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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물의 기백을 받는 이 땅의 사람들은 강물이 강물이 아니 되게 하는 것을 절대 용허하지 아니 할 것이다. 하늘이여. 땅이여. 사람이여. 강물의 살생을 못하게 하여 주소서. 배금과 이기의 탐욕이 인간을 수장하는 것을 막아 주소서."

스님·목사·신부와 불교·기독교·천주교 종교인들이 낙동강에서 이렇게 발원했다.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빌고 또 빌었다. 스님들은 '부처님이시여', 목사들은 '하느님이시여', 신부들은 '주님이시여'를 외치며 낙동강을 그냥 흐르게 해 달라고 빌었다.

7일 오전 밀양 초동면 곡강정 앞 바위에서 내려다 본 낙동강이다.
 7일 오전 밀양 초동면 곡강정 앞 바위에서 내려다 본 낙동강이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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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 초동면 검안리 곡강정 앞뜰 펼침막이 설치되어 있다.
 경남 밀양 초동면 검안리 곡강정 앞뜰 펼침막이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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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는 7일 경남 밀양시 초동면 검암리 곡강정에서 '낙동강 지키기 현장 합동 기도회·문화행사'를 열었다. 정부가 벌이는 4대강정비사업의 하나인 '낙동강 경남 17공구(창원 대산-창원 북면)'에 해당되는 곳이다.

곡강정은 창녕 부곡에서 직선으로 내려온 낙동강이 살짝 꺾여 밀양 수산 방향으로 내려가는 곳에 있는 정자다. 곡강정 앞 바위에 서면 아래쪽으로 옛 수산대교가 보인다. 이곳은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았다고 한다. 곡강정 앞뜰에는 1982년 11월 보호수로 지정된 팽나무(수령 150년, 수고 16m, 나무둘레 4.5m)가 낙동강의 주인처럼 버티고 서 있다.

행사를 시작하기 전 안개가 자욱해 건너편 강둑이 보이지 않았는데 서서히 걷혔다. 그러자 보트를 탄 어부가 물살을 가르고 와서 쳐 놓았던 그물을 손질했다. 고니를 비롯한 온갖 철새들이 강의 주인으로 행세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기도회는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되었다.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소속 종교인뿐만 아니라 부산 범어사 소속 보살 40여명이 버스를 타고 참석했으며,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임영대 공동의장과 임희자 사무국장, 습지와새들의친구 김경철 사무국장도 참석했다. 조영건 경남대 명예교수, 김영만 Corea평화연대 상임대표, 제해식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 임봉재 가톨릭농민회 마산교구 대표, 오삼록 시인 등이 모여 들었다.

박창균 신부가 7일 오전 밀양 곡강정에서 열린 '낙동강 지키기 종교인 기도회'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박창균 신부가 7일 오전 밀양 곡강정에서 열린 '낙동강 지키기 종교인 기도회'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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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봉 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7일 오전 밀양 곡강정에서 열린 '낙동강 지키기 종교인 기도회'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월봉 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7일 오전 밀양 곡강정에서 열린 '낙동강 지키기 종교인 기도회'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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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종교의식부터 거행했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 의식으로 진행되었다. 방영식 목사는 기도에 앞서 노래 '엄마야 누나야'를 참석자들과 함께 불렀다.

방 목사는 "낙동강은 삶의 터전이고 역사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좋은 강을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낙동강을 아름답게 지켜야 할 책임까지 우리에게 주신 것이다. 낙동강은 우리만이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이어가는 생명의 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균 신부는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는 주예수 그리스도여. 저희들은 강을 지척에 두고도 그 고귀함을 알아보지 못했다. 주님. 이 강을 바라보며 생명의 진리를 알고자 하며, 생명의 끈을 이을 수 있게 해 주소서"라고 기도했다.

월봉 스님은 "대자연이 법당이다"고 한 뒤 반야심경을 봉독했다. '방생의식'에 대해 설명한 범어사 총무국장 도관 스님은 "수풀이며 강이며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면서 "생명을 해치는 것은 인간의 오만 때문이다"고 말했다.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는 7일 오전 밀양 곡강정에서 열린 '낙동강 지키기 종교인 기도회'를 올렸다.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는 7일 오전 밀양 곡강정에서 열린 '낙동강 지키기 종교인 기도회'를 올렸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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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는 7일 오전 밀양 곡강정에서 열린 '낙동강 지키기 종교인 기도회'를 거행했다.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는 7일 오전 밀양 곡강정에서 열린 '낙동강 지키기 종교인 기도회'를 거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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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행사로 참가자들이 한 마디씩 했다. 조영건 명예교수는 "낙동강과 더불어 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의 영혼을 기름지게 하는 이 모임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만 상임대표는 "요즘 뉴스를 보면 종교인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만큼 이슈가 많다는 의미이며, 우리 사회가 그만큼 어지럽다는 것"이라며 "종교인들이 나서서 고통과 도탄에 빠진 국민들을 위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가 잘못되면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 정서까지 파괴시킨다"면서 "조금 전 노래 '엄마야 누나야'를 불렀는데 지금은 강변에 살자는 게, 앞에서는 반대를 외치지만 뒤에서는 보상금을 받아 빨리 강변을 떠나자는 소리로 들릴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2부 사회를 본 김준환 신부는 "우리가 강을 닮아 간다면, 강을 파괴하는 사람들과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협동사무처장인 자흥 스님과 김홍술 목사, 김준환 신부가 7일 오전 밀양 곡강정에서 열린 '낙동강 지키기 종교인 기도회'에서 발원문을 낭독하고 있다.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협동사무처장인 자흥 스님과 김홍술 목사, 김준환 신부가 7일 오전 밀양 곡강정에서 열린 '낙동강 지키기 종교인 기도회'에서 발원문을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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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삼록 시인이 시낭송을 하고 있다.
 오삼록 시인이 시낭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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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협동사무처장인 자흥 스님과 김홍술 목사, 김준환 신부는 "발원문"을 나눠서 함께 낭독했다.

"강은 영혼이고 싶다. 강은 불성이고 싶다. 강은 숨쉬고 싶다. 강은 흐르고 싶다. 강은 잠들고 싶다. 강은 뛰놀고 싶다. 강물은 그대로이고 싶다. 낙동강은 자연재해의 시련도 많았다. 낙동강은 침략과 전쟁의 상채기도 많았다. 낙동강은 패이고 긁혀 많이도 망가지기도 했다.

사람들이 조금 더 강을 생태 그대로 가꾸고 물을 본래대로 잘 흐르게만 하면 1급수로 생수 식수의 물단지 꿀단지로 보존할 수 있는 것을 돈탐에 눈 먼 권재의 사탄이 마구니가 행패한다. 강물이 포근히 깔고 있는 찰흙보료를 시멘트로 처발라 망쳐 먹을려고 한다. … 흐르는 물을 보라는 강방에 가두어 두겠단다. 이것이 가당한 일이냐. 강은 질식을 깨고 용트림을 칠 것이다."

톱 연주가인 진효근씨가 7일 오전 밀양 초동면 곡강정에서 열린 '낙동강 지키기 현장 합동기도회와 문화행사"에서 연주하고 있다.
 톱 연주가인 진효근씨가 7일 오전 밀양 초동면 곡강정에서 열린 '낙동강 지키기 현장 합동기도회와 문화행사"에서 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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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씨가 7일 오전 밀양 곡강정에서 열린 '낙동강 지키기 현장 합동 기도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장윤정씨가 7일 오전 밀양 곡강정에서 열린 '낙동강 지키기 현장 합동 기도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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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행사는 '낙동강과 함께'라는 제목으로 문화공연으로 열렸다. 오삼록 시인이 "낙동강에서"를 낭송했으며, 장윤정씨와 방영석 목사가 노래를 불렀다. 진효근씨는 고목 아래에서 톱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었다.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는 방영식 목사, 박창균 신부, 도관 스님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지난 9월 '대북 민간지원 사업'과 '6·15, 10·4선언 이행 촉구', '평화협정체결 촉구' 등을 내걸고 창립한 단체다.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는 오는 14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낙동강국민연대 등 환경단체들이 주최하는 '낙동강 생명평화기원 행동의 날' 행사에도 주최 단체로 참여한다.

밀양 초동면 곡강정 앞 바위에서 바라본 낙동강과 수산대교 모습.
 밀양 초동면 곡강정 앞 바위에서 바라본 낙동강과 수산대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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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초동면 곡강정에서 내려다 본 낙동강.
 밀양 초동면 곡강정에서 내려다 본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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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가 7일 오전 밀양 곡강정에서 연 '낙동강 지키기 종교인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가 7일 오전 밀양 곡강정에서 연 '낙동강 지키기 종교인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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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낙동강, #4대강사업, #밀양 곡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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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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