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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정지 비행이다."

놀랍다. 비행하고 있는데, 정지하고 있다. 날갯짓이 어찌나 빠른지 아예 날개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분명 날고 있는데, 눈에는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어찌 보면 별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포유류 중에서 정지 비행을 할 수 있는 것은 벌새 정도 뿐이다.

박 각시 나방
▲ 정지 비행 박 각시 나방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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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각시나방.

나방은 대개 밤에 활동하다. 어두운 밤에 빛을 보면 죽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드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박각시나방은 밤에 활동하지 않는다. 낮에 활동한다. 그것부터가 신기하다. 정지 비행을 하는 이유는 꽃의 꿀을 따기 위해서다. 긴 대롱을 꽃에 꽂고서 달콤한 꿀을 빠는 것이다. 정신 없이 꿀을 빨고 있는 나방이 경이롭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산사를 찾았다. 금산사(전북 김제시 금구면 소재)는 한가롭다. 가을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의 화려한 모습은 없다. 겨울에 자리를 내주기 위하여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스산한 바람만이 휘젓고 다니고 있는 공간에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거기에 박각시나방의 정지 비행은 시선을 집중하게 하였다.

관심이 있으면 마음도 열린다고 하였던가? 눈길이 나방에게 가 있으니, 귀도 따라서 열리게 되고 마음도 함께 열린다. 오색으로 곱게 물들여지던 가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나방의 비행은 또 다른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나방이 연출해내고 있는 풍광 또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아름다움이란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박각시나방의 정지 비행을 바라보면서 열정의 아름다움을 본다. 저런 열정이 세상을 만들어간다. 열정이 없다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열정이 있어야 사랑도 할 수 있고 사랑을 할 수 있어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사랑이 있어야 세상 살 맛이 나고 사랑을 통해 행복으로 완성될 수 있다.

금산사의 가을 빛깔
▲ 가을 산사 금산사의 가을 빛깔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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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각시나방의 정지 비행.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렸으면 미래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과거에 얽매여 있게 되고, 미래를 두려워하며 불안해한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면 행복은 멀어진다.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렸다.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아무리 후회하고 반성하여도 그것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니 지나간 과거의 일은 그것으로 끝을 내야 한다. 과거는 오늘을 돌아다볼 수 있는 거울로 활용하면 되는 일이다. 거울을 통해 좀 더 나은 오늘을 만드는 기준으로 삼으면 되는 것이다.

상생의 삶
▲ 나누는 삶 상생의 삶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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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현실이다. 다시 말하면 가상의 공간일 뿐이다. 아직 찾아오지도 않은 가상의 세계를 미리 당겨서 걱정하는 일 또한 어리석은 일이다. 미래의 일은 오늘에 의해 결정된다. 오늘을 현명하게 행동하게 된다면 내일은 걱정할 이유가 아무 것도 없다. 오늘에 충실하게 되면 내일은 저절로 해결이 된다.

박각시나방을 바라보면서 꽃을 본다. 나방에게 꿀을 줄 수 있는 꽃이 부럽다. 나 또한 꽃처럼 되고 싶다. 누구에겐가 나눠줄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나눠주는 것으로 통해 누구라도 기쁨을 얻고 행복해지는데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꽃처럼 살고 싶다. 나누면서 즐길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태그:#각시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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