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시(시장 성무용)와 천안시의회(의장 류평위)가 잇따라 선심성 조례 개정을 추진해 논란을 낳고 있다.
시와 시의회는 정부 시책에 부응하고 타 자치단체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조례 개정이라고 밝혔지만 지원금 상향을 조례로 못 박아 득표활동에 활용키 위한 의도라는 시선도 있다.
천안시, 출산장려금 지급 대상 확대 추진
천안시는 지난 2일자로 '천안시 출산장려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출산장려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출생축하금 지급 대상을 셋째 자녀에서 둘째 자녀 이상으로 확대하고 출생일로부터 1년을 맞이하는 출생월에 양육수당을 지급한다는 것이 개정 조례안의 핵심. 현행 조례에는 양육수당 지급 조항이 없다. 출생축하금은 셋째 자녀부터 100만원만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개정조례안은 출생축하금의 액수로 둘째 자녀 30만원, 셋째 자녀 이상 50만원, 양육수당은 50만원으로 정했다.
조례 개정의 배경으로 "출산장려 지원 확대를 위해 출생축하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양육수당을 신설하게 됐다"고 밝힌 천안시는 연내에 개정 조례안의 시의회 의결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시의 일정대로 다음달 말까지 조례안이 시의회 통과를 마치더라도 당장 내년 1월부터 출생축하금 지급 대상이 확대되고 양육수당이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개정조례안은 부칙으로 조례의 시행 시점을 '2010년 7월 1일'로 명시했다.
개정조례안의 시행 시점이 늦춰진 이유는 선거법 저촉 탓이다. 시장과 시의원 등을 새로 선출하는 2010년 6월 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 미만으로 임박한 시기에 주민들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을 갑작스레 늘리거나 신설해 시행하면 선거법에 위배될 여지가 높다.
천안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개정조례안의 시행 시점을 선거 이후인 2010년 7월 1일로 정했다"고 말했다.
시는 내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더라도 지금까지 천안시 출산장려시책이 미흡하다는 여론이 있었고 범국가적인 저출산대책에 호응하기 위한 것인 만큼 '선심성 조례 개정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은 과거 천안시 행보에 비춰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1년전 출산장려금 축소에 동의했던 천안시
천안시는 출산장려조례를 2005년 5월 처음 공포했다. 세 번째 출생한 신생아부터 5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당시 조례는 그 뒤로 두 번 더 수정됐다.
의원발의로 상정된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2008년 2월 1차 개정이 이뤄졌다. 첫 개정 조례는 출산장려금의 명칭을 출생축하금으로 바꿔 두 번째 신생아부터 지급하고, 세 번째 신생아부터는 양육수당을 지급하도록 했다. 다만 조례의 시행 시기는 2009년 1월 1일로 미뤄졌다. 출생축하금 확대와 양육수당 신설을 바로 시행하기에는 예산 조달이 쉽지 않다는 천안시 의견이 조례 개정 과정에서 상당부분 반영된 결과이다.
출산장려조례는 2008년 12월 다시한번 개정됐다. 2차 개정에서는 2009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출생축하금 확대가 철회돼 셋째 자녀부터 지급으로 회귀했다. 양육수당 신설 조항은 아예 삭제됐다. 셋째 자녀부터 지급하는 출생축하금의 금액만 과거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됐다.
2차 개정 조례안이 의원발의로 시의회에 상정될 때 천안시는 출생축하금 지급 대상 축소와 양육수당 폐지에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출생축하금을 100% 인상해 100만원으로 지원하는 개정 조항에 대해서만 "다소 과다한 인상이라고 판단한다"며 "시 예산여건 등을 고려해 60% 인상, 80만원으로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작년 말에는 재정난 등을 이유로 출생축하금 지급 대상 축소와 양육수당 폐지에 동의했던 천안시. 경기불황에 따른 세수 감소와 정부 감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2010년도 시 재정 여건이 올해만큼이나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시는 불과 한 해만에 입장을 번복하고 출생축하금 지급 대상 확대와 양육수당 신설에 직접 나선 상황이다.
천안시의회는 참전군인 수당 인상 의결
출생축하금 지급 확대와 양육수당 신설을 골자로 한 천안시의 조례 개정 추진은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행위라는 논란과 함께 사업 자체의 효과성에도 다른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천안시는 셋째 자녀 이상 출생축하금으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1명당 50만원, 2009년부터는 1인당 100만원씩을 지급해오고 있다. 올해 출생축하금 예산으로 편성한 6억원을 비롯해 2005년부터 최근까지 총 2210명에게 11억500만원을 지급했다.
시에 따르면 개정 조례안이 시의회에서 수정없이 의결돼 내년 7월 1일부터 출생축하금 지급 대상이 둘째 자녀부터로 확대되면 내년 한해만 관련 예산으로 11억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출생 후 1년이 되는 해당 월부터 신청이 가능한 양육수당의 대상자가 발생하는 2011년에는 필요 재원의 규모가 더 커져 연간 25억원 정도의 시비가 출생축하금과 양육수당 지급에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
이와 관련, 얼마 전 둘째 아이를 가진 한 임신부는 "주는 돈을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일회성 출생축하금과 양육수당으로 출산율이 얼마나 높아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천안지역 아동복지단체 실무자는 "지역간 복지 형평성 차원에서 출산장려금이나 양육수당 지급은 국가사업으로 정부 예산이 투입돼야 맞다"며 "생색내기식 출산장려금과 양육수당 지급에 수십억원이 쓰이면 정말 필요한 영유아 복지 예산이 줄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근심했다.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한 선심성 조례 개정 시비는 천안시의회도 직면해 있다. 지난 4일 제134회 임시회를 폐회한 시의회는 이번 회기동안 '천안시 참전유공자 수당지급 일부 개정 조례안'을 의결했다.
조례안은 참전유공자에게 매달 지급하는 수당액을 월 5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행 2만원 보다 3만원이 많아졌다. 참전유공자 수당지급 개정조례안 역시 선거법 저촉을 피하느라 시행은 지방선거 이후인 내년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김우수 천안YMCA 시민사업팀장은 "시급한 사업이라면 진작에 개정 했어야 오해를 차단할 것"이라며 "시의 출산장려금 개정 조례안이나 시의회의 참전유공자 수당지급 개정 조례안 모두 선거를 겨냥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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