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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가 지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취재 결과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타격이 큰 가운데 그 영향이 곳곳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신종 플루 영향으로 발길이 끊긴 사천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입구.
 신종 플루가 지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취재 결과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타격이 큰 가운데 그 영향이 곳곳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신종 플루 영향으로 발길이 끊긴 사천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입구.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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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째 온 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신종 플루'로 시끌시끌하다. 항바이러스제와 예방 백신 그리고 신종 플루로 인한 사망자 발생 등이 주요 얘깃거리다.

그리고 가끔은 이를 경제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주식시장의 움직임이 대표적 예다. 뜨는 주식과 가라앉는 주식 종목이 다르다는 얘기다. 또 경제성장이나 무역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내다보는 이가 많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은 너무 큰 주제로, 왠지 멀리서 일어나는 일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신종 플루와 사천의 지역경제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취재 결과 이득을 보는 쪽은 드문 반면에 손해를 보는 쪽은 여러 군데인 것으로 확인했다.

신종 플루 유행 이후 가장 큰 특징이라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각종 축제, 문화공연, 단체 여행 등이 이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와 관계가 깊은 쪽의 타격이 큰 모양이다.

축제에 불똥, 항공우주엑스포 등 못 열려 관련 업계 울상

예산까지 확보해놓고도 신종플루로 열지 못한 축제로는 세계타악축제(7월30일~8월2일), 삼천포항수산물축제(10월16일~18일), 사천항공우주엑스포(11월13일~15일)가 대표적이다. 사실 신종 플루가 아니었더라면 오늘(13일)부터 사천지역 최대 축제인 항공우주엑스포가 열렸을 것이다.

먼저 이들 축제에 잡혀 있던 예산을 살펴보면 모두 13억5000만원(각각 5억 원, 1억5000만원, 7억 원)이다. 그리고 이 예산이 집행되지 않음으로써 관련 업종에 그만큼 타격이 갔다. 인쇄, 광고, 공연이벤트 관련 업체는 물론 공연에 참여하는 문화예술인과 단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여러 축제 취소와 관광객의 감소로 지역특산물 매출도 줄었다.
 여러 축제 취소와 관광객의 감소로 지역특산물 매출도 줄었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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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대표적 기획사인 'B기획' 관계자는 "축제뿐 아니라 이런 저런 중소규모 행사까지 합하면 9월 이후 계획했다가 취소된 것이 90%"라면서, "이를 매출액으로 따지면 1억원이 넘는다"라고 밝혔다.

축제 취소 여파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사천시가 밝힌 지난해 축제별 관광객 수는 세계타악축제 10만 명, 삼천포수산물축제 10만 명, 사천항공우주엑스포 43만 명이다. 그리고 세계타악축제 관광객은 1인당 7만원을 소비했다고 추측했다.

사천시의 이런 집계가 얼마나 근거 있는 것인지는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외식과 숙박, 지역특산물 구입과 교통비 등으로 상당한 액수가 지역사회에 풀렸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따라서 신종 플루로 인한 축제의 취소는 지역사회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학교별 단체 여행 발길 '뚝'.. 유람선 관광객도 크게 줄어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는 현상은 관광업계에도 큰 타격을 줬다. 특히 학생들의 여행과 체험학습은 거의 대부분 미뤄지거나 취소됐다. 또 농촌을 중심으로 농번기 이후 떠나던 단풍놀이여행도 크게 줄었고, 경기·충청권에서 즐겨 찾던 남해 테마여행객들도 모집 자체가 안 된다는 게 여행사들의 푸념이다.

그 영향은 관광버스업계와 유람선업계에 큰 충격이다. 사천에서 비교적 큰 여행업체인 S관광 관계자는 "요맘때 버스가 많이 나가야 하는데, 예년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라면서 신종 플루를 탓했다. 특히 "초중고교의 버스 이용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이는 유람선 업계도 비슷하다. 삼천포유람선협회는 신종 플루 유행 이후 관광객이 30%남짓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주로 충청권 관광객이 많았으나 최근에 급감했으며, 서울과 경기권 여행사들이 테마여행객 모집에 애를 먹고 있는 게 관광객이 준 이유라고 설명한다.

또 지역의 녹색농촌체험마을 관계자들도 "이용객이 예년에 비해 90% 가량 줄었다"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신종 플루는 관광업계에 제일 큰 손해를 끼치고 있다. 선착장에 묶여 있는 유람선.
 신종 플루는 관광업계에 제일 큰 손해를 끼치고 있다. 선착장에 묶여 있는 유람선.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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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줄어 울상을 짓고 있기로는 호텔을 비롯한 숙박업계도 마찬가지다. 남일대리조트와 해상관광호텔 등에 따르면, 대규모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는 등 예약율과 매출 등이 적게는 30%, 많게는 50%가량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플루는 문화예술계의 공연이나 행사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사천시문화예술회관에 따르면 10월부터 12월까지 대공연장을 예약했다가 취소한 것만 22건이다. 절반 이상이 취소한 셈이며, 지난해의 대관율과 비교해도 절반에 못 미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유료 공연은 아예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 뮤지컬과 연극 등 3건의 공연계획이 취소됐다. 신종 플루 유행이 심해진 9월 중순 이후로는 가수 인순이가 공연했던 '가을애'가 유일한 유료 공연이었다.

공연 줄줄이 취소.. 문화예술회관 썰렁

이로 인해, 연말이면 각종 단체의 행사와 공연으로 빠끔한 틈이 없던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은 이제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하다.

이밖에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신종플루는 우리 생활 곳곳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반 음식점이나 선술집에도 손님의 발길이 줄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얘기다. 또 회사나 관공서 등은 신종플루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들이고 있다. 심지어 혹시나 자신과 가족이 신종플루에 감염되지나 않았을까 전전긍긍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시민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관광객의 감소는 호텔을 비롯한 숙박업과 외식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관광객의 감소는 호텔을 비롯한 숙박업과 외식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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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신종 플루로 경제적 이득을 보는 곳은 어디일까. 얼핏 병원이나 약국 등 보건의료계를 떠올릴 수 있으나 실상은 피곤함이 더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물론 제약회사들은 '재미'를 볼 수도 있지만, 이곳 사천에서 그 누군가가 큰 이득을 보기는 힘든 구조다. 또 홈쇼핑 매출이 증가한다는 소식도 사천지역민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결국 사천시민들로서는 불청객 신종 플루로 이래저래 손해와 불편만 커진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www.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뉴스사천, #신종플루, #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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