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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우석훈> /레디앙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우석훈> /레디앙
ⓒ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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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일 7시 부산에 끝과 끝의 부산대와 동아대 학생들이 모였다. 아무 이유 없이 모인 것이 아니라 최근 우석훈씨가 지은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라는 책을 들고 모였다. 거리상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두 대학교 학생들이 왜 우석훈씨 책을 들고 모이게 되었을까?

부산지역에 내가 알고 있는 학술 동아리는 3-4개 쯤 된다. 그 중에 동아대 인문학회 카르마와 부산대 안다미로 라는 동아리와 인연이 있다. 인문학회 카르마는 내가 소속된 동아리 이고, 안다미로는 얼마 전 [20대 전태일을 만나다] 전국노동자대회 실천단 '동행' 을 같이 활동하다 친해진 동아리이다.

두 동아리의 공통점은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읽고 토론하는 것과 지식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는 것이다. 지난 10월 1시간가량 떨어져있는 대학교의 동아리이지만 서로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두 동아리 회장에게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카르마/ 안다미로 회장님들아! 카르마랑 안다미로 한 번 안 모일래? 서로 모여서 얘기 하다보면 2010년에 두 동아리가 같이 할 수 있는 것도 생기지 않겠나?"

"좋은데. 근데 무슨 껀 수로 모이지? 형이랑 내랑은 친하지만 다른 애들은 서로 안친하다이가. 그냥 모여서 무슨 얘기 하게?"

"방법이 있다. 두 곳 모두 책보는 동아리, 20대 대학생들의 모임 아니가. 그럼 20대 관련 된 책 하나 보고 서로 모여 얘기 하면 재밌지 않겠나?"

"좋아. 그럼 우석훈씨 책 어떻노? <88만원 세대> 봤나? 최근에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라는 책도 나왔던데.."

"88만원세대 두 동아리에서 다 학습 했던 거 아니가? 그럼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를 읽고 울 20대 대안을 같이 함 떠들어 보자."

이렇게 동아대 카르마와 부산대 안다미로는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를 읽고 18일 7시 서면(부산대와 동아대의 중간 지점이라 서면에서 진행 함) 행동하는 의사회 사무실을 빌려 합동세미나를 열었다.

"신자유주의 자식들이라는 말 참 슬프다"

학습을 시작하기 전에 자기소개를 간단히 하고 합동세미나를 시작하였다. 세미나의 사회는 내가 맡게 되었고, 1부 88만원세대의 현실에 대해서는 카르마 1학년 대표 이상준 회원, 2부 20대의 삶에 대한 대안점 모색에 대해서는 안다미로 남창걸 회원과 카르마 김상훈 회원이 발제를 맡았다.

11월 18일 열린 카르마/안다미로 합동세미나 12명이 참가하였다.
 11월 18일 열린 카르마/안다미로 합동세미나 12명이 참가하였다.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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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부는 88만원세대의 현실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우리 20대는 경쟁을 숭배하고 있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만 좋은 직장, 배우자, 자녀 등을 가져야 한다는 승자독식 구조에 익숙해져 있다. 거기 속하지 못한 사람은 사회에서 배제 받아도 되는 걸 너무 당연시 한다."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이 너무 시궁창이다 보니 스스로라도 살아남아야 하니깐 경쟁에 익숙해진 것 아니겠나? 등록금 벌기 위해 알바와 공부를 동시에 해야 하고, 열심히 공부 해도 취직이 잘 안되니 매번 불안하고.... 결국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 20대의 제일 심각한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루저(loser) 라는 말이 꽤 유행 했던 것 기억하나? 우리 사회는 루저가 되면 끝이다. 그래서 모두 루저가 되지 않기 위해 혼자서라도 살아야겠다는 심리가 강해진 것이다. 모든 문제를 혼자 고민하고 혼자 해결하려고 하니 자연스럽게 우리 주위의 공동체가 무녀져 가고 있다. 난 공동체 부재의 문제가 20대의 삶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공동체가 없으니 20대 삶이 아무리 시궁창이라도 하소연 할 때가 없는 것이다."

"책에 나오는 신자유주의의 자식들이라는 말이 참 슬프다. 내가 되고 싶어서 이렇게 된 것도 아닌데 사회가 내 생활과 생각 자체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하니 너무 무섭다. 지금은 이렇게 신자유주의의 자식들이 안되기 위해 노력하는데 나 또한 별수 있나? 한 사회의 개인일 뿐이니 말이다."

1부 88만원세대의 현실에 대해 발제를 맡았던 카르마 이상준 회원(왼쪽 끝)
 1부 88만원세대의 현실에 대해 발제를 맡았던 카르마 이상준 회원(왼쪽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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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현실에 대해 얘기를 시작하니 끝도 없었다. 암울한 20대의 현실에 대해서는 18일 밤을 새도 모자랄 판이었다. 하지만 20대의 우울한 이야기를 하자고 모인 자리가 아닌 만큼 1부를 정리 하고 2부로 넘어갔다.

"20대의 시민단체, 정치인 다 좋다. 근데 우리 할 수 있을까?"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2장에서는 20대 우리들을 위한 진(陳) 짜는 범에 대해 얘기 하고 있다. 특히 2장에서 강조하는 20대들의 시민단체와 정당, 정치인을 만드는 것에 대해 2부 발제를 맡은 남창걸 회원이 토론 주제를 던졌다.

"우석훈씨는 20대의 우울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진을 짜자고 말했다. 진을 짜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두 가지를 강조 하고 있다. 첫 째는 20대들의 문제를 표현할 수 있는 시민단체를 구성하는 것, 두 번째는 지역의 토대로 정치를 시작하는 20대 정치인을 만드는 것이다. 그럼 어떤 20대 시민단체, 정당, 정치인이 필요할까?"

"다들 등록금 내지 않나? 부산대는 국립이라 조금 싼 걸로 들었는데 동아대는 사립이라 등록금이 정말 문제다. 등록금 때문에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숱하게 봤다. 이 문제가 해결 되면 20대의 삶이 지금 보다는 조금 덜 하지 않을까? 그래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시민단체도 좋지만 20대들의 정당, 정치인을 만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리고 20대들만으로 구성된 정당도 어떻까?"

"20대들만을 위한 정당, 20대의 슬로건을 내건 정당은 협소한 세대운동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결국 다른 세대와의 협력과 연대가 불피 할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20대 정치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뽑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외치는 정책과 소속된 정당이 내세우는 전체적인 슬로건도 살펴야 한다."

"정당, 시민단체도 중요하지만 지금 시급한 건 20대의 목소리를 내는 통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당과 시민단체는 너무 어렵다. 대신 20대들의 목소리를 내는 언론을 만들면 어떻까? 장애인 문제만 다루는 에이블뉴스처럼, 20대들의 문제를 시시콜콜하게 다루는 언론 말이다."

2부 발제를 맡았던 카르마 김상훈 회원(위), 안다미로 남창걸회원(아래 중간)
 2부 발제를 맡았던 카르마 김상훈 회원(위), 안다미로 남창걸회원(아래 중간)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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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시민단체, 언론 등 20대들의 목소리를 표현하기 위한 공동체의 필요성은 모든 참가자들이 공감 했다. 하지만 내가 "그럼 여러분들 중에 정당, 시민단체, 언론 등을 만드는 사람 있나요?" 라는 질문을 하자 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정당, 시민단체, 언론 모두 좋은데 우리 20대의 삶과 너무 괴리감이 크지 않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취업 문제)부터 시작해서, 대학생이면 등록금에 생활비 등 현실은 우리가 딴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데 어떻게 다른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20대의 생존권이 보장되야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등록금 문제, 취업 문제가 해결 되야 우리가 정치/사회 활동에 참가 할 수 있다."

"그것 뿐 만이 아니다. 일단 20대는 뿔뿔이 흩어져있다. 대학교 학과 학생회에 대한 소속감을 가진 학생들이 몇이나 될까? 요즘 주위 친구들이 동이리 많이 하나? 결국 같이 삶을 나눌 공동체가 없다. 생존의 문제(취업, 생활비 등)도 중요하지만 그것과 함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얘기할 공간이 없는 것이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책을 열심히 읽었던 참석자 전원은 우석훈씨의 마지막 결론에 동의하고 있었다. 우석훈씨는 3장에서 "지금 20대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리더와 진, 권력이나 교섭력이 아니라 방살이에 갇힌 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고, 그러한 사회적 관계의 복원이다." 라고 말하며 공동체의 복원이 20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시급한 일로 얘기 했다.

만담에 능숙한 사람이 되자?

공동체 복원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현재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카르마, 안다미로에 대해 토론하였다. 내년 2010학번 신입생들에게 좋은 선배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서, 동아리 회원 모집에 어떤 슬로건을 걸어야 하는지, 10학번 새내기들과 어떻게 하면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동아리 내에서 인간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등의 얘기가 나왔다.

프리마켓을 학교에서 열어 소비 없는 놀이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의견, 20대의 의견을 적날하게 실을 수 있는 어디에 구속되지 않는 우리들의 잡지를 발간, 사람들을 웃기면서도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는 만담에 능한 사람이 되자는 것, 놀고 먹지 만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동아리 이미지 등 2010년 공동체를 복원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계획이 제출되었다.

카르마/안다미로의 내년 계획과 대학사회 공동체 복원에 대해 얘기를 마치고 합동 세미나는 끝났다. 이번 합동세미나는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두 동아리는 학술동아리 네트워크 라는 이름으로 앞으로 다양한 20대의 학술, 정치/사회적인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기대하시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 88만원세대 새판짜기

우석훈 지음, 레디앙(2009)


태그:#혁명은이렇게조용히, #우석훈, #88만원세대,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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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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