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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정부가 4대강 사업 세부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민주당이 자료검토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국토위 일정을 하루 연기하자고 요구해 국토해양위 전체회의는 개회 직후 산회됐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다소 허탈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25일 정부가 4대강 사업 세부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민주당이 자료검토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국토위 일정을 하루 연기하자고 요구해 국토해양위 전체회의는 개회 직후 산회됐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다소 허탈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내용이 부실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안을 제출해 민주당 등 야당의 반발을 샀던 정부가 25일 '최종 예산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날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서 제출한 '2010년 국가하천정비사업 추가 참고자료'에는 준설·생태하천 조성·제방 보강·자전거도로 등 시설비의 세부항목이 나와 있다. 여기에 항목별로 사업량과 예산액이 적시돼 있다.

 

이는 시설비와 토지 매입비만 적시한 이전 자료(11월 9~10일 제출 자료)에 비해 조금 진전된 것이다. 하지만 예산심사에 필요한 세부내역은 없다.

 

공구별 시설비 총액 쪼개놓았을 뿐 세부내역 없어

 

'최종자료'의 분량은 표지와 목차를 제외하고 총 137쪽에 이른다. 이 자료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4대강)뿐만 아니라 섬진강의 하천정비사업도 포함돼 있다. 자료를 보면 각 사업명 아래에 하천명과 위치, 사업개요, 공사종류별 예산내역이 나와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비의 57.8%(9조 7875억 원)가 투입되는 낙동강의 34공구를 보면 '준설 11.4km, 생태하천 조성 2.1km, 자전거도로 16.9km'라는 사업개요와 함께 2010년도 예산 300억 원(시설비)의 세부내역이 적시돼 있다.

 

낙동강 34공구의 경우 11.4km의 준설에 245억8300만 원, 2.1km의 생태하천 조성에 24억1700만 원, 기타사업(교량보호공 1개소 등)에 30억 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다.

 

이렇게 세부 항목별 예산액이 적시되긴 했지만, 이것이 국회 예산심사에 충분한 정도는 아니다. 시설비 총액을 항목별로 쪼개놓았을 뿐 정작 예산심사에 필요한 사업별 세부내역은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 중 하나인 '준설' 항목이다. 정부에서 제출한 최종자료에는 '사업량'만 나와 있어 준설 깊이와 폭, 양(㎥)을 판단할 수 없다. 즉 '어느 정도 깊이 파서 준설량은 몇 입방미터(㎥)인지, 준설토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의 세부내역은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예산심사에 필요한 세부내역을 제출하지 않으면 향후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둘러싸고 예산 전용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회 국토해양위의 한 관계자는 "예산의 세부내역을 제출하면 예산 전용 등이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처럼 포괄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경우 예산 집행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왜 가장 규모가 작은 보만 설치하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준설과 함께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 중 하나인 보의 대부분이 국회 예산심사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이다.

 

4대강에 설치될 총 17개의 보 가운데 수중보 1개를 제외하면 수량 확보 등을 위한 다기능보는 16개다. 하지만 정부의 최종자료에는 금강의 금남보 예산(230억 원)만 나와 있다. 15개 보를 설치하기 위한 사업비는 국회 예산심사에서 빠져 있는 셈이다.  

 

이는 정부가 보 설치를 대부분 한국수자원공사로 떠넘겼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상당부분을 수공의 자체사업을 추진하도록 했기 때문에 수공이 맡은 사업은 별도의 예산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 수공이 투자할 8조원 가운데 보 설치에만 1조4000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 특히 유일하게 국회 예산심사를 받게 된 금남보는 16개의 다기능보 중 가장 규모가 작다. 금남보는 높이 4.0m에 평균수심 2.2m로 설치될 예정이고, 총사업비가 230억 원에 불과하다. 

 

결국 정부는 사업규모가 가장 작은 금남보에만 예산을 투입하고, 나머지 15개 보는 수공의 투자로 설치된다. 다만 수공은 15개 보 가운데 강천보(한강)·함안보·강정보 등을 제외한 10개 보를 지방국토관리청에서 위탁한 상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보 설치는 사실상 정부사업이기 때문에 최소한 10개 보 설치와 관련된 예산은 국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수공이 지방국토관리청에 위탁한 사업이기 때문에 별도의 국회 예산심사를 받을 이유는 없다"고 일축했다.

 

민주당 "국회 예산심사 회피하기 위한 것... 수공 내역까지 제출해야"

 

정부가 '불법 시비'에도 불구하고 수공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상당부분을 떠넘긴 것은 국회 예산심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성순 의원(서울 송파병·민주당)은 "규모와 투자비 면에서 가장 작은 금남보만 국비로 공사하고, 나머지 15개 보는 수공 예산으로 설치하도록 한 것은 국회 예산심의를 회피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보, 준설 등 논란이 될 만한 사업은 모두 수공을 떠넘겼다"며 "수공이 맡고 있는 사업의 세부 예산내역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예산심의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용섭(광주 광산을·민주당)·조정식(경기 시흥을·민주당) 의원도 "수공의 사업을 포함해 공구별로 구체적 사업내역을 제시하는 자료가 있어야 예산심의가 가능하다"며 "4대강 사업에서 보 건설은 본질적으로 국가사업인 만큼 사업내역을 상세하게 공개하고 타당성을 검증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한국수자원공사#김성순#이용섭#조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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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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