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안일한 대책이 전국소방공무원과 각 광역단체간의 소송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지난 11월 2일 충북 소방공무원 304명이 청주지방법원에, 11월 10일 부산 소방공무원 1330명이 부산지방법원에 각각 소를 제기한 상태다. 광주, 전남, 경북, 강원도 근간에 청구소를 제기할 것으로 보여진다.
제주와 대전은 소송에 앞서 소멸시효를 중지시키기 위한 내용증명을 발송하였고, 다른 여타 시도도 소송인원을 모집하고 있다. 아마도 이와 같은 소방공무원들의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청구 소송은 전국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번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소방발전협의회의 모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에 임금시효는 3년이고 임금의 경우 임금정기지급일이 소멸시효기산일이라 할 수 있다"면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 판례가 나와 이를 수십년간 지급받지 못한 소방공무원들이 시효기간인 3년이나마 지급받자는 게 추세고, 시효중단을 위해 지급청구소송이나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재판기간이 얼마가 걸리던 시효중단조치를 해 놓아야 초과근무수당 못 받는 기간을 단축하는 게 아니냐?"며 "어차피 특별조치가 없는 한 초과근무는 계속될 것이고 시효중단조치 후에 발생되는 초과근무수당은 3년 후에 다시 청구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여 소송 등에 빨리 가담해야 3년 이상의 초과근무수당을 받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금번 소송의 일익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삼일의 송해익 변호사(45)는 "임금 지급 시효가 3년이어서 소송 제기가 늦어질수록 지급 기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도 혹시라도 불이익을 당할까봐 움추리는 소방관들이 많다"며 "대법원 판단도 나온 만큼 목숨 걸고 근무하는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는 데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소방관들이 전국에서 각 시도를 상대로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하도록 혼란을 자초한 것은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 그리고 각 시도의 책임이다. 교대근무자의 근무형태에 대한 개선요구를 끊임없이 반복, 현업이나 교대근무자의 근무특성을 인정해 수당체제를 개선해달라는 요구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한 행정안전부 관계자, 인력증원 예산(지방교부세)을 시도에 내려주었음에도 이를 인력증원에 사용하지 않은 시도관계자, 이를 방관한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혼란을 야기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음에도 행정안전부나 소방방재청, 각 시도의 대책은 무대책에 가깝다.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는 듯, 강원도소방본부 소속 W, S소방서장 등은 '인사조치'운운하며 청구소를 제기하지 말도록 회유 협박하고 있다는 것.
한편, 지난 20일 소방방재청이 소재하는 정부종합청사(광화문 소재) 앞에서 소방발전협의회 장재완(53) 회장은 소방방재청장 면담을 거절당하자 "헌법상 권리를 방해하는 지휘관이 누구인지를 파악 즉각 파면 조치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장 회장은 최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제소전 화해'를 제시한 것과 관련 "미지급초과근무수당에는 비번동원 등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소방서장 등에 의해 동원된 시간도 포함된다"며 "금번에 지급하고자 하는 모든 초과근무수당내역 및 지급시기, 향후 대책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내용이 없는 한 정치적 제스처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행정안전부는 정당한 근로의 제공에 대해 더 이상의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도 교대근무자의 근무특성에 맞는 제반수당의 제도개선을 해야 할 것이며, 또 소방방재청도 이러한 문제를 시도에 맡겨두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차원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행정안전부나 소방방재청의 관계자는 다른 부서 공무원과의 형평성 등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하지만 일반대상자의 시간외근무(근무시간 이외에 실시)처럼 교대근무 소방관도 근무시간 이후의 비번(휴무)일 동원을 포함시키는 것이 진정한 형평성이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소방발전협의회 제2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상임고문으로 활동중입니다. 뉴스타운과 제이비에스에 동시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