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화'(畵), 인연 '연'(緣). 그래서 그림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모여 하는 전시를 화연전이라 부른다.
김제가 낳은 한국화단의 거장 고 벽천 나상목의 서거 10주년을 맞아 동양 최고의 농경수리문화 유적지인 벽골제에 건립된 벽천미술관에서 선생의 끊임없는 지도와 작품세계를 통해 맺어진 화연을 따라 '벽천 나상목 화연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 미술사에서 실경산수화의 커다란 맥을 형성한 나상목은 한국적인 전통성으로 자연풍광을 간결하게 표현, 한국적인 정신성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내 대표적 화가다.
화연전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년 전인 1989년 선생의 정년퇴임을 기념하며 서울 프레스센터의 서울갤러리에서 처음 열렸다. 당시에는 선생이 교편을 잡았던 원광대학교 한국화전공 학생들의 모임인 원묵회 회원들과 선생의 문하 초대작가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후 10년이 지난 1999년 선생이 사망하고, 그해 선생을 기념하는 벽천미술관이 개관했고, 또 다시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선생의 정신성을 이어받은 화연전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김승학 벽천미술관장은 "선생님은 살아있는 자연의 대상에서 가르침을 받아 깨우치는 자세를 스스로 생활 속에서 실천한 결과 창연한 사경산수의 가장 한국적인 경지를 이룩한 분"이라며 "그 정신을 이어받는 결집된 장이 필요했고, 벽천미술관이 진작에 화연전을 다시 시작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선생과 다양하게 인연을 맺은 총 38명의 작가들이 각 1점씩의 작품을 출품했다. 이들은 1989년 첫 번째 화연전과 1999년 벽천미술관 개관전에 작품을 출품한 작가들, 그리고 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한 작가들 위주로 선정됐다. 이들 중에는 선생의 둘째아들 나기환씨 작품도 있고, 이정훈과 이광욱처럼 부자가 모두 참여한 경우도 있다. 지역도 서울 경기 순천 등 다양하다. 보다 많은 작가들의 참여가 예상됐지만, 공간상의 부족으로 인원을 제한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20년 만에 두 번째 전시를 갖는 화연전이지만, 내년부터는 해마다 개최하는 계획까지 세웠다. 비록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화연전을 통해 선생의 정신성을 이어받아 한국화 제2의 개화기를 앞당겨보자는 당찬 포부다.
참여작가는 강내성 강상원 강현식 고계숙 권영주 권태석 김성욱 김승학 김영곤 김정숙 김학곤 나기환 나부곤 류창희 문재성 박태홍 백영란 손정국 송계일 송관엽 송영란 송재명 우상기 윤명호 이광욱 이동관 이순구 이정훈 이진숙 장안순 전량기 정문배 조현동 최병욱 최한주 한상윤 한은주 홍성모 등이다.
김제 벽골제 내 벽천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오는 11월 29일까지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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