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에서는 뜨거운 논란 속에 이명박정부가 추진중인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짚는 연속기획을 마련합니다. 정부 계획의 전반을 살피는 총론에 이어 낙동강, 영산강, 금강, 남한강에 대해 4명의 전문가가 세부계획의 적절성과 함께 우리 사회와 자연환경에 미칠 영향을 집중 점검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
정부가 발표한 4대강사업의 주요 내용은 크게 다섯가지이다. 가뭄에 대비해 물그릇 키우기(준설과 보 설치), 홍수에 대비해 물그릇 키우기(준설), 수질개선, 수변공간 조성, 하천부지 경작지 정리와 생태하천 조성 등이다. 우리나라는 강우가 여름철에 집중되어 수자원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고, 홍수피해를 예방하는 일도 그만큼 힘들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친환경적인 수변공간을 조성해서 휴식이나 레저 공간으로 활용하는 일도 대단히 중요하다. 하천의 홍수터가 경작지로 이용되면서 수질오염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것도 해결이 시급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대처방향이 잘못 설정되었다는 점이다.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4대강사업금강의 경우, 준설 5천만㎥, 보 3개소(금남보, 금강보, 부여보) 설치, 금강의 지류인 미호천의 작천보 개량, 노후제방 보강 117km, 농업용저수지 재개발 5천만㎥, 생태습지 6개소 10km 구간 조성, 뱃길 복원 67km 구간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일단 5천만㎥ 준설을 보자. 대청댐에서 하구까지의 길이가 약 130km이니, 평균 200m 폭으로 준설한다면 하천 전체 구간에서 평균 약 2m 깊이의 토사를 파내는 셈이다. 이럴 경우 지금까지 나름대로의 안정상태를 유지하던 이 구간의 생태계와 하상(河床)은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어서 생명체의 서식 및 생육 환경과 하상의 안정성이 크게 악화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금강 살리기사업을 통해서 도대체 금강의 무엇이 살아날 것인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다른 사업들을 보아도 결국 동의하기 어려운 계획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하천' 포함하는 '유역(流域)' 관리로 전환해야 하천 살리기는 기본적으로 유역 살리기여야 한다. '금강 살리기'가 아니라 '금강유역 살리기'여야 한다는 말이다. 하천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산봉우리와 계곡으로부터 시작되는 개울을 포함해 유역 전체로부터 흘러들어온 빗물이 모여 본류를 이루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수 예방을 목표로 한다면 하천만으로 홍수를 감당하게 할 것이 아니라 유역내에 빗물 저류시설, 범람원이나 저류지, 유수지 등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거의 들어 있지 않다.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보를 설치한다는 계획도 그렇다. 금강보(공주)나 부여보(부여)를 설치하면 유서깊은 역사유적인 곰나루(熊津)가 수면 아래로 잠길 것이다. 부여 부근의 자연하천에 가까운 모래톱과 식생은 자연하천 조성이라는 이름으로 훼손될 것이 뻔하다. 반면, 고양시 곡릉천에 설치되었던 보를 철거한 뒤로 수질이 현저하게 개선된 사례가 있다는 점과,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경우 노후화된 보 또는 댐을 재건설하지 않고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철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 설치는 다각도로 신중히 검토한 뒤에 충남 연기 행복지구에서 금강 살리기 선도사업은 이미 착공한 상태다. 높이 4m의 금남보의 설치계획이 포함되어 있고, 가동보(可動洑, 고정식과 달리 수위에 따라 수량 조절이 가능한 보)로 설치한다고 한다. 고정보(固定洑)이 비해 수질 면에서 유리하겠지만, 이런 대규모의 가동보를 운영해본 경험이 거의 없으므로 설치 뒤에 1년 이상의 모니터링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에야 나머지 2개의 보 설치계획을 검토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수질개선 면에서 환경기초시설을 확충하거나 하천부지 내의 농경지를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일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하천 본류의 수질은 본류로 유입되는 지류 하천의 수질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확충되는 환경기초시설을 통해 배출되는 물은 지류 및 본류의 수질개선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농경지로 활용되던 하천부지내의 홍수터(둔치)가 생태습지 등으로 복원되면 그동안 하천내 농경지에서 직접 유입되던 농약 및 비료성분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수질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해수 유통으로 생태계 복원하는 대안금강 하구둑에 대한 방안도 매우 중요한데 금강 살리기 사업에서는 누락됐다. 금강 하구둑은 1990년에 준공되었으니 이제 20년 가까이 되었다. 그동안 그 주변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해온 중요한 시설이다. 그런데 금강 하구호 내의 수질이 갈수록 나빠져 더 이상 생물이 서식할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된다. 금강 하구호를 살리는 방편의 하나로, 금강 하구둑을 개량하여 부분적으로라도 해수의 유통이 가능하게 하여 생태계를 복원하는 안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체로 합의되고 있다. 금강 살리기사업에 이러한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을 보면 생태계 복원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해수를 유통시켜 적절한 규모의 기수역(汽水域, 해수와 담수가 혼합된 수역)을 만들면 해수와 담수의 경계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질이 좋은 해수가 들어와서 생태계를 되살릴 수 있다. 또한 기수역보다 상류 쪽에서 하천수를 취수하면 용수 확보도 된다. 즉 생태계 복원과 용수문제 해결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들 간의 이해관계는 충분히 조정가능리라고 본다.
4대강사업, 장기적·총체적 관점에서 접근해야금강을 포함해서 4대강사업은 친환경적 복원과 개선이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단 대형사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면 그 돈이 지역경제로 흐를 것이고, 그러다보면 경기가 살아나리라는 발상이다. 정부의 4대강사업이 하천을 황폐화하려고 벌이는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하천 개발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유역 전체를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수자원 확보를 위한 수단을 준설이나 보 설치로 설정해서는 머지않아 후회할지 모른다. 생태복원구간을 더욱 확장하고 이미 많이 피폐해진 금강 하구둑을 개량하는 일도 포함해야 한다. 20여년 전 꼭 필요하다고 해서 건설한 금강 하구둑이 이제는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어버렸다. 금강 하구둑이 주는 교훈을 깊이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민관합동의 '유역위원회'를 제안한다또한 지역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당장 흘러들어오는 돈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지닌 가치가 무엇이며, 앞으로 우리의 후손들이 어떤 가치를 품고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 부처와 금강유역 내의 다양한 분야의 민간전문가들로 '유역위원회' 같은 협의체(거버넌스)를 구성하고, 이러한 기구를 통해 금강유역 사업의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측면과 문화적 가치까지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자연이 살아 숨쉬는 속에서 우리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생태계의 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을 쓴 허재영씨는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입니다.
<창비주간논평>에서는 뜨거운 논란 속에 이명박정부가 추진중인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연속기획으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10월 2주부터 매주 '기로에 선 4대강사업'(이원영),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박창근), '4대강사업으로 영산강은 살아날 수 있을까'(이성기)가 게재되었으며, 이후 남한강 편으로 마무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