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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균 민주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 한겨레제공
제1야당인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4대강 사업을 축소하고, 그 예산(22조5000억원)으로 교육복지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10일 오전 7시 45분 KBS 1라디오 교섭단체 정당대표 연설을 통해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라디오 연설에서 "오늘 정부는 국민이 하지 말라고 하는 4대강 공사를 전국 12곳에서 일제히 시작한다"며 "많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밀어붙이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4대강 공사 예산은 당장 22조 5천억원이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갈지 모른다"며 "이 때문에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복지, 교육, 지방 예산이 대폭 깎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축소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에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정 대표가 중점을 둔 부분은 교육복지였다.

정 대표는 "최근 이 대통령은 '국민 1인당 GDP 4만달러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장담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결식아동이 40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또 "더욱 끔찍한 일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라며 "올해 지원됐던 결식아동 25만명에 대한 541억원의 급식 지원 예산이 통째로 삭감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와중에 강남구 도곡동에서는 주민센터를 짓는데 855억원을 쓴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현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는 쓴 소리도 이어졌다.

정 대표는 "민주당과 저는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더 이상 앉아서 보고 있을 수 없다"며 ▲ 대학등록금 반값 ▲ 지방국공립대 무상 교육 ▲ 고등학교 의무교육 ▲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무상급식 ▲ 취학전 아동 무상보육 등 5대 교육정책 실현을 약속했다.

반값 등록금 등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4대강 사업 축소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5대 교육정책에는 모두 13조 5천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계된다"며 "많아 보이지만, 4대강 예산 22조5천억원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액수"라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비의 절반 정도면 교육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는 "교육기회 균등의 차원에서 민주당의 실천 과제를 말씀드린 것은 교육비가 부유층들에게는 큰 부담이 안되겠지만 중산층과 서민대중에게는 가장 큰 부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청년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라며 "따뜻한 격려와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일은 우리 사회 모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이며 공약 실현을 거듭 약속했다.

서민과 중산층 초점 맞춰... 청와대-민주당 '라디오 홍보전' 시작

이날 정 대표의 연설은 서민과 중산층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부자정권'인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또 정 대표가 라디오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연설(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에 대한 반론권을 요구했지만 KBS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KBS는 이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연설과 동등한 기회를 주는 대신 여당인 한나라당 대표와 격주간 라디오 연설을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 대표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라디오 연설을 거부해 왔다. 그 사이 이 대통령은 모두 27차례 라디오 주례연설을 진행했다.

민주당이 그 동안 거부해 온 라디오 연설을 받아들이기로 전격 결정한 것은 청와대의 일방적인 홍보전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영민 대변인은 "대통령의 일방적 정부 홍보연설만 계속되는 것은 국민의 올바른 여론형성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동등 기회 제공) 원칙에서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라디오 연설이 불합리하지만 야당의 건전한 생각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는게 노 대변인의 설명이다.     

다음은 정 대표의 라디오 연설문 전문.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중산층과 서민의 벗, 민주당 대표 정세균입니다.

신종플루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어서 걱정이 크시죠.
날씨가 추워지면 감기도 기승을 부릴 텐데,
국민 여러분 각별히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정부는 국민이 하지 말라고 하는 4대강 공사를 전국 12곳에서 일제히 시작한다고 합니다.
많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4대강 공사 예산은 당장 22조 5천억원이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갈지 모릅니다.
이 때문에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복지, 교육, 지방 예산이 대폭 깎였습니다.

민주당은 강바닥을 파헤치는 것보다 교육과 복지, 서민을 위해 예산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는 올바른 방법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특히 국민여러분께 교육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침 모레 수능시험이 치러집니다.
매년 초겨울 이맘때면 우리나라 전체가 수능시험 때문에 뜨거운 열병을 앓습니다.

이날 시험을 잘 치기 위해서 초등학교때부터 학원을 전전하고 학부모들은 뒷바라지하느라 등골이 휩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오늘 저의 첫 라디오 연설을 빌어서 이 문제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먼저 현실을 살펴봅시다.
얼마 안되는 부유층은 학원비가 올라가도,
대학등록금이 올라가도 큰 부담이 없지만,
대다수 중산층과 서민은 마음을 졸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에 근무하는 고등학교 현직교사들의 보고서를 본 적이 있습니다.
'꿈을 잃어버린 학생들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입니다.

그 내용은 '자퇴가 제일 쉬웠어요. 가난하니까'라는 처절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였습니다.

남 얘기 같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배를 곯으면서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가지 못하고
검정고시를 치렀습니다.

한 해 동안 집에서 나뭇짐을 지다가
고등학교도 뒤늦게 들어갔습니다.

40년 전에 제가 겪었던 일이 오늘날에도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돈이 없어서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더 이상 없도록 하는 것이
바로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겠습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1인당 GDP 4만달러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장담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결식아동이 40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대통령에게 묻고 싶습니다.

더욱 끔찍한 일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입니다.
올해 지원됐던 결식아동 25만명에 대한 541억원의
급식 지원 예산이 통째로 삭감됐습니다.

이런 와중에 강남구 도곡동에서는
주민센터 하나 짓는데 855억원을 쓴다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현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민주당과 저 정세균은 이런 안타까운 교육 현실을
더 이상 앉아서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학부모는 물론 학생의 부담을 덜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교육 인프라에 대한 개선책이 없으면,
우리의 내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대학등록금 천 만원 시대입니다.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어 대학생 자녀가
둘 이상 있는 가정은 한명은 군대를 보내거나
휴학을 시켜야 하는 실정입니다.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반값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반값 등록금'은 이명박 대통령의 화려한 대선 공약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 아직까지 지켜지지 못한 약속입니다.

예산이 없어서일까요?
아닙니다.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가 없기 때문이지요.
4대강 공사는 22조 5천억이 들지만
반값등록금은 5조원이 들어갑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민주당은 오랜 기간 숙원사업으로 손꼽혀 온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전면 무상급식을 추진하겠습니다.

민주당은 현재 중학교까지로 한정된 무상의무교육을 고등학교로 확대시키겠습니다.
연 2조4천억이면 가능한 일입니다.
이 역시 4대강 예산에 비하면 아주 적은 비용이지요.

민주당은 이런 내용을 담은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방국공립 대학생들이
무상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지역이 고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인재들이 많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취학전 만 5세 이상 50만명 아동에게 무상 보육을 시켜야 합니다.
이 정책은 저출산 문제와 양육비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1조 7천억원이 듭니다.

대학등록금 반값과 지방국공립대 무상 교육,
고등학교 의무교육,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무상급식, 취학전 아동 무상보육.
이 같은 5대 교육정책에는 모두 13조5천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계됩니다.

많아보이지요?
그러나 4대강 예산 22조 5천억에 비해서는 훨씬 못 미치는 액수입니다.

제가 오늘 교육기회 균등의 차원에서 민주당의
실천 과제를 말씀드린 것은
교육비가 부유층들에게는 큰 부담이 안되겠지만 중산층과 서민대중에게는
가장 큰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청년들은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그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함께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일은 우리 사회 모두가 해야 할 입니다.

민주당은 국민들에게
고르게 혜택과 이익이 돌아가는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 제 연설에 귀 기울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때로는 질책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 새겨듣겠습니다.
아무쪼록 건강과 행복이 모든 가정에 가득하기를 빕니다.

그리고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님께도 격려와 파이팅을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민주당#정세균#라디오연설#4대강#무상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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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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