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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후 광주 남구 영산강 6공구(승촌보 사업 예정지)에서 열린 영산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후 광주 남구 영산강 6공구(승촌보 사업 예정지)에서 열린 영산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이명박(MB) 대통령이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 기공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이 국책사업 착공식에 참석하는 것은 의례적인 행사다.

그런데 기공식에 참석한 대통령 언행을 두고도 논란이다. 출발부터가 다르다.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라고 주장하지만, 야당과 대다수 국민은 '4대강 살리기'가 아니라 '4대강 죽이기'이고 '대운하 살리기 위장사업'이라고 주장한다.

극과 극이다. 그래서 소통과 설득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통과 설득은 어려운 일이다. 소통과 설득에는 상대방에 대한 진정성과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차근차근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왜? 전국민의 대통령이니까.

그러나 MB는 역사적인 첫 착공식 참석에서 국민과 야당에게 어떤 진정성과 신뢰도 보여주지 못했다.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기는커녕 소통조차도 할 뜻이 없어 보였다. 너희들(국민과 야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짐(MB)은 갈 길을 가겠다는 오만과 독선의 메시지다.

MB는 왜 낙동강 대신에 영산강을 찾았을까?

MB는 22일 광주광역시 남구 승촌동의 영산강 6공구 승촌보 사업 예정지에서 열린 '영산강 살리기 희망선포식'에 참석했다. '4대강 사업'은 지난 10일 공식적으로 첫 삽을 뜬 이후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착공했지만 대통령이 참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MB는 대다수 국민과 야당이 반대하는 이유를 간단히 '정치논리'라고 폄하했다.

"4대강 살리기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 꼭 해야 할 사업이다. 국민의 행복을 위한 미래 사업이 정치논리로 좌우돼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4대강 정비사업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에 2012년까지 총 22조2천억원(정부 발표 전체 예산)을 투입해 하천을 준설하고 노후제방을 보강하고, 중소규모 댐과 홍수 조절지를 건설하고, 보(堡)를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가 작성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본사업에 소요되는 재원만 16조9천억원으로 하천정비, 댐-조절지, 하구둑(낙동강) 등 13조6천억, 농업용저수지 증고, 하구둑(영산강) 등 2조8천억, 수질개선사업 5천억원 등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확인되었듯이, 토건건설족의 배만 불리는 대표적인 지역불평등 사업이다. 강바닥 준설과 보, 댐의 건설에 대부분의 예산이 사용되고 지역적으로는 예산의 60% 가까이가 낙동강 수계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북한 퍼주기'에 빗대어 '낙동강 퍼주기'니 '포항 퍼주기'니 하는 얘기가 나온다. 영남권 중에서도 '진골'에 해당하는 포항 동지상고 동문 건설족의 배만 불리는 사업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경제논리로만 치면 대통령은 당연히 사업 규모가 가장 큰 낙동강을 찾아야 했다. 4대강 사업의 주요 무대는 단연 낙동강이기 때문이다. 4대강 개발 본사업비 16조9천억원 가운데 9조8천억원(58%)이 낙동강에 투입된다. 한강 2조원, 금강 2조5000억원, 영산강 2조6000억원을 모두 합한 금액보다도 예산이 많고, 전체 보 16개 가운데 8개가 낙동강에 설치된다.

그런데 대통령은 오히려 반대로 사업 규모가 작은 영산강을 찾았다. 왜 그랬을까? '동문들의 나눠먹기 잔치'에 참석해 생색을 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동문 잔치'에 참석하는 것이 차마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그랬을 수도 있겠다.

광주시장-전남지사가 'MB어천가'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후 광주 남구 영산강 6공구(승촌보 사업 예정지)에서 열린 영산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에서 참석자들과 영산강 살리기를 외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후 광주 남구 영산강 6공구(승촌보 사업 예정지)에서 열린 영산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에서 참석자들과 영산강 살리기를 외치고 있다. ⓒ 청와대

중요한 사실은 MB 자신도 정치논리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호남은 MB에 대한 지지율이 가장 낮은 지역이지만 4대강(영산강)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응도가 높다. 영산강은 하구언 축조 이후 수질이 나빠졌다. 그래서 영산강 정비 및 수질개선 사업은 영산강 뱃길 복원을 추진해온 전남도의 숙원사업이다. 도 예산으로라도 추진해야 하는 현안인데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겠다니,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호남에는 대규모 현안사업이 산적해 있다. 문화수도와 광산업(광주), 영산강 정비사업과 F1 자동차경주(전남), 그리고 새만금사업(전북)이 그것이다. 하나같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대규모 사업이고 시장-지사 선거의 공약사업이다. 그래서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민주당 소속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는 "영산강 개발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이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고 'MB어천가'를 불렀다.

대통령과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시도지사들로서는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언행이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이 일대 민주당 의원님께서는 마음은 있되 몸이 올 수 없는 형편을 저는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을 비꼬았다. 민주당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영산강 기공식에 전원 불참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민주당과 야당, 그리고 호남 민심을 이간질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틈새를 벌리려는 이간질 전략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산강 기공식 참석 자체가 고도의 정치적 행위임에는 틀림이 없다. 게다가 야당 의원들을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더욱이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4대강 사업 예산을 포함해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자신은 정치논리로 접근하면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과 야당에게는 정치논리로 접근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대통령이 야당과 척지기로 작정하지 않고서는 보기 힘든 언행이다.

세종시는 균형과 효율성의 가치 중에서 선택의 문제

 지난 10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행정도시 원안건설 촉구 범 충청권 시민사회정치대표단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행정도시 사수' '세종시 특별법 통과하라'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행정도시 원안건설 촉구 범 충청권 시민사회정치대표단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행정도시 사수' '세종시 특별법 통과하라'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세종시 문제도 마찬가지다. MB는 세종시 원안 수정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면서 '백년대계'라는 고상한 용어로 포장해 마치 자신이 구국의 결단을 한 것처럼 미화했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의 본질은 국가의 균형 발전과 효율성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하느냐의 문제다. 즉, 균형의 가치와 효율성의 가치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분배를 중시하는 전자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만들어서라도 국가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성장을 중시하는 후자는 수도권이라는 저수지부터 채워야 그 물(성장의 혜택)이 넘쳐서 지방으로 흐른다는 수도권 선도발전의 논리다. 결국 어느 쪽을 선택하건 반대자는 있기 마련이다.

알다시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반대하는 국민과 소통하고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의원들을 설득해 마침내 공화당과 기득권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건강보험 개혁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이처럼 의료 공공성을 확대하는 데 정치 생명을 건 오바마와, 설득해야 할 의원들을 비아냥거린 MB 중에서 국민은 과연 누구한테서 진정성을 느낄까?

국가정책은 이처럼 선택과 설득의 연속이다. 국가정책의 성공은 선택되지 않은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데 있다. 아무리 정책이 좋아도 국민이 100% 지지하는 정책은 없다. 세종시 문제처럼 수도권과 지방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정책은 더 그럴 수밖에 없다. 그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바로 정부와 정치의 역할이다.

그런데 MB의 세종시 전략에는 고작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것 말고는 진정성도 비전도 찾을 길 없다. 정부는 연일 세종시에 들어서는 기업과 대학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안을 밝히며 기업과 대학 이전만을 유인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도시·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해온 각 지자체는 '세종시 빨대효과'를 우려해 세종시를 위해 다른 지방은 다 죽으라는 말이냐고 분노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가치(균형발전) 투쟁에는 그래도 명분의 우위라도 있었지만, MB의 분열과 뺄셈의 정치에는 그것마저 찾을 길 없다. 결국 세종시 원안 수정을 목표로 한 '세종시 퍼주기' 전략은 수도권과 지방으로도 모자라 지방과 지방을 이간질하는 하책 중의 하책이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의 홈페이지는 '행복4江'이라는 문패를 걸고 있지만, 이간질 당하는 국민의 눈에는 '불행사강'(死江)으로 비칠 뿐이다.


#4대강#불행사강#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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