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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방송사가 주최하는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천안시가 4억원이라는 거금의 후원을 추진해 논란을 빚고 있다.

 

천안시는 지역축제인 흥타령축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천안의 명소를 전국에 알리는 데 슈퍼모델 선발대회 후원이 긍정적이라 밝혔지만 시민단체나 시의회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모델선발대회 같은 일회성 행사에 많은 예산을 지원하기 보다는 복지시책 확충 등 시급한 분야에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천안시, 새해 예산안에 슈퍼모델 선발대회 4억원 편성

 

천안시는 지난 20일 개회한 천안시의회 제135회 제2차 정례회에 내년도 천안시 예산안을 제출했다. 2010년도 천안시 예산안의 규모는 1조1300억원. 본 예산 기준 2009년도 1조700억원보다 5.61% 증가했다.

 

예산안에 따르면 시 문화관광과는 2010년도 예산안에 '슈퍼모델 선발대회 개최 4억원'을 민간행사보조로 책정했다.

 

슈퍼모델 선발대회는 패션산업 활성화와 패션전문모델 양성을 내세우며 민영방송사인 SBS가 한 화장품회사와 지난 1992년 첫 주최한 이후 올해까지 18회가 열렸다.

 

올해 대회는 지난 9월 25일 경남 거제시 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SBS를 통해 2시간여 동안 생중계된 '2009 슈퍼모델 선발대회'에는 최종 예선을 통과한 32명의 예비모델이 참가했다. '2009 슈퍼모델 선발대회' 후원사인 거제시는 지난 1회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민간행사보조로 4억원을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지원했다.

 

천안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지난 9월말 SBS에서 제안이 왔다"며 "흥타령축제의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축제 지정 후 전국 대표축제로 발돋움하기 위해 슈퍼모델 선발대회 지원을 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에서 밝힌 슈퍼모델 선발대회 후원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

 

2010년 10월 5일부터 10일까지 천안삼거리공원 일원에서 열릴 예정인 천안흥타령축제에 슈퍼모델 선발대회가 개최되면 전국에서 관광객이 더욱 몰리고 슈퍼모델 선발대회가 두시간여 동안 생방송되면서 자연스레 흥타령축제의 홍보 효과도 커진다는 것.

 

또한 슈퍼모델 선발대회 참가자들이 천안의 주요 명소에서 포토촬영을 갖기 때문에 지역 관광지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고 TV를 통해 3백회 정도 방영될 슈퍼모델 선발대회 광고를 통해서도 지역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시의회, 슈퍼모델 선발대회 후원에 부정적

 

천안시가 4억원이 소요되는 슈퍼모델 선발대회 후원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과 달리 시민단체와 시의회에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부정적인 의견에는 두 행사의 연관성이 낮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김우수 천안YMCA 시민사업팀장은 "천안시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지역축제인 흥타령축제와 민간의 슈퍼모델 선발대회가 연관성이 높다면 예산 투입을 고려해 볼 만하지만 두 행사는 무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성의 상품화를 부추긴다는 혐의도 불식되지 않고 있는 모델선발대회에 자치단체가 수억원의 돈을 후원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천안의 또 다른 시민단체인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의 이상희 간사는 "내년도 천안시 복지예산이 늘기는 했지만 취약계층 등 어려운 이들에게 지원되는 사업은 특별히 증액된 것이 드물다"며 "춤을 테마로 한 흥타령축제와 어울리지 않는 모델대회에 거액을 보조하기 보다 서민들의 긴급한 다른 사업들에 예산을 편성하는 모습이 아쉽다"고 말했다.

 

천안시의 '2010 슈퍼모델 선발대회' 4억원 보조 계획은 다음달 천안시의회의 예산심사 과정에서도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천안시 문화관광과 새해 예산안의 심의를 맡고 있는 천안시의회 총무복지위원회 소속의 장기수 의원은 "흥타령축제와 연관성도 떨어지고 여성의 상품화라는 지탄도 끊이질 않는 모델선발대회에 4억원의 시민 혈세를 지원한다는 발상이 납득되지 않는다"며 "예산안 심사시 삭감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시의회의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슈퍼모델 선발대회 보조금 4억원이 전액 삭감된다면 천안시가 져야 될 부담은 없을까? 시 문화관광과는 계획단계인만큼 후원 여부를 따로 약정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천안흥타령축제는 2007년 문화관광부 유망축제 지정, 2008년 우수축제 승격에 이어 작년 말에는 2009년 최우수축제로 승격됐다. 하지만 올해 축제는 신종 인플루엔자 확산의 우려로 지난 8월 말 전격 취소됐다. 시는 내년도 흥타령축제의 예산으로 17억8000만원을 새해 예산안에 계상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51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천안시, #슈퍼모델 선발대회, #흥타령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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