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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황혼로맨스를 펼치는 탤런트 이순재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황혼로맨스를 펼치는 탤런트 이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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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수많은 화제를 몰고 다녔지만 요즘에는 이름값 못하는 '스타'들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요새 들어 중견 배우들의 반란이 눈에 띈다. 특히 그들 덕분에 시청률이 올라가고 있으니 한 번쯤 중년들의 귀여운 반란을 되짚어 봐야 할 듯싶다.

과거 드라마를 보면 '트렌디 드라마'가 강세였고 이에 스타급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지금도 스타급 배우들이 이름값을 하는 드라마가 많지만 과거에는 스타 배우들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도 시청률이 확보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오히려 스타급 배우들이 나와도 스토리 혹은 연기가 좋지 않다면 가차없이 냉대를 받는다.

시청자의 눈높이가 올라간 탓도 있겠지만, 비슷비슷한 작품들이 많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력이 떨어질 경우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기력 뛰어난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요즘 들어 중년 배우들의 출연작이 인기를 얻는 이유다.

꽃중년의 로맨스 가이, 이순재

그 가운데 선두주자는 배우 이순재. 이미 '야동순재' 신드롬을 일으키며 젊은이들에게 환영받는 70대 노익장 배우가 이순재다. 그가 연기하는 드라마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시작으로 <엄마가 뿔났다> <사랑해, 울지마> 그리고 <지붕뚫고 하이킥>까지.

그만큼 이순재란 배우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는 작품마다 다른 색깔의 연기를 펼치는데 MBC 일일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는 '꽃중년'의 로맨스를 펼치면서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극 중에서 이순재는 식구들에게 괴팍하지만 김자옥에게는 한없이 유약한 모습을 보이며 노년도 뜨거운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과시한다. 둘의 로맨스는 젊은이들보다 활발하고 적극적이다.

특히 100일 이벤트·학 접기 등과 같은 '서프라이즈 파티'를 김자옥에게 보여주고 둘의 연애를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선보이면서 웃음까지 유발하고 있다. 그래서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중년 로맨스 이야기가 빠진다면 '앙꼬 없는 찐빵' 정도가 될 만큼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진희와 한혜숙, 이보다 더 철없는 부모는 없다

'홈드라마'와 '막장드라마'의 사이를 줄타기 하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 <보석비빔밥>의 철없는 부모 궁상식과 피혜자로 분한 한진희와 한혜숙도 눈에 띈다. 베테랑 연기자답게 속물근성과 철없는 행동의 변신을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특히 한혜숙의 변신은 그야말로 파격이다. 중년여배우로 활약한 그녀였지만 한 번도 망가지는 역할을 하지 않았던 그녀가 사고뭉치 엄마로 분한 것은 대단한 각오가 필요했으리라. 한진희의 경우 <조강지처 클럽>에서 이미 바람둥이 아버지로 분한 전력이 있어 그의 변신은 한혜숙에 비하면 강도가 덜하다.

<보석비빔밥>에서 두 사람의 연기는 젊은 연기자들에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근엄한 아버지와 우아한 어머니를 연기했던 이들이 밖에서 자식을 낳고도 뻔뻔함과 허세 가득한 아버지로, 없는 살림에 가슴확대수술을 감행하고, 돈 1천만 원으로 굿을 하려는 엄마로 등장한다.

특히 이들은 서로를 못 마땅해 하며 늘 싸우지만 바늘과 실처럼 행동한다. 또한 자식과의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재미를 안겨준다. 따로 떨어져 살다가 다시 함께 살게 되면서 모처럼 신혼의 재미를 만끽하는 이들이 껴안고 서로 밥을 먹여주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웃을 수밖에 없다.

견원지간으로 분한 김영옥과 정혜선

 <보석비빔밥>에서 중년 배우들의 활약은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보석비빔밥>에서 중년 배우들의 활약은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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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비빔밥>에는 감초 역할을 하며 웃음을 주는 중년 배우들이 또 있다. 궁상식과 피혜자의 어머니로 분한 배우 김영옥과 정혜선이다. 친구이자 사돈인 이들은 견원지간처럼 으르렁대는 사이로 등장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결명자와 백조로 분한 두 사람은 자식을 하나씩 나눠 가졌지만 성격과 생활방식이 달라 자주 충돌한다. 서로 만담을 주고받는 형식이다. 극 중 카일에게 김치를 앞다퉈 선물하는 장면에서 결명자는 "백조가 준 김치는 중국산 고춧가루를 썼지만 나는 태양초다. 내 김치를 먹고 다른 김치는 찌개나 끓여 먹어라"고 질투 어린 말을 건넨다.

여기에 결명자는 가슴확대 재수술 후 휴식 중인 혜자에게 가서 "가슴 부풀렸다며. 별로 티도 안 난다. 손주 볼 나이에 노망이 난 것도 아니고 큰돈을 왜 거기에 쓰냐"고 비아냥거린다. 또한 백조는 피혜자에게 '마귀할멈'이라 응수하며 바지를 벗기는 소동을 벌인다.

특히 많은 나이에도 소림사 복장으로 분장까지 하며 코믹연기를 멋지게 소화해내고 있다. 사실상 <보석비빔밥>에서 두 사람의 역할은 조연에 불과하지만 극이 코믹드라마로 분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천상 공주 허윤정과 기분파 아버지 강석우

 <그대웃어요>에서 허윤정과 강석우는 연기변신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대웃어요>에서 허윤정과 강석우는 연기변신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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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이 아니다. SBS 주말드라마 <그대 웃어요>에도 중년 연기자들의 맹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대 웃어요>는 전형적인 '홈드라마'로 중년 연기자들의 연기가 극의 활력소를 불어 넣고 있다. 한평생 부잣집으로 살다 망한 강석우와 허윤정 커플은 <보석비빔밥>에서처럼 민폐 중년 부부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그동안 자상한 혹은 근엄한 아버지 역할을 도맡았던 강석우는 이 드라마에서 이기적이며 무능력한 기분파 아버지로 등장한다. 또한 허윤정은 한평생 부잣집 사모님으로 우아하게만 살다 하루아침에 몰락한 '속 빈 강정' 공주희 역을 맡아 코믹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녀 역시 멜로 연기만 했던 기존 배역과 달리 코믹한 캐릭터로 분해 연기파 배우임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공주희는 집에서 레이스로 장식된 옷만 입는 설정을 통해 허영심 강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주연보다 더 빛나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최불암·천호진·송옥숙 등 중년 연기자들의 활약 역시 대단하다.

왜 이렇게 중년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것일까? 그만큼 수많은 시간 동안 다양한 연기를 통해 쌓은 실력 덕분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들을 온전히 신뢰할 수 있다. 탄탄한 기본기에 더해 새로운 변신까지 시도하는 중년 배우들의 연기가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이순재 #한혜숙 #김영욱 #허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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