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경제시평을 연재합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cafe.daum.net/kseriforum)는 정직하고 도덕적인 지식의 생산기관을 자임하며 건강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아직 버블 붕괴의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이미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한국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한계를 넘어선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1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부동산시장의 투기는 주로 돈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은행들이 대규모 대출을 해주면서 유지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돈 있는 사람들조차도 물려 버린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온갖 부동산투기 조장정책을 쏟아 내고 일부 언론의 온갖 선동에도 부동산시장은 일시적으로 반짝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그치고 있어 투기수요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2008년 전국의 총 아파트 수 714만호 가운데 공공임대아파트 85만호를 제외한 629만호가 매매가능한 아파트입니다. 그런데 2005년 기준으로 주택 자가소유율은 전국 평균 55.6%이고 서울은 44.6%에 불과합니다. 수도권 전체로도 50.2%에 불과합니다. 일반주택보다 훨씬 고가인 아파트는 자가소유율이 이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설명의 편의상 아파트 자가소유율을 주택 자가소유율과 같다고 간주하여 아파트 소유구조를 분석해 봅시다. 이 경우, 은행 빚을 얻어 아파트를 산 사람까지 포함하여 아파트의 자가소유자는 356만호 가량이며, 나머지 273만호는 전월세 아파트에 삽니다. 또 자가소유자 365만호 중 은행 빚을 내 아파트를 산 사람이 150만호 가량이며 완전히 자기 돈으로 아파트를 산 사람은 206만호 가량으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투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완전히 자기 돈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입니다. 즉 208만 명이 최소한 481만호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 됩니다. 이는 1인당 평균 2.3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왜냐하면 완전히 자기 돈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 가운데에도 은행 빚을 얻어 아파트 투기 매입을 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연구소의 조사분석 결과, 지역별로 완전히 자기 돈으로 아파트를 산 사람들의 평균 아파트 보유 수는 서울이 4채, 경기 2.3채, 인천 2채로 나타났으며, 부산은 3.4채, 충남 3.1채, 대구 2.5채, 대전 2.4채, 광주 2.1채, 울산 2.2채로 나타났습니다. 투기가 심한 지역 순으로 아파트 다주택 보유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 중 충남의 3.1채는 행복도시 건설과 관련하여 수도권지역의 원정 투기자들이 많은 때문으로 보입니다.
부동산투기 조장하는 정책에도 한계 드러내는 투기 수요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2008년 종부세 납부 현황도 이 같은 투기적 거래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말 현 정부가 세대합산 과세에서 개인합산 과세 방식으로 종부세법을 개정한 영향으로 종부세 납세자 가운데 2주택 이상 다주택보유자 수는 2007년의 22만8667명에서 2008년에 6만1662명으로 1/4 수준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반면 1채 보유자 수는 2007년 15만2969명에서 2008년에는 18만2490명으로 20% 가량 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3채 이상 보유자의 경우에도 2007년에 비해 2008년에 모두 절반 가량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채 이상 보유자는 1채당 평균 공시가격 기준으로 3억원만 잡아도 9억원을 넘기 때문에 수도권 거주자가 대부분으로 종부세법 개정에 관계없이 과세대상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식적으로는 2007년과 2008년에 종부세 납부 다주택 보유자 수는 크게 변화가 없어야 합니다.
이처럼 3채 이상 다주택 소유자들의 숫자가 절반 가량으로 줄어든 것은 이들 다주택 소유자들이 2008년에 대거 주택을 처분했거나 종부세 면세 임대사업자로 전환했든지 아니면 임대사업자들이 미임대(최대 2년) 위장신고로 종부세를 피해가고 있든지 세 가지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 정부는 2008년 말의 종부세법 개정에서 종부세 면세 임대사업자의 범위도 대폭 늘려 종부세의 망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들 다주택 소유자들이 2008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택가격 급락으로 대거 보유주택을 처분한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다주택을 소유한 대표적인 사람들은 이른바 고소득 내지는 신용도가 높은 직종의 의사, 변호사, 약사, 검사, 판사 등 이른바 '사'자 붙은 사람들과 기업인, 정치인, 공무원들입니다. 물론 일부 언론사의 상당수 언론인들도 결코 빼놓을 수 없습니다. 부동산 관련 언론보도의 대부분이 근거 없는 투기 선동 일색인 이유가 바로 적지 않은 언론인 자신들이 부동산 투기의 당사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들 투기여력이 있던 아파트 다주택 보유자들이 작년 후반 이후 가격하락으로 물려 버렸습니다. 아파트가격은 떨어지는데 금융위기로 원화 대출금 상환 압력이 커지고 엔캐리자금 등 외화 대출에 손을 댄 사람들은 엄청난 환차손까지 뒤집어쓰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들이 부동산 덫에 물린 바람에 은행들도 이들에게 더 이상 투기자금 대출을 해주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특히 언론사 관계자 중에는 소득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은행 빚을 얻어 아파트를 여러 채 매입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거의 모든 언론사에 널려 있으니 부동산 관련 기사가 어떻게 나올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2주택 이상 다주택보유자, 07년에 비해 08년에 1/4 수준으로 줄어이상의 아파트 소유구조 분석으로부터, 한국의 아파트시장은 사실상 실수요가 아닌 투기적 가수요가 지배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투기한 돈 있는 사람들조차 이제는 더 이상 투기하기 어려운 한계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즉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모두 자신의 한계를 넘어 다 사버린 상태이고, 이제는 부동산 가격하락에 따른 손실과 원리금 상환부담으로 더 이상 살 여력이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이미 2007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2007년부터 아파트 미분양이 급증하고 거래량이 급감한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기적 부동산대출을 경쟁적으로 해온 은행들 역시 사실상 파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2007년 말에 CD 및 은행채 금리가 폭등했다는 사실과 작년 말에 한국은행이 은행들의 단기외채 500억 달러 이상을 대신 상환해준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만능형 청약저축통장을 만들어 선동하고 있는 것은 돈 없는 일반서민들까지도 은행 대출을 받아 아파트 투기를 하라고 선동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돈 없는 무주택 일반 서민들을 끌어들여 마지막 폭탄 돌리기를 하려는 것인데, 이는 영락없이 한국판 서브프라임론 사태를 초래하는 꼴입니다. 돈 없는 일반서민들은 만능형 청약통장의 소유 여부에 관계없이 자신의 소득으로는 도저히 고가의 아파트를 살 능력이 없습니다.
놀랍게도 국토부에 신고된 실거래가 통계를 보면 서울과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작년 연말과 올 연초에 과거 고점대비 10~40%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면적과 층수, 방향 등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이 그렇게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실제 사려고 하면 비싼데 팔려고 하면 헐값이라고 하는 현실의 아파트 매매 실상을 잘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부풀려진 신규 분양아파트를 사려고 하면 엄청 비싼데 기존 아파트를 팔려고 하면 급매물 헐값에 내놓아도 잘 안 팔리는 현실을 잘 드러내는 증거인 것입니다.
앞으로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기대감과 그로 인해 주택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허황된 주장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경제학이 성립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리는 수요는 가격의 함수라는 것입니다. 즉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게 되며 가격이 내리면 수요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가격이 오를 것이므로 수요가 늘어난다는 주장은 투기버블을 선동하는 사기꾼들의 농간에 불과합니다. 이미 한국의 아파트는 수요가 거의 사라져버릴 정도로 가격이 올라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수요가 되살아나려면 가계의 평균소득 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주택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급증으로 화폐적 인플레가 우려되며, 화폐적 인플레가 발생하면 부동산이나 금이 인플레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투자수단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화폐적 인플레가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하게 발생한다면 금리도 폭등하게 될 것입니다. 금리가 폭등하면 부동산이든 뭐든 모든 수요가 위축될 것입니다. 금리인상은 특히나 투기적 가수요가 지배하는 부동산시장에는 쥐약인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어느 나라든 인플레가 급등하여 부동산가격이 오른 경우는 없습니다. 오히려 인플레 억제를 위한 금리급등으로 수요가 크게 줄어 부동산가격이 폭락하고 부동산시장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제는 돈 있는 사람들조차 더 이상 투기하기 어려운 한계에 봉착한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는 역설적으로 경기불황 때문에 일시적으로 지연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불황으로 인해 터무니없이 정책당국이 기준금리를 대폭 낮추는 바람에 시중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무한정 버틸 수는 없습니다. 경기가 다소 호전되거나 화폐적 인플레가 발생한다면 유동성 회수와 금리인상은 불가피합니다. 유동성이 회수되고 금리가 인상된다면 부동산시장의 붕괴도 다시 가시화될 것입니다. 이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 버린 것입니다.
2009년의 일시적 반등으로 많은 이들이 착각하고 있지만, 한국의 아파트 시장은 이미 투기버블 붕괴의 초기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해둡니다. 한국경제는 지난 10년 동안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고 버블 붕괴를 억지로 막기 위한 엉터리 정책 남발로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버렸습니다.
기업이든 금융기관이든 손쉬운 사기적 부동산투기 게임판이 있는 한 그곳에서 빠져 나오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결과 지난 10년 동안 한국경제는 제대로 된 일자리도 창출하지 못하고 새로운 성장동력도 키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가계는 빚만 늘었으며 국가 역시 '친기업'이라는 미명하에 공적자금으로 엉터리 짓을 한 기업들의 밑을 닦아주느라 모든 것을 쏟아 부어 국가채무만 천문학적으로 늘었을 뿐입니다. 그런 가운데 계층간 위화감은 커지고 사회 공동체적 연대감은 사라졌습니다.
제조 대기업들은 제조업을 포기하고 부동산과 금융업, 언론사업까지 진출한 데 이어 이제는 동네 구멍가게와 밥그릇을 다투는 수퍼체인 형태의 유통업까지 진출하겠다고 난리입니다. 새로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몸으로 때우는 밑바닥 서민들의 조그만 밥그릇까지 모조리 빼앗아 가겠다는 것입니다. 안 되면 돈의 힘을 동원하고 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고쳐서라도 말입니다. 혁신과 기업가적 도전정신을 키우려는 것이 아니라 남의 밥그릇을 빼앗고 정경관언사법 유착을 바탕으로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유지하기 위해 서슴없이 정부와 정치권, 사법권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거기에 정치권과 정부관료들은 부동산투기 조장으로 떼돈을 벌어온 건설업체들을 위해 막대한 재정적자를 일으켜 뒷처리를 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여든 야든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고위 정부관료들의 대다수가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투기 의혹에 걸리지 않은 자가 거의 없습니다. 도대체 이들 업체들로부터 무엇을 얼마나 받아먹었기에, 얼마나 챙겨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짓을 서슴없이 할까요?
일반인들은 이미 마지막을 지나버린 사기성 폭탄 돌리기 선동과 조작에 물리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신입니다. 한국경제 역시 하루라도 부동산 투기버블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자식세대에게 더 이상의 고통을 떠넘기지 않고 그나마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붙잡을 수 있는 길입니다. 대한민국의 부모세대들은 자식세대의 안녕과 행복을 짓밟으며 부동산투기버블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부모세대가 자식세대들의 삶을 빼앗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부동산투기 버블의 거품에서 헤어나 한국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찾는데 모두 합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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