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대전 중구 뿌리공원에서 희망근로로 일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2009 희망근로 평가시험'이 치러져 신선한 미담으로 전해지고 있다.

 

 

29일 오전 10시 55분, 이 공원 수변무대에서 치러진 시험은 총 20명의 희망근로자 가운데 19명이 응시했으며 4지 선다형 50문항이 출제돼 11시 45분까지 50분간 치러졌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 시험은 한 번 퇴장한 근로자는 임시고사장에 들어갈 수 없고 잡담도 금지했을 만큼 여타 시험 못지 않게 규정을 엄격히 적용시켰다.

 

 

'중구와 뿌리공원을 이해함으로서 뿌리공원을 사랑하고 홍보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이 시험은 자체 구성한 2명의 감독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졌으며 공원에 온 시민들은 이런 풍경이 신기한 듯 휴대폰 카메라에 담기도 했고 일행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임시로 마련된 시험장은 문제지를 받아들자마자 문제만 훑어보는 근로자도 보였고 문제가 어려운 듯 머리를 긁적이는 근로자도 보였다. 또한  한참동안 문제지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근로자도 보였다.

 

 

문제지에는 '뿌리공원은 언제 만들어졌나요?' 상식적인 문제부터 신종 플루 예방, 헌법 1조 1항, 뿌리공원 영문 표기, 시 작가, 역사 등 상식문제가 골고루 출제됐다.

 

권성분(여. 46세. 산성동)씨는 시험의 난이도를 묻는 말에 "대체적으로 어려웠다"면서 "은근히 부담스러웠지만 (시험을 마쳐) 시원하다"고 말했다. 또 "학창시절로 되돌아간 거 같아 좋았다. 좋은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작업반장인 이식재(54세. 선화동)씨는 "공부는 안했다. 그러나 뿌리공원에서 일하는 만큼 팸플릿이나 안내판을 유심히 봤던 것이 도움이 됐다"면서 "부담은 되지 않았는데 (시험) 성적이 궁금하다"며 "점수가 좋게 나오든 그렇지 않든 간에 자기 평가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또 "시험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헷갈리게 출제한 문제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곤 했다"면서 "좋은 경험이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돈독한 시간이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시험이 끝난 시간, 근로자들은 삼삼오오 둘러 앉아 점심을 먹으며 시험이나 성적 등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희망근로 평가시험'을 기획한 뿌리공원관리사업소 석종호 계장(52세)은 "뿌리공원에서 일하는 만큼 뿌리공원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고 가셨으면 한다"고 말한 뒤 "나아가 중구를 알고 대전을 아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또 자신의 교양을 함양시키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록 희망근로자로 일하고 있지만 아버지, 어머니, 형, 동생처럼 대하고 있어 가족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석계장은 실제로 70대 희망근로자를 '아버지' '어머니'로 불렀다.

 

 

시험 준비에 남편의 도움까지 받았다는 박민자(55세. 목동)씨는 "시험 며칠 전부터 상식 위주의 기출문제를 남편이 뽑아줘 공부했다"고 털어놨다. "재미있었다.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내 나이에) 이런 경험을 어디 가서 하겠어요"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박씨는 (시험) 결과에 애착을 보이며 문제지를 보며 틀린 문제에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평균 61.7의 시험결과에 대체적으로 만족한 분위기였으며 30% 가산점이 주어진 65세 이상 근로자 중에서는 안모(선화동)씨가 100점(실 점수 70점)으로 1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사실상 1등은 90점을 받은 김모(산성동)씨가 차지했으며, 이모(선화동)씨 등 2명이 82점으로 공동 2등을 차지했다. 이 시험에는 동점자가 3명이 나왔다.

 

'희망근로사업에 대한 자긍심 고취와 긍정적 생활 변화'에 중점을 두고 치러진 시험은 40대 중반에서 70대 초반의 연령대로 파악됐다.

 


태그:#희망근로자, #뿌리공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