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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오후 한승수 전 국무총리(사진 오른쪽) 일행이 오산시를 방문했을 당시 이기하 오산시장(가운데)이 업무보고를 마친 뒤 한 전 총리를 안내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오후 한승수 전 국무총리(사진 오른쪽) 일행이 오산시를 방문했을 당시 이기하 오산시장(가운데)이 업무보고를 마친 뒤 한 전 총리를 안내하고 있다.
ⓒ 오산시청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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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건설 시행사에서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최근 검찰에 구속된 이기하(44. 한나라당) 오산시장이 지난 6월 한 언론사로부터 '2009년 대한민국 최고 목민관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수상자 선정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다 주최 측인 해당 언론사는 한국지방자치학회의 승인도 없이 목민관상 수상자 선정을 주관한 것처럼 표기하는 등 학회 명칭을 무단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학회 측이 '명칭 도용' 혐의로 법적조치를 취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9일 오산시와 지역시민단체에 따르면 이 시장은 오산시 양산동 D아파트 사업 시행업체인 M사 측에서 뇌물을 수수한 시점으로 알려진 지난 6월, 경제전문 언론사인 한국경제매거진(한국경제신문 관계사) 이 제정한 '2009 대한민국 최고 목민관상'의 생활인프라개선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올해 목민관상은 신준희 보령시장, 황주홍 강진군수, 양대웅 구로구청장이 각각 시·군·구 부문 종합 대상을 받았다. 분야별 대상에는 이 시장을 비롯해 성장전략 부문에 김용서 수원시장과 진의장 통영시장, 대민 행정개선 부문에 김복규 의성군수와 김은숙 부산중구청장, 지역경제 활성화 부문에 이강수 고창군수와 한규호 횡성군수가 각각 선정됐다.

목민관상은 전국 기초자치단체를 이끄는 능력 있고 청렴한 단체장을 가리기 위해 지난해 처음 제정됐다. 올해는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10일까지 신청을 받아 6월 26일 수상자를 선정했으며, 한국지방자치학회와 엘앤아이컨설팅이 공동 주관한 것으로 돼 있다.

신뢰하기 힘든 최고 목민관상

그러나 취재결과 한국지방자치학회(이하 학회)는 목민관상 수상자 선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국경제매거진 측이 학회 명칭을 무단으로 사용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목민관상 신청을 받고 수상자를 선정했다는 얘기다. 

학회 사무국 관계자는 "한국경제매거진에서 공동 주관으로 참여해달라는 공문을 받았으나 편익적인 측면이 고려되지 않아 학회에서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명칭사용도 승인한 적이 없었다"면서 "학회 명칭 무단도용 혐의로 법적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매거진 사업팀장은 10일 전화통화에서 "지난 2월 한국지방자치학회에 협조공문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후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모르겠다"면서 "내부적으로 확인을 해보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목민관상과 관련된 실무는 엘앤아이컨설팅에서 담당하고, 우리는 홍보업무만 담당했기 때문에 수상자 선정 등 구체적인 진행내용은 잘 모른다"면서 "목민관상에 대한 내용은 엘앤아이컨설팅으로 알아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매거진 측이 한국지방자치학회 명칭을 무단으로 사용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목민관상 신청을 받고 수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드러나 말썽이 되고 있다. 사진은 한국경제매거진의 목민관상 선정 관련 공지사항. 아래 붉은 선 안쪽에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주관처로 표기돼 있다.
 한국경제매거진 측이 한국지방자치학회 명칭을 무단으로 사용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목민관상 신청을 받고 수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드러나 말썽이 되고 있다. 사진은 한국경제매거진의 목민관상 선정 관련 공지사항. 아래 붉은 선 안쪽에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주관처로 표기돼 있다.
ⓒ 한경비지니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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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하 오산시장에 대한 목민관상 선정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산시는 지난 6월 26일 '이기하 오산시장, 대한민국 최고 목민관상 선정'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목민관상의 제정취지와 선정배경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오산시는 보도자료에서 "'2009 대한민국 최고의 목민관 상'은 뛰어난 역량과 넓은 도량을 겸비하고 남다른 소명의식으로 지역공동체 발전을 위해 매진하는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사회적 칭찬을 보내는 취지에서 제정된 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산시는 가장산업단지를 조성해 외자유치와 고용을 창출했으며, 수도권 교통요충지에 걸맞게 동양 최대의 롯데오산물류센터를 유치해 물류산업의 기반을 조성하는 등 지역경제발전과 재래시장 활성화, 서민경제안정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이 상을 받은 지 5개월 만에 '비리 자치단체장'으로 추락했다. 이 시장의 뇌물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목민관상의 권위도 손상을 입게 됐다. 결과적으로 '최고의 목민관'이 아닌 '비리 시장'에게 상을 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오산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선 지난해 말부터 이 시장에 대한 비리의혹이 불거지고, 2차례의 검찰소환조사, 그의 친인척 비리문제 등으로 시끄러웠던 상황에서 어떻게 이 시장이 목민관상 수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원근 오산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 공동대표는 "이 시장이 목민관상을 받을 당시에도 지역에서 과연 상을 수상할만한 적격 인물인지를 놓고 말들이 많았다"면서 "비리의혹을 받고 있던 이 시장이 어떤 이유로 목민관상을 받게 됐는지 의문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오산시가 이 시장의 목민관상 수상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가장산업단지 유치로 고용을 창출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현재 가장산단은 입주업체가 거의 없고, 특히 이 시장의 부인이 이곳에 수억대의 땅을 매입해 문제가 됐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역개발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는 시장의 부인이 개발지역의 땅을 사들인 사실만으로도 이 시장은 공직자윤리기준을 위반한 것이며, 또한 롯데오산물류센터는 전임 시장 때 유치해 이 시장 취임이후 인허가를 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따라서 "목민관상 수상자 선정과정에서 이 시장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주최 측에서 시민사회단체 쪽의 얘기만 들었어도 '비리백화점 시장'에게  최고 목민관상을 주는 황당한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목민관상 주관사 "검증방법에 하자가 있었다"

이에 대해 목민관상 선정 작업에 관여한 엘앤아이컨설팅 관계자는 통화에서 "오산시장의 검찰조사 건과 관련해 시장 측에 몇 번씩 확인을 했지만 문제가 없다고 해서 받아들였다"며 "결국 수상자 선정 과정이 과학적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마지막까지 걸림돌이 오산시장이었다"면서 "나중에 문제가 되면 상의 권위가 실추되기 때문에 검증과정에서 문제가 없음을 철저히 입증하도록 요구했어야 됐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검증방법에 하자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오산시는 지난 6월 26일 ‘이기하 오산시장, 대한민국 최고 목민관상 선정’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목민관상의 제정취지와 선정배경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사진 중간 붉은 색 안쪽)
 오산시는 지난 6월 26일 ‘이기하 오산시장, 대한민국 최고 목민관상 선정’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목민관상의 제정취지와 선정배경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사진 중간 붉은 색 안쪽)
ⓒ 오산시청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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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방송에서 자치단체의 '돈 주고 상 받기' 문제를 보도한 이후 자치단체들이 참여를 꺼려 경쟁률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수상자를 선정하다보니 오산시장도 포함됐다"고 선정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그동안 방송에 보도됐던 단체들처럼 전형 수수료 외에 상을 주고 거액의 돈을 받지는 않았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전형 수수료가 얼마정도였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한편 수원지검 특수부는 지난 5일 아파트 시행사에서 2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이 시장을 구속했다. 검찰이 이 시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모두 5가지.

언론보도 내용에 따르면 이 시장은 지난 6~7월쯤 오산시 양산동 D아파트 사업을 시행하는 M사 임원 홍아무개(63.구속)씨로부터 인허가 편의 제공을 대가로 전직 언론인 조아무개씨 등을 통해 2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시장이 2006년 조씨를 통해 소개받은 이아무개씨가 대표로 있는 토목하청업체 E사에 아파트 도로공사를 맡겨 달라고 홍씨에게 부탁했고, M사는 공사비를 부풀려 E사에 지급하는 방법으로 이 시장에게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M사가 E사에 과다 지급한 공사비는 모두 10억원에 달하며, 검찰은 아직 건네지지 않은 8억원도 뇌물의 용도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시장은 또 지난해 오산시 청호동의 한 아파트 건설부지 매입 용역업체인 K엔지니어링에서도 3000만원을 받은 혐의와 아파트 공사현장 식당 운영권과 어린이공원 조성공사를 특정인에게 주도록 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앞서 이날 오후 수원지법에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시장은 자신의 혐의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하태흥 영장전담판사는 "관련자 다수의 진술과 통화내역 등에 비춰 혐의사실이 인정된다"며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 판사는 영장 발부 사유와 관련해 "약속하고 수수한 뇌물의 액수가 크고 취임 직후부터 오랜 기간 동일한 수법으로 여러 차례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사안이 중대하고, 주요 참고인을 국내외로 도피시키고 이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번복하도록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영장을 발부한다"고 밝혔다고 언론은 전했다.


태그:#이기하 오산시장, #목민관상 수상, #뇌물비리 구속, #한국경제매거진, #오산시민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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