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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는 여행객이 많지 않은 오지에도 여행객이 쉴 수 있는 휴게소가 마련되어 있다. 태양열로 밝히는 전등과 사람이 쉴 수 있는 그늘 그리고 화장실에는 화장지까지 있다.
 호주에는 여행객이 많지 않은 오지에도 여행객이 쉴 수 있는 휴게소가 마련되어 있다. 태양열로 밝히는 전등과 사람이 쉴 수 있는 그늘 그리고 화장실에는 화장지까지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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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아이들과 이틀 동안 지내면서 흔히 하기 어려운 경험을 한 후 다시 길을 떠난다. 사실 자원봉사자 면접시험을 보고 떠나는 것이다. 우리가 능력이 있어 보였는지 아니면 다른 지원자가 없었는지 모르지만, 여행을 끝내고 이곳에 와서 일 년 이상을 지내며 행정 업무를 맡기로 결정이 났다. 아시아 사람이 이곳에서 일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떠나는 우리에게 마음씨 좋게 생긴 자원 봉사자가 방금 구워낸 식빵을 건네준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식빵을 차에 싣고 다음 목적지 카나본(Carnavon)이라는 동네를 향해 서부 호주의 황량한 길을 다시 떠난다.

카나본(Carnavon)에 도착하니 바나나 농사를 많이 짓는지 온 동네가 바나나 나무 천지다. 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심하다. 도시 한복판을 지나는 도로의 가로수 나무가 바람에 의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정도다. 조그만 동네이긴 해도 박물관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박물관에 있는 커다란 앵커가 시선을 끈다. 침몰한 한국 배에서 가지고 온 것이라고 한다. 설명을 읽어 보니 1998년 5월 21일에 한국 배가 이곳에서 120킬로 떨어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고 한다. 선원은 모두 구조되었으나 배는 두 동강이 나 침몰했다고 한다.

카나본에는 예전에 위성을 탐사하기 위해 설치한 레이더가 있어 관광객의 눈을 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아무나 올라갈 수 있다. 난생 처음 커다란 레이더에 올라가 보고 서부 호주의 광활한 경치도 감상한다. 레이더에서 내려와 자그마한 동네를 자동차로 둘러보고, 제법 큰 슈퍼마켓에 들러 먹을거리도 사고, 캐러밴 파크로 돌아와 다음 여행을 준비한다. 내일은 탐 프라이스(Tom Price)라는 내륙에 있는 동네로 떠나기 때문에 조금 긴장이 되기도 한다. 자동차 세차도 하고 바퀴도 한두 번 발로 차보고 하며 자동차 점검을 한다.

바람이 많이 부는 카나본(Carnavon), 심한 바람 때문에 가로수가 옆으로 기울어져 자라고 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카나본(Carnavon), 심한 바람 때문에 가로수가 옆으로 기울어져 자라고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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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본(Carnavon) 해양 박물관에는 침몰한 한국 배에서 인양한 앵커가 있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카나본(Carnavon) 해양 박물관에는 침몰한 한국 배에서 인양한 앵커가 있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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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텐트 옆에 의자를 펼쳐놓고 앉아 맥주를 마시며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옆에 캐러밴을 끌고 온 할아버지가 다가와 말을 건다. 캐러밴 파크에서 지내는 서양 사람들은 오래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말을 잘 건넨다. 특히 우리는 오지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동양인이라 그런지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젊어서는 트럭 기사를 하며 호주 전 지역을 다녔다고 한다. 지금은 퇴직하고 금과 보석(Germ)을 찾아 캐러밴을 끌고 오지를 찾아다닌다고 한다. 호주를 여행하다 보면 생각 외로 많은 사람이 캐러밴을 끌고 금을 찾아다닌다. 지하자원이 많은 호주 내륙에는 아직도 금이 많이 있는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 호주 내륙으로 들어간다. 도중에 여행객을 위해 만든 간단한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잠시 숨을 돌린다. 어스름하게 양철로 만든 화장실을 찾았다. 문을 여니 커다란 도마뱀이 놀라 구석으로 피한다. 도마뱀도 놀랐겠지만 나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사람을 해치지는 않지만 이렇게 큰 도마뱀과 그것도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황량한 들판에서 만나기는 처음이다.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는 원주민들이 즐겨 잡아먹는 도마뱀이다. 화장실 문을 열어 놓고 잠시 승강이 끝에 도마뱀을 쫓아냈다.

탐 프라이스(Tom Price)라는 동네에 도착했다. 해발 747미터에 자리 잡은 서부 호주에서는 제일 높은 곳에 있는 도시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곳은 철의 도시로 알려진 곳이다. 돌이 길거리에 널려 있는데 흔히 보는 돌과 다르다. 들어보면 철이 들어서인지 무겁다. 지금은 철광산을 위해 이곳에 철도를 놓고 철을 대대적으로 캐어내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기차가 철을 가득 싣고 산등성이를 돌아 해안까지 운반하고 있다.

캐러밴 파크 바로 뒤에 있는 큰 산도 광산으로 개발하지는 않았지만, 철이 많다는 것은 길에 떨어진 돌만 보아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다. 이 외진 곳에 동네가 형성되는 것을 보면 철이 좋긴 좋은 것인가 보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단순직이라도 웬만한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후한 급여를 받는다고 한다. 땅을 불도저로 긁어서 팔아 잘 먹고 잘사는 나라 호주, 그래서 지하자원이 풍부한 호주를 흔히 '럭키 컨튜리'라고 부른다. 
화장실에서 만난 커다란 도마뱀, 도마뱀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화장실에서 만난 커다란 도마뱀, 도마뱀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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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예전에 위성을 추적하던 레이더가 카나본에 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예전에 위성을 추적하던 레이더가 카나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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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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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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