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표와 전화하기도 겁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몽준 대표에게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것도 직접 전화를 걸어서다. 자신이 '세종시 여론수렴 특위'(위원장 정의화·이하 세종시특위) 구성에 마치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처럼 보도된 데 대해서다.

세종시특위에 '친박' 진영의 참여를 유도하는 당 지도부의 움직임에 빗장을 걸면서 한편으론 특위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 "정 대표에 '전화하기도 겁난다'"

박 전 대표는 9일 오전 국회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특위 참여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얘기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은 뒤 "TF(특위)와 관련한 보도도 잘못됐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어떤 보도가 잘못됐느냐"고 묻자 박 전 대표는 "정 대표가 전화를 해서 TF 얘기를 하시기에 '그건 저와 상의하실 일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엉뚱하게 보도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정 대표가 세종시특위 구성과 관련해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의사타진을 했고 박 전 대표가 '알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를 일컫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박 전 대표는 "오늘(9일) 아침에도 (정 대표에게) 전화를 드려서 '지난 번 통화도 그렇고 (지난 9월 국회에서) 뵈었을 때도 안한 얘기가 (기사로) 나가서 이렇게 되면 이제 전화하기도 겁난다'고 그랬더니, (정 대표가) '그렇게 얘기한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가 직접 정 대표에게 전화까지 걸어 불쾌감을 나타냈고 이를 언론에 일부러 소개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세종시 수정을 위한 당내 특위 구성을 에둘러 비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의화 특위 위원장 "친박 만나 참여 의사 타진"

한편 정 대표는 말을 얼버무렸다. 박 전 대표와의 통화 내용을 묻는 질문에 "글쎄… 통화는…"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정의화 의원은 이날 "친박 의원들을 만나 의사를 타진해보겠다"고 밝혔지만, 친박 쪽은 "참여 불가"를 고수하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