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때 노무현에게 투표했었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가 좋아서 찍었다기보다는 정몽준 의원이 지지철회를 한 상황에서 혹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동정표로 찍은 것이었다.
노무현 정권 5년을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그를 둘러싼 386 정치인들의 성향이나 현대사를 바라보는 역사관엔 비판적인 입장이었지만, 정치개혁에 관한 그의 순수한 열정만큼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 상향식 공천제 도입과 보스중심 정치의 타파 등으로 저비용 고효율 정치 시대를 열자는 진보진영의 정치개혁 주장만큼은 동의하는 입장이었다.
지금까지 필자가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노무현 정권 초창기 시절 진보진영이 그토록 목놓아 외쳤던 정치개혁에 대해 왜 보수진영은 귀와 마음을 닫고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만약 보수진영이 진보진영의 정치개혁 주장에 대해 조금이라도 마음을 열고 대화에 응하려 했다면 노무현 정권의 정치개혁이 이토록 처절한 실패로 끝나지는 않을것이다. 특히 소위 조갑제류 수구세력은 정치개혁에 마음을 열기는커녕 예하 친북좌익 빨갱이라는 색깔론 공세만을 시종일관할 뿐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지도 어느덧 6개월 정도가 지났다. 1년 반 가량 지난 이명박 정권을 평가하자면 세종시 논란도 그렇고 미디어법 문제나 4대강 사업 등 무엇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사실 필자는 2007년 당시 설사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는다 하더라도 그리 크게 기대할 것은 없다는 시큰둥한 입장이었다. 기대가 거의 없었기에 실망도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라고나 할까. 다만 노무현 정권 초창기 진보진영의 화두였던 정치개혁의 실종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을 뿐이다.
국민참여당에 새로운 기대를 걸어보기로 한 것은 그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모든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당비도 내고 자원봉사도 하며 축제같은 전당대회를 여는 그런 정당을 하루라도 보게 된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던 상향식 공천의 전도사 유시민의 말이 떠오른다. 진정이 아니고서는 결코 이런 말은 나올 수가 없다.
국회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때면, 생각있는 식자(識者)들은 저마다 제법 점잖게 한마디 한다. 이 모든 것이 보스중심 정치, 또는 지역주의 정치의 폐단이며 따라서 정치를 국민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고. 하지만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는 글줄깨나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바로 그러한 정치개혁을 어떻게 하면 이룰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작년 총선을 앞두고 조갑제씬 이런 볼멘소리를 한 적도 있다. 한나라당 당규엔 분명 상향식 공천을 하도록 되어 있는데, 왜 당규대로 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조갑제씨가 그런 소릴 한 것은 몇몇 보수(?)성향의 중진 정치인들이 공천탈락한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일 뿐이지 진심으로 정치개혁을 바래서 한 소리가 아니다. 조갑제니, 지만원이니, 이동복이니 하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정치개혁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다.
사실 상향식 공천의 문제점이 바로 이런점이기도 하다. 보스중심의 하향식 공천이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우리나라 정치현실에서 또다른 문제점 중 하나가 지구당의 경우 개인 사당화 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선 상향식 공천이 되려 세대교체나 물갈이에 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구당 당원들이 전부 위원장 지지자들인 상황에서 상향식 공천을 한다면 그 결과야 뻔한 것 아닌가. 사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상향식 공천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할 당시 지적한 문제가 바로 이런것들이었다.
노무현과 그 지지세력이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은 바로 그와같은 기득권이 있는 낡은 정당인 민주당 구도로썬 그러한 정치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존의 정당을 깨고 새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 했던 것이다. 덕분에 민주당은 열우당 분당 직후 한나라당보다 더 독한 야당이 되어 노무현 정권을 물고 늘어져 결국 탄핵정국까지 몰아부쳤지만 탄핵 자체가 명분이 약한 것이었다. 기껏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열린우리당 지지발언을 한 것을 가지고 선거법 위반이라고 지적한 것인데, 그런식으로라면 더 많은 선거법 위반과 불법,탈법이 성행하는 선거풍토에서 탄핵(?)당하지 않을 정치인이 누가 있는가.
사실 상향식 공천이 100퍼센트 만능은 아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미국처럼 땅이 넓은 것도 아니고, 모든 공직선거 후보를 각 정당이 모두 완전 자유경선으로 선출할 경우 사실상 선거를 두 번 치르는 상황이 되어 오히려 그것이 고비용 저효율 정치를 만들수도 있다.
쉽게 예를 들어 총선과 지방선거의 경우 이제 투표율이 50퍼센트도 안 되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선거에 관심있는 국민이 전체 유권자의 절반도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정당이 매 선거때마다 지역구별로 만여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 국민참여경선'을 치를 경우 그게 사실상 선거를 치르는 상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다시 말해서 선거든 정치든 아예 관심이 없는 절반의 유권자들이야 경선을 하든 선거를 치르든 참가하지 않을 것이 눈에 뻔하며, 나머지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정치에 어느 정도 관심있는 유권자만 경선에도 참여하고 선거에도 참여하는 절반의 선거가 된 다는 이야기다.
이미 각 주요 정당의 예비경선때 지역구의 절반 가까운 유권자가 참여했고, 그 유권자들이 다시 선거일에 투표장에 나와 투표를 하는 상황이면 그게 선거를 두 번 치르는게 아니고 무엇인가. 따라서 이는 또다른 정치의 양극화를 불러일으킬수도 있다. 정치에 관심있는 절반의 유권자는 경선에도 선거에도 모두 참여할 것이며, 나머지 절반은 선거를 치르든 뭘하든 관심 자체가 없게 되니 그게 양극화가 아니고 무엇인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보스중심 정치, 지역주의 정치를 언제까지 계속 가져갈 수는 없다. 그렇기에 국민참여당이 노무현 정권 시절 가졌던 정치개혁의 초심을 아직 간직하고만 있다면 국민참여당의 정치개혁에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동의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마음을 열고 국민참여당에 참가하게 되는 일반국민들과 상향식 공천의 장단점과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인 정치개혁을 이룰수 있는지도 진지한 토의를 해보고 싶다.
국민참여당에 개인적으로도 부탁하고 싶은 것이 한가지 있다. 그것은 기존 보수-진보 또는 좌우의 이념 갈등구도를 깨고 이젠 정말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창조해 달라는 부탁이다. 우리사회의 이념갈등 구도는 아직도 구 시데이념대결에서 파생된 산물에 불과한 것인데, 그것이 폐기되긴커녕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그 갈등구도만 더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런 낡은 이념갈등 구도를 깨는 것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정치사상을 창조하는 것이다. 국민참여당에 그와같은 제안을 해보고 싶다.
입만 열면 친북좌익 빨갱이 소리 외엔 할줄 아는게 없는 조갑제류 수구세력에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그 사람들은 여전히 케케묵은 낡은 색깔론만 입에 담을뿐 우리 사회의 미래비전이나 정책대안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식민지 근대화론 같은 뻘소리나 하는 그 무슨 뉴라이트란 자들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물론, 국민참여당이라고 해서 완벽하진 않을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인 정치분야를 개혁하고자 했던 노무현 정권 시절 그 초심만 아직 간직하고 있다면 희망과 기대를 걸어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국민참여당에 어울릴법한 구호도 하나 건의해보고자 한다. 국민참여당 당명이 확정되면서부터 벌써 반대세력에선 국참당이란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를 역이용하자. 국민에게 '국'과 '참'을 드리는 정당. 국민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해주는 정당. 물질적인 국과 참 뿐만 아니라 영혼의 양식까지 제공해드리는. 그래서 국참당. 그래서 국민참여당인 것이다.
지난 대선때 이명박의 순대국밥집 홍보 동영상은 사기극이었지만 국민참여당은 진정으로 국민께 국과 참을 드리는 정당이 되겠노라고. 진정으로 국민께 먹을거리를 드리는 진성 국밥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그런 국참당. 국민참여당이 되자.
국민에게 '국'과 '참'을 드리는 정당. 그래서 국민참여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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