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 탄핵소추안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11일 한나라당이 '색깔론'을 제기하며 자동폐기시키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국회 대정부질문(경제분야) 마지막날인 이날 여야는 본회의장에서 신영철 탄핵안 처리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율사 출신인 성윤환 한나라당 의원(경북 상주)은 대정부질문 시작 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신영철 탄핵안을 발의한 야당을 맹비난했다. 또 신영철 사건을 '좌파 판사들의 음모'로 몰아붙였다. 이는 사법부 내 진보적 법이론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겨냥한 것이다.
그는 "신 대법관 사건은 진보 성향의 일부 판사들이 우경화하는 법원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계획적으로 음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야당이 다시 쟁점화하는 것은 진실을 밝히려는 것이 아니라 사법 권위를 훼손하고 사법부를 뒤흔들려는 음모이며, 진실을 왜곡하고 국민 여론을 호도하려는 저급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야당의 탄핵안이 "법률적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헌법 제65조에 따라 법관이 직무집행 중 위헌, 위법행위를 해야 탄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장 시절 행위로 대법관을 탄핵할 수 없다는 논리다. 또 신 대법관이 파면당할 정도로 위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신 대법관 탄핵이 국익과 민생에 도움이 되느냐"며 "야당은 국민 볼모로 잡고 벌이는 소모적 논쟁을 그만두고, 이제 차분히 예산 심사를 하자"고 요구했다.
한나라 "법관 재직중 위법행위만 탄핵" vs 민주 "헌법에 '재직중' 규정 없다"
성 의원이 색깔론을 제기하자 민주당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원내수석부대표인 우윤근 의원(전남 광양)은 곧 이어진 의사진행발언에서 "정치공세가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야당이 신영철 탄핵안을 제출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을 명백히 침해했기 때문"이라며 "사법부의 독립이 중요하기 때문에 탄핵안을 발의했다, 야당이 사법부에 정치공세를 할 이유가 어딨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법관 재직 중 위법행위로만 탄핵을 할 수 있다"는 성 의원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는 "헌법 65조에 '재직중'이라는 말은 없다"면서 "재직 여부와 상관없이 공무원으로서 자질이 안 되면 배제해야 한다는 게 헌법 정신"이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국회법상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보고되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무조건' 무기명표결을 하도록 돼 있다며 즉각 본회의 상정을 요구했다. 그는 "탄핵안을 자동폐기하겠다는 한나라당은 모든 법 절차와 규정을 어기고 있다"며 "오만, 독선적인 한나라당은 헌법재판소 기능까지 겸하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12일 오전 10시까지 신영철 탄핵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김형오 국회의장을 압박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신영철 감싸기에 나선 것은 의회 독재"라며 "한나라당의 일방통행은 신 대법관 한 명을 구할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국회법 절차에 따라 당연히 신영철 탄핵안은 표결에 부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김형오 의장은 이날 오전 상임위 활동을 위해 12일부터 30일까지 본회의 휴회를 의결해 탄핵안이 이날 상정되지 못하면 자동폐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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