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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시트콤 <지붕 둟고 하이킥>에서의 세경.
mbc 시트콤 <지붕 둟고 하이킥>에서의 세경. ⓒ imbc

<지붕 뚫고 하이킥>이 방송된 지 두 달여 만에 시청률 20%를 넘어섰다. <지붕뚫고 하이킥>은 시트콤계의 거장 김병욱 연출가의 작품이라 예약된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시청률 13%에서 시작한 <지붕뚫고 하이킥>이 두 달여 만에 이런 가파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주요 원인은 역시 잘 익은 사과처럼 상큼한 맛을 갖고 있는 사랑 이야기가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이 시트콤에는 네 명의 청춘남녀가 등장한다. 중소기업 사장인 이순재네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는 세경과 그 집 막내 아들 지훈, 그리고 이순재의 손자인 준혁, 그리고 준혁의 가정교사인 황정음이 그들이다. 이들 네 명의 사랑의 구도가 어떤 식으로 형성될지가 이 시트콤의 묘한 긴장감과 흥미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그 윤곽이 불분명한 상황이다. 그래서 게시판에서는 시청자들이 '준세'니 '지세'니 하는 조어를 만들어서 준혁과 세경이 어울린다고, 또 다른 시청자는 세경과 지훈이 잘 돼야 한다고 나름대로 주장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마침내 지난 제49회 '사랑니' 에피소드와 51회 '영어 과외' 에피소드에서 약간의 윤곽이 드러났다. 설전의 중심에 있었던 세경의 마음은 그 집 아들 지훈에게로 움직이고, 손자인 준현은 세경을 마음에 두고 있음을 밝혀주는 에피소드들이었다.

 

그러니까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봐서는 세경을 중심으로 해서 준혁은 세경을 좋아하고, 세경은 지훈을 좋아하는 상황이다. 지훈의 마음의 향배에 따라서 '지세' 커플이 만들어질 수도 '준세' 커플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데, 아직 지훈의 마음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삼각관계는 많은 드라마을 통해 재탕됐던 것이다. 그런데도 이 구도가 <지붕뚷고 하이킥>에서 특별히 흥미로운 이유는, '지세'니 '준세'니 하는 이름 이면에 숨겨진 상징성 때문이다. 만약 '지세' 커플이 탄생한다면 이 커플은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재창조돼왔던 신데렐라 스토리가 되는 것이고, '준세'커플이 탄생한다면 리얼리티가 충분한 현실성을 띤 사랑이야기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두 커플의 이면에는 판타지냐, 현실성이냐 하는 중요한 함의가 내재돼 있는 것이고, 그것이 시청자에게 매우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지세' 커플이 신데렐라 이야기가 되느냐하면 세경과 지훈은 완벽하게 신데렐라와 왕자님의 모습으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다락방에서 살면서 누더기를 걸치고 언니와 새엄마 뒤치닥꺼리를 하던 신데렐라의 모습을 입주 가정부인 세경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경은 어린 동생을 데리고 남의 집 옷 방에서 살면서 입주가정부로서 한 달에 60만원을 간신히 받는 처지다. 그런 세경에 비해 지훈은 왕자님처럼 너무 높은 곳에 있다.

 

세경의 짝사랑 상대인 지훈은 사실 신데렐라의 왕자님이나 캔디의 테리우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캐릭터다. 외모와 학벌, 재산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거기다 자상하기까지 하다. 비오는 날 세경에게 우산을 건네고, 옷을 사주고, 세경이 힘들 때마다 많은 힘이 돼준다. 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거기다 요즘 대세인 '초식남'의 옷까지 덧입고 있다. 자상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지는 않으니 더욱 매력적이게 보인다. 자상함은 어디까지나 그의 따뜻한 인간성이지 이성적인 감정은 아니라는 듯 연애와 관련해서는 매우 시크한 태도를 보여주는데 그게 또 매력적인 것이다.

 

학벌은 또 어떤가. 아마도 현재 우리나라 최고의 신랑감은 의사이지 않을까. 가장 돈 많이 벌고 안정적인 직업이라 아마도 결혼시장에서 상한가를 치는 직업군일 것이다. 거기다 또 서울대 출신이란다.

 

지훈은 그야말로 왕자님이 확실하다. 신데렐라의 왕자님과 캔디의 연인 삼종셋트가 합쳐놓은 캐릭터가 지훈인 것이다.

 

그러니까 만약에 식모살이를 하고 있는, 고졸도 아닌 중졸의 세경과 지훈이 커플이 된다면 이 두 커플은 완벽하게 신데렐라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지금까지 영화나 소설, 드라마 만화 등 여러 장르에서 다양하게 변형되면서 무수하게 재창조돼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이런 스토리에 열광한다. 세경과 지훈의 러브라인이 드러난 지난 방송을 시청하고 난 시청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이를 입증한다고 볼 수 있겠다.

 

반면에 '준세' 커플이 보다 현실적인 것은, 세경과 지훈의 사회적 계급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세경이 준혁과 커플이 된다하여 왕비가 되는 것 같은 신분상승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세경의 처지는 그대로인데 준혁이 지훈만큼 가진 게 많지 않으니 세경과 지훈 사이에는 그 어떤 판타지도 끼어들 틈이 없는 것이다.

 

지난 51회 에피소드에서 준혁이 세경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에피소드가 방송됐는데, 세경에게 영어를 잘 가르쳐주기 위해 노력하는 준혁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준혁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잘 보이기 위해서, 능력 있는 남자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평소에는 영어 과외시간에 딴 짓하기 일쑤였는데 이날은 필기까지 해가면서 열심히 듣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어를 잘 배워서 세경에게 가르쳐주기 위해서였다.

 

사실 준혁은 세경에게 영어를 가르칠 처지가 못 된다. 학교에서 100점 만점에 35점 받는 실력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부와는 담 쌓고 살던 준혁이지만 세경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던 것이다. 비록 세경을 위해서 하는 공부지만 그 과정을 통해 준혁도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준혁은 세경을 통해 성장하고, 또 세경은 준혁과 더불어 발전하는 게 이들 '준세' 커플의 매력이다. 그래서 이 커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순수한 사랑'에 중점을 두고 이들의 사랑이 더 예쁘고 아름답다는 데 의미를 두었다. 이런 사랑의 모습을 굳이 비유하자면 평강공주의 사랑이라고 명명할 수 있겠다.

 

왜 이렇게 생각하냐면, 지훈과 세경과의 사이에서 세경은 지훈에게 줄 게 아무 것도 없고, 오해려 지훈으로부터 받기만 하는 일방적인 관계이다. 그렇지만 준혁과의 관계에서는 시혜자의 위치가 된다. 학교에서는 35점이나 받는 열등생이고, 집에서도 반항아에 해당하는 준혁을 공부도 열심히 하고, 또 순한 어린 양처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경이 지훈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는 관계기에 평강공주의 사랑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지붕 뚫고 하이킥> 게시판은 매우 뜨겁다. 세경과 지훈의 러브라인, 즉 신데렐라와 왕자님의 사랑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보다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인 세경과 준혁의 사랑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편이 갈라져서 서로의 생각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세'커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신데렐라의 성공담을 즐기는 사람들이고, '준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평강공주 형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지붕뚫고 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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