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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Albany)의 심한 바람과 차디찬 대양에서 잡아 올린 생선을 얻어 회를 실컷 먹은 추억을 뒤로하고 인도양을 향해 서쪽으로 운전한다.

 

가는 길에 관광객에게 잘 알려진 나무 위의 산책로 (Tree Top Walk)라는 곳에 들렀다. 울창한 숲 속에 들어서니 사람이 거닐 수 있도록 40미터 높이에 인공 산책로가 설치되어 있다. 높은 곳을 잘 걷기는 하지만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다리가 출렁거리기 때문에 약간의 공포심을 자아내게 하는 다리다. 오래된 나무로 빽빽이 둘러싼 숲 속을 새가 흔히 날아다니는 높이에서 감상한다. 화려한 모습으로 단장한 이름 모를 새들이 옆에서 혹은 발아래에서 날아다닌다. 

 

울창한 숲을 구경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도로 양쪽으로는 숲이 너무 울창해 태양이 보이지 않는다. 숲 속의 길을 따라가니 국립공원이 나온다. 샤논국립공원(Shannon National Park)이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울창한 숲 속을 운전한다. 지난번 다윈에서 만난 여행객 부부가 이 국립공원을 며칠 걸려 걸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공원이다. 곳곳에는 등산객을 위해 텐트를 칠 장소가 마련되어 있으며, 산책로도 얼키설키 끝없이 있다.

 

다른 공원과 다른 점은 이 공원에 오는 사람을 위해 전용 FM 방송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면 이 공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공원의 생태계와 함께 공원에 대한 안내를 자세히 해준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공원에 있는 테이블을 찾았다. 큰 통나무로 무지하게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앙증스럽게 어린아이를 위해 높은 의자를 만들어 놓았고 의자에는 좌석 벨트까지 갖추어져 있다. 어느 곳이나 어린이들이 뛰노는 공원을 가면 호주가 얼마나 어린이의 안전에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있다.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조금 나이가 든 부부가 옆에 와서 앉아 자연스레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브리즈베인(Brisbane) 살고 있다고 한다. 예순은 족히 됨직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같이 여행을 하고 있다. 35년 전에 호주를 한 바퀴 돌았고 지금 두 번째 호주를 한 바퀴 도는 중이란다. 지난번 여행과 비교하면 도로가 많이 좋아졌다며 여행을 즐기는 표정이 역력하다. 퇴직하고 여행을 다니는 노부부의 모습에서 삶의 여유를 본다.

 

조금은 선선한 울창한 숲 속에서 진한 향기를 풍기며 마시는 커피가 일품이다. 커피를 마시고 노부부와 인사를 하고 또다시 인도양을 끼고 북쪽으로 운전하니 포도주와 치즈 생산지로 이름 있는 마거릿 리버(Margaret River)라는 동네를 만난다. 인도양의 거친 파도와 울창한 숲을 간직한 품위 있는 도시다.

이 동네에는 동굴이 많다. 심지어는 도로 이름도 동굴도로(Cave Road)라고 지은 길이 있다. 동굴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4개의 동굴을 둘러볼 수 있다.  두 군데를 들러 보았다.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종유석 동굴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 속의 비포장도로를 찾아 천천히 드라이브한다. 잠시 차를 세워놓고 짧은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삼림욕도 해본다. 도로 옆으로는 서부 호주가 자랑하는 이름 모를 들꽃으로 채워져 있다. 만발한 들꽃을 배경으로 가슴 깊이 숨을 들여 마신다. 이렇게 신선한 공기와 환경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자연의 너그러움에 고마움을 느낀다.

 


태그:#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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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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