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등산길에 오를 때 이미 해는 지고...하산길에 내려다 본 불켜지는 도시...
▲ 오봉산 저녁산행... 등산길에 오를 때 이미 해는 지고...하산길에 내려다 본 불켜지는 도시...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오후 4시! 시간 맞춰 돌아온 남편과 함께 서둘러 집을 나섰다. 오후의 짧은 햇살이라도 등 뒤에 따스하게 업고 가는 산행이라면 좋을 테지만 오봉산 들머리에 들어설 땐 이미 오후 5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산꼭대기에 걸려 있던 잔광도 겨우 버티다 식은 재처럼 꺼지는 시간, 등산 갔던 사람들도 하산했거나 마지막으로 서둘러 바삐 내려올 시간이었다.

금방 어두워지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면서도 오랜만에 나선 늦은 산행이라 아니 가기엔 또 아쉬웠다. 혹시 이런 늦은 시각에도 우리처럼 뒤늦게 산에 오르는 산 벗이라도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등산로 들머리에 들어섰다. 3월에 와 본 뒤로 처음이다. 시간이 늦은 까닭에 오봉산 제1봉(530m)까지 다는 갈 수 없어 애초에 출발하기 전 '작은 오봉산'까지만 가 보기로 했다.

등산길...벌써 어두워지고...
▲ 오봉산... 등산길...벌써 어두워지고...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양산 오봉산은 5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능선으로 530m의 제1봉이 낙동강 바로 동쪽에 자리잡고 그 반대편 북동쪽, 양산시 부근 못 미처 제5봉(450m)이 있어 산줄기의 흐름이 제일 낮은 봉우리에서 마지막으로 높은 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오봉산의 맞은 편 북쪽에는 토곡산이 자리잡아 가지산, 간원산, 신불산, 영축산으로 이어오던 영남알프스가 낙동강에 이르러 끝맺음을 한 것이 바로 오봉산이다.

양산 주변에는 영남알프스를 비롯해 높은 산들이 많아 비교적 산세가 낮은 오봉산을 별로 쳐주지 않지만 제1봉 7부 능선에 있는 암봉 '임경대'는 신라시대의 최치원이 이 일대의 수려한 경관에 반해서 시를 남긴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요즘은 패러글라이더 동호인들의 발길이 잦아 가끔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패러글라이더를 볼 때가 있다.

오봉산에서 내려다 본 풍경...양산천 사이에 걸린 다리...그 위에 높이 솟은 빨간 패러글라이더...작은 오봉산에서 새처럼 날아오르다...
▲ 오봉산 ... 오봉산에서 내려다 본 풍경...양산천 사이에 걸린 다리...그 위에 높이 솟은 빨간 패러글라이더...작은 오봉산에서 새처럼 날아오르다...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등산길에 내려다보다...양산시 물금, 범어 일대에 불이 켜지고...저 멀리 낙동강 희미하고...
▲ 오봉산... 등산길에 내려다보다...양산시 물금, 범어 일대에 불이 켜지고...저 멀리 낙동강 희미하고...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출발지인 범어 배수지(팔각정) 밑에서부터 작은 오봉산까지는 1km의 거리이고 왕복 2km다. 한동안 뜸했더니 그동안 등산로가 많이 정비되어 입구에서부터 전에 없던 새로운 것들이 눈에 띄었다. 신발 먼지털이가 새로 생겼고 화장실도 새로 생겼다. 산행 길 역시 전보다 더 넓어진 데다 더 올라가다 보면 물금 성당까지 이어진 산책로도 왼쪽 옆구리에서 끝까지 나 있다.

굳이 산행을 하지 않더라도 주민들이 산책하기에 좋은 오솔길이 산 중턱을 가로지르고 있다. 돌투성이 길을 넓히면서 돌탑들도 산길 옆에 여러 개 봉긋 봉긋 솟아 있다. 작은 오봉산은 보통 걸음으로 1시간이 조금 더 소요된다. 길은 제법 경사가 높다. 바람을 산이 가로막고 있어 등산길에 땀이 솟는다. 제법 운동이 된다. 숲에 드니 솔잎 향기와 이름 모를 숲 향기가 코끝에 와 닿았다.

작은 오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오봉산 능선 ...저기 끝자락에 오봉산 제1봉이 보이고...
▲ 오봉산 등반... 작은 오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오봉산 능선 ...저기 끝자락에 오봉산 제1봉이 보이고...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등산로를 올라가면서 해는 지고, 저녁 이내가 깔린다. 중간 중간에 운동시설도 있지만 오래 머물지 못하고 어두워질까봐 갈 길을 재촉한다. 산은 이미 가을도 지쳐 만추, 낙엽이 발밑에 깔리고 단풍든 잎새들이 어두워지는 숲을 빛처럼 환하게 밝히고 있다. 점점 어두워지고 발걸음은 빨라지고, 가쁜 숨 몰아쉬며 쉬지 않고 오르다보니 2주 넘게 등산하지 않아 무디어진 몸이 둔하게 느껴지고 숨결은 가파르게 오르내린다.

아직 정상은 보이지 않는데 어둠이 깔린다. 더 올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지는데, 앞서가는 남편은 혹시 되돌아가자고 할까봐 염려되는 것일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올라간다. 헐떡거리며 겨우 작은 오봉산 정상이 있는 팔각정에 이르니 5시 30분이다. 숲은 이미 어둠이 깔리는데 작은 오봉산 정상은 희미하게나마 사물이 보인다.

작은 오봉산 산정에 있는 팔각정에 올라...
▲ 작은 오봉산... 작은 오봉산 산정에 있는 팔각정에 올라...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산에 올랐다가 또 급히 하산...팔각정에서 내려다본 양산시내 ...밤이 내리면 도시는 어둠이 살아나면서 보석을 흩뿌려놓은 듯 찬란해 지고...
▲ 오봉산 산행... 산에 올랐다가 또 급히 하산...팔각정에서 내려다본 양산시내 ...밤이 내리면 도시는 어둠이 살아나면서 보석을 흩뿌려놓은 듯 찬란해 지고...
ⓒ 이명화

관련사진보기


양산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팔각정에 잠시 올라 망중한. 푸르스름하던 도시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하나둘씩 불이 켜지고 점점 별처럼, 꽃처럼 피어난다.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잠깐 앉았다가 숲이 깜깜해지는 것을 보며 다시 급히 하산한다. 어느새 숲은 어둑신하다. 나무들은 어둠 속에 묻히고 어두워진 산길을 더듬으면서 내려간다.

어두워진 숲길에서 발이 자꾸만 허방을 짚는다. 쉬지 않고 빨리 걷는 걸음이다. 하산 길에도 땀이 이토록 많이 나는 건 또 처음이다. 겨우 눈어림으로 더듬거리며 내려오니 얼마나 빨리 걸었던지 25분만에 도착했다. 깜깜해진 숲이 뒤에 웅크리고 있다. 들머리 근처에 있는 팔각정에 올라 불빛바다를 이룬 도시를 내려다 보면서 그때서야 깊은 숨을 느긋하게 내쉬었다.

도시의 하루가 저물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보석을 한꺼번에 흩뿌려놓은 듯, 꽃 불 켠 듯 도시는 찬란해진다. 빛의 도시, 불꽃 도시, 보석의 바다가 된다. 먼 데서 바라보는 양산타워의 불빛은 마치 봉화처럼 높이 솟아 반짝인다. 어둠 속에서 양산천이 가늠된다. 시 한가운데 양산천이 흐르고 어둠 속을 흐르는 강물을 사이에 두고 사람 사는 건물들이 길고 넓게 펼쳐져 있다.

어두워진 강을 따라 눈길이 저 멀리 닿은 곳은 부산인지 양산 끄트머리인 호포인지 모를 불빛 이어진 곳까지 시선이 닿는다. 사람 사는 집집마다 불이 켜지고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하루분의 피로를 풀고 있을까. 오봉산 능선은 이미 어둠에 묻혀 하늘과 맞닿은 능선만 어렴풋하다. 먼데 홀로 높은 산이 아니라 사람 사는 마을에 가까이 있어 친근한 오봉산... 이 저녁에 만나고 간다.

산행수첩
1.일시: 2009년 11월 7일(토).맑음
2.산행기점: 양산 물금읍 범어 '갈릴리교회'
3.산행시간: 1시간 35분
4.진행: 갈릴리교회(오후4:45)-작은 오봉산(5:30)-하산(5:35)-입구 정자도착(6시)-갈릴리교회(6:20)


태그:#오봉산, #작은 오봉산, #임경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