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정치재판소로 전락해버렸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비겁한 결정을 하긴 했지만 날치기 처리된 미디어법이 유효하다고 인정하진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사실상 헌재에 의해 이미 무효가 선언된 언론악법을 폐지하기 위한 다양한 투쟁전술을 개발하고 있다."민주당 '무효언론악법 폐지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주선 최고위원은 지난 29일 헌법재판소가 방송법·신문법 등에 대해 무효 확인청구를 기각한 것에 대해 이 같이 평가하고 해석했다. 이는 헌재 결정 이후 헌재를 향해 국민 비난이 집중되는 가운데 민주당이 기존 '헌재 비난투쟁'에서 '국회에서의 언론악법 폐지투쟁'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박 최고위원은 31일 저녁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헌재의 결정은 "법조인으로서도 수긍할 수 없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해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어떤 논리를 가지고 하더라도 국회의원 대리투표가 인정되고, 일사부재의가 확인돼서 절차의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당연히 무효가 돼야 한다. 왜냐면 국회법은 국회절차법이기 때문이다.헌재 결정의 논리대로 권력분립을 인정하고 국회자율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국회에서 저질러진 위법을 묵인한다면 앞으론 법안 표결 선포를 국회의장석에서 할 필요도 없다. 차라리 한나라당 의원 총회에서 국회의장이 사회 보면서 다 통과시키면 된다. 국회를 존중한 결정이 아니라 다수당에 의한 국회의 비민주적 운영을 조장한 판결이고, 성공한 날치기를 감싸주는 꼴이다. 헌법에 의한 재판이 아니고 헌법을 가지고 한 장난이다. 헌법을 보호하고 헌법정신을 지켜야할 헌법재판소가 정치재판소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박 최고위원은 "헌법재판소가 비겁한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날치기 처리된 신문법과 방송법이 유효하다고 선언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재의 기각 결정 판시이유를 읽어보면 미디어법 처리과정이 온통 위법 투성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상 헌재가 미디어법 무효를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잘라 말했다.
"미디어법 날치기 사태의 최종책임은 김형오 의장과 이윤성 부의장이 져야""'미디어법 처리과정에 여러 위법성이 있었다. 하지만 권력분립에 의해 국회가 알아서 처리해주면 좋겠다'는 것이 한심하고 비겁하지만 헌재 결정의 주 내용이다. 개정이 위법하니 우리 헌재는 아무 것도 안할 테니 국회가 알아서 재개정해달라는 것이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국민들로부터 비난받고 조소받는 것도 자기역할을 방기하고 책임을 떠넘겼기 때문이다. 병원이 자신을 찾아온 말기암 환자에게 밖에서 환자가 알아서 치료하라고 한 것과 같다.어찌됐든 우리로서는 헌재에 의해 이미 사실상 무효화가 선언된 언론악법 폐지를 위한 투쟁의 단계별 전략전술을 개발하고 있다. 분명하게 밝혀두지만 이번 사태 최종책임은 날치기 사회를 본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윤성 부의장이 책임져야 한다. 우리는 1차로 국회의장을 상대로 미디어법 처리과정의 위법성을 시정해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최소한 양심과 도리가 있다면 정기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파행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민주당이 '헌재'에서 '국회'로 회군했음을 분명히 하면서, 책임대상을 국회의장 등에게 한정시켜 전투력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사실상 헌재의 '비겁한 결정'이 되레 국회에서 싸울 근거와 명분을 준 것으로 보고 '현실적으로 싸워서 이기는 길'을 가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박 최고위원이 "언론악법 날치기에 항의하며 제출했던 의원사퇴서는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며 "지금은 단 한 사람의 국회의원이라도 지혜와 능력을 발휘해야할 절박한 시기"라고 규정한 것도 국회 내에서의 전투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는 "의원사퇴서를 낼 당시에는 사퇴서를 내는 것이 당을 구하고 국민을 위하는 길이었지만 지금은 사퇴서를 철회하는 것이 당을 구하고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헌재에 의해 위법성이 확인된 법을 국회에서 아무 싸움도 해보지 않은 채 그냥 시행되도록 놔두면 그것은 역사에 대한 방기이자 최소한의 역사의식도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민주당 재보궐 승리는 민주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그는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한나라당과 이명박정권이 국민소리를 외면한 채 안하무인으로 독주하자 국민이 직접 견제의 채찍을 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민주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태에서 내린 국민과 유권자의 심판이었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민주당이 절대 자만과 도취에 빠져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은 민주당이 수권야당으로 재건하고 부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며 "혁신과통합위원회는 혁명적 방법으로 당의 변화를 이끌 제도를 개선하고, 그 제도 틀 속에서 새로운 선의의 경쟁이 이뤄져 주도세력의 임무교대가 이뤄져야 민주당이 산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가 강한 호남지역 등에서의 공천개혁과 관련 "혁신과 통합위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뼈있는 말을 빠트리지 않았다.
"지난 2002년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우리 민주당은 국민참여경선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국민참여경선은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열기를 고조시켰고, 당에 대한 지지와 후보의 당선으로 연결됐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그리고 국민참여를 극대화하는 유능한 후보가 선택이 되는 공천제도를 강구해야 한다."미디어법과 관련 다시 국회 대회전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당이 어떤 투쟁을 전개해갈지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