 이 수석이 이런 요청까지 하고 나선 것은, 최근 '청와대 핵심관계자'를 인용한 기사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28일자의 "외고 문제 해결 청와대가 주도", 같은 날 <문화일보>의 "이 대통령 '외교폐지는 포퓰리즘'"기사 등에 이어 29일에 "청와대 '효성 해외부동산 의혹,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등의 기사들 모두 '청와대 핵심관계자'를 취재원으로 인용해 보도됐다.
청와대로서는 부담스러운 기사들이다. 외고 문제 관련해서는 청와대 개입이 공식화되면서, 보수세력에서 "이 대통령이 '학교자율'이라는 대선 때 약속을 어기고 '친서민 포퓰리즘'에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효성'관련 기사도 청와대가 검찰수사에 개입하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기 좋게 돼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 기사는 행정관 정도 인사의 사적 발언이 기사화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김준규 검찰총장이 이미 입장을 밝혔고 그에 따라 진행하면 될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관계자=이동관'으로 인식하고 있는 청와대와 국회, 관계, 언론계에서는 이 기사들이 이 수석의 입에서 시작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되자 이 수석은 자신이 취재원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한발 더 나가 '실명발언'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사안들에 대해서까지 '익명'브리핑을 남발해온 것이 자신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 수석은 "오늘 아침에도 핵심관계자 어제도 핵심관계자 나오는데 내가 지목 당해서가 아니라 정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 "이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2년 넘게 편리하게 활용해온 습관을 버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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