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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대흥사 가는 길. 늦가을의 서정이 물씬 묻어난다.
 해남 대흥사 가는 길. 늦가을의 서정이 물씬 묻어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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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쳇바퀴 돌 듯 되풀이되는 일상에 몸과 마음이 지쳐만 간다. 하루쯤 살포시 마음 기대고 편안히 쉬고 싶다. 무거운 짐 내려놓고 호젓한 숲길을 따라 걷고만 싶다. 어디가 좋을까?

남도엔 의외로 걷기 좋은 길이 많다. 영산강과 섬진강 물길을 따라 걷는 길도 있다. 서해와 남해의 해안선을 끼고 도는 길도 있다. 판소리 가락처럼 구성진 길도 있다. 삭힌 홍어 같은 코끝 찡한 길도 있다.

그런가 하면 울창한 숲이 운치를 더해주는 호젓한 숲길도 부지기수다. 아홉 구비 숲길로 이어지는 대흥사 가는 길, 고즈넉한 수도암 가는 길, 피안의 세계로 이끄는 태안사 가는 길, 다산의 숨결이 흐르는 다산초당 오솔길….

이 길은 풍경이 빼어날 뿐 아니라 길 자체로도 순수하고 정겹다. 북적거리지도 않아 호젓한 분위기에 젖어볼 수 있다. 몸 편안히 뉘고, 마음 풀어놓기에 제격이다. 그 길을 뉘엿뉘엿 걷다보면 몸도 마음이 행복해진다.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쉬엄쉬엄 걷기 좋은 곳이다.

해남 대흥사 가는 길. 길섶으로 낙엽이 수북이 쌓였다.
 해남 대흥사 가는 길. 길섶으로 낙엽이 수북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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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대흥사 가는 길에 만난 오솔길. 만추의 서정으로 물들었다.
 해남 대흥사 가는 길에 만난 오솔길. 만추의 서정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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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곳은 해남 대흥사 숲길. 유유자적 걷기 좋은 곳이다. 집단시설지구에서 대흥사에 이르는 숲길이 10리에 이른다. 아홉 굽이 숲길로 이어져 '구림구곡(九林九曲)'이라 불린다.

그 숲엔 아름드리 소나무와 벚나무, 삼나무와 편백나무, 전나무가 미끈하게 뻗어있다. 밤나무, 동백나무도 무리 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길은 사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가을에 더 운치 있다. 낙엽도 수북하게 쌓여 만추의 서정을 선사한다. 숲길의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길 옆으론 계곡물이 흐른다. 물도 깨끗하다. 코끝을 간질이는 흙내음도 은은하다. 피안의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을 안겨준다. 늦가을의 운치를 만끽하며 유유자적 걷기에 제격이다.

길도 평탄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아스팔트 포장길과 샛길(흙길)이 나란히 이어져 취향 따라 골라 걸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대흥사 코앞까지 자동차로 갈 수 있지만, 걸어가는 묘미가 쏠쏠하다.

대흥사 부도전 앞길. 벌써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묻어난다.
 대흥사 부도전 앞길. 벌써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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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의 서정은 연리근에서도 묻어난다. 두 나무의 뿌리가 하나 된 연리근은 대흥사에 있다.
 만추의 서정은 연리근에서도 묻어난다. 두 나무의 뿌리가 하나 된 연리근은 대흥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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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진흥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대흥사엔 귀한 문화유산도 많다. 먼저 눈여겨볼 것은 절집 입구에서 만나는 부도밭. 13대종사와 13대강사의 부도와 비를 모시고 있다. 북미륵암에 있는 마애여래좌상과 삼층석탑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당우에 걸린 편액도 관심 갖고 봐야 한다. 무량수각의 편액은 추사 김정희의 친필이다. 표충사의 것은 정조대왕이 직접 썼다. 대웅보전은 이광사의 글씨다. 옥돌부처를 만나러 천불전으로 가는 길에 두 나무의 뿌리가 만나 하나를 이룬 연리근(連理根)도 있다.

산행도 권할 만하다. 산행은 대흥사를 출발점으로 북미륵암∼오심재∼능허대∼가련봉∼두륜봉∼진불암∼일지암을 거쳐 다시 대흥사로 돌아오는 게 일반적이다. 대표적인 암자와 두륜산 명물 구름다리를 두루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해남 대흥사 가는 길. 길 위에 낙엽이 수북이 쌓였다.
 해남 대흥사 가는 길. 길 위에 낙엽이 수북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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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대흥사 가는 길. 길섶에서 군밤을 파는 할머니까지도 만추의 배경이 된다.
 해남 대흥사 가는 길. 길섶에서 군밤을 파는 할머니까지도 만추의 배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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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운람산에 있는 수도암 가는 숲길도 고즈넉하다. 고흥군 두원면에 있는 수도암(修道庵)은 운람산(486.9m)이 품고 있는 암자. 평소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한적하고 고즈넉한 암자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찾아가는 길도 호젓하다. 경관도 좋다. 길 양쪽으로 그리 크지 않은 나무들이 아기자기하게 줄지어 서 반긴다.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싸목싸목 걷기에 좋다. 발 아래로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늦가을임을 속삭여 준다.

암자도 소박하다. 옛날 고향집 같은 느낌을 안겨준다. 마음의 짐까지 풀어놓기에 부족함이 없다. 고려중엽 도의선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수도암은 산 기운이 병풍처럼 감싸 안은 형상을 하고 있다. 옛날 가뭄이 들면 여기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고.

고흥 수도암 가는 길. 임도지만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 걷기에 좋다.
 고흥 수도암 가는 길. 임도지만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 걷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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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숨결 흐르는 '다산초당 오솔길'도 이즈음 걷기 좋다. 실학사상의 산실인 강진 다산초당에 있다. 다산 선생이 유배생활을 하던 중 백련사 혜장스님을 만나러 다니던 그 길이다. 숲 사이로 난 가파른 길이지만 사계절 짙은 녹음이 깔려있어 삼림욕을 즐기기에 좋다. 전망이 탁 트인 천일각에 오르면 강진만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천일각과 백련사로 가는 길은 평탄하다. 동행과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며 걸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수령 300년을 웃도는 울창한 동백나무 숲길도 운치를 더해준다.

곡성 태안사 숲길은 천년 수도승들의 고귀한 설법이 전해지는 피안의 세계로 가는 길이다. 길이 자그마치 3㎞나 된다. 늦가을 숲이 하늘을 덮고 있어 고즈넉하다. 호젓하게 산책을 즐기기에 아주 좋다.

사찰로 들어가는 오솔길을 걸으면 맑은 산새소리, 청량한 계곡 물소리가 삶의 여유를 선사한다. 특히 능파각은 태안사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곳. 여기에 들어서면 몸과 마음이 금세 맑아짐을 느낄 수 있다. 마치 피안의 세계를 산책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강진 다산초당 가는 길.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가는 이 길에선 다산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강진 다산초당 가는 길.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가는 이 길에선 다산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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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사 숲길을 걸어들어가 만나는 사리탑. 절집에서 보기 드문 연못이 눈길을 끈다.
 태안사 숲길을 걸어들어가 만나는 사리탑. 절집에서 보기 드문 연못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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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숲길, #대흥사, #두륜산, #해남, #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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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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