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와 우크라이나 대선을 바라본다.
우크라이나는 구소련의 독립국가연합에 속하는, 아시아와 유럽에 걸친 넓은 영토를 자랑하는 나라다. 영토는 한반도의 세 배에 이르고 전세계 비옥한 흑토의 25%에 달하는 곡창지대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서는 신종플루가 확산되어 "국가비상사태 선포"라는 매우 이례적이고 신속한 조치가 내려졌다. 모든 학교의 3주간의 휴교령과 극장의 공연 중단, 장거리 여행금지, 대중 집회금지 등의 조치가 평상시 같으면 있을 수 있는 비상한 대응조치로 해석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새로운 정치 쟁점화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넘기며 거리 표정을 보면 일반인들은 오히려 안정을 찾아가는 느낌이며 마스크도 안하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다.
그 논란의 핵심요인은 다름 아닌 최고의 정치행사인 우크라이나 대선이 2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대중 집회의 금지령이라든가, 그를 포함한 국가비상사태의 선포라는 것은 분명 초유의 사태가 분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주 들어서는 그 상황이 더욱 더 급박하고 그 긴장감을 더하는 이야기로 확대되고 있다. 다름 아닌 대선 연기론이다.
이번 사태가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우크라이나 대선정국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중이 모이는 대중 집회가 허용되지 않고 있는 국가비상사태가 각 후보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현지에서도 대선에서의 이해득실에 대해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그것을 속단해서 판단하지는 못하지만 정치적으로 대형이벤트가 연기될 움직임을 보이는 자체에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이다.
현 대통령인 빅토르 유센코 대통령과 국무총리인 율리아 티모센코가 친러 성향의 후보로 알려져 있는 지역당의 야누코비치(59)에 크게 뒤지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대선 연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드는 속셈을 의심받고 있는 분위기는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동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매년 반복되는 가스 분쟁과 러시아 흑해함대의 자국 영토 주둔, 케르치 해협 국경 확정 문제 등 경제와 군사·외교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음으로 해서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과 상관없이 일반 국민들의 여론이 그다지 곱지 않다. 더구나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해 사회보장제도의 지원 체계도 과거에 미치지 못한다는 구시대의 향수를 갖는 사람들로 인해 더욱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 정권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아무튼 그틈을 비집고 들며 지지율 1위를 이어가고 있는 야누코비치가 이번 대선 연기설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되고 있다.
현재까지의 대선 상황을 종합해보면 빅토르 유센코 현 대통령은 이미 후보 등록을 마쳤고, 율리아 티모센코 현 총리는 당으로부터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고 이를 수락한 상태이다. 그러나 현 대통령과 총리 모두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에 여론조사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두 사람의 지지율을 합쳐도 지역당의 야누코비치에 비해 작게는 10%포인트에서 크게는 15%포인트까지 격차를 보이고 있어 이번 신종플루 사태가 대선에 어떤 작용을 할 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미모의 여성 대통령 후보인 율리아 티모셴코 총리가 이끄는 '율리아 티모셴코 블록'은 지난달 24일 키예프 독립광장에서 대통령선거 후보로 티모셴코 총리를 만장일치로 지명했다. 그는 대선 후보 지명 수락연설에서 친러시아 성향으로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지역당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표를 겨냥해 "요즘 구세력들이 복수를 꿈꾸며 권좌에 복귀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그녀는 2004년 대선 당시 함께 '오렌지혁명'을 이끌어냈던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에 대해서는 유약한 사람이며, 사람들이 기대했던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하지만 현재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최대 야당인 지역당 야누코비치 전 총리가 30%를 넘는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티모셴코 총리가 20% 이내로 2위, 재선에 도전하는 유셴코 대통령은 5% 전후로 꼴찌다. 이에 따라 현재로서는 2004년 대선 당시 유셴코 대통령에게 패한 후 절치부심해온 야누코비치와 독립국가연합(CIS) 최초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티모셴코 총리 간 2파전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특히 상당수 유권자는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하는 후보가 없어 결선 투표까지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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