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회의가 진전도 없고 착잡하다. 수차례 회의해도 (정부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잘못돼서 파국으로 갔을 때 이 책임이 누구한테 있나? 장관이 책임질 것인가."
-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이 문제를 처음 논의하면서 법대로 시행하되 연착륙 방안을 논의해보자는 것이었다. 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이고, 안 될 부분이 무엇인지 논의했으면 한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는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겠다. 저희들도 노조가 당당하고 자주적이기 위해서는 (전임자 임금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라 생각한다."
- 임태희 노동부 장관
내년에 시행될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를 논의하는 노사정 6자 대표자 회의가 결국 결렬됐다. 지난 달 29일부터 실무자 회의를 포함, 9차례나 머리를 맞댔지만 의견 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노동부는 13년 동안 유예되어 온 전임자 임금 문제 등을 당장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경영계 쪽은 정부의 주장을 '경제살리기'라며 거들었다. 노동계 대표인 민주노총·한국노총의 양대 노총 위원장들은 "회의를 하자는 거냐, 말자는 거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결국 40분 가량 진행된 6자 대표들의 모두 발언은 이날 노사정 대표자 회의의 '파행'을 짐작케 했다.
"노동계, 경제살리기 동참하는 마음 부족한 것 같다"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이 먼저 노동부의 '고집'을 성토했다.
"지난 대표자 회의 때 외국의 사례를 가지고 나와 검증해 보자고 해서 노동계가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프랑스의 사례까지 들고 나왔다. 그런데 노동부는 미국과 일본의 노동법 일부 조항만 가지고 나왔다. 노동부는 노동조합의 어용화를 막기 위한 노동조합법 2조의 부당경비 지원 금지 조항을 마치 전임자 임금 문제로 왜곡하고 불리한 부분은 감춰버리는 식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이 회담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임 위원장은 이어, 정부의 통합공무원노조 탄압 사례와 철도공사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 사례를 들며, "우리는 갈등을 원치 않는데 정부가 갈등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하고 뒤로 물러설 수 있는 길을 없앤다면 노조가 가진 마지막 무기인 총파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영계는 노동계의 주장을 '경제 살리기'의 해악으로 밀어붙였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우리나라는 해외로부터 직접 투자가 저조한 편인데 외국기업이 한국의 노사 관계를 문제삼아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며 "임 위원장이 말하셨지만 외국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제도에 대해서는 각자의 해석이 다르다,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이 이슈에 대해 노동계가 경제살리기에 동참한다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부족한 것 같다"며 "쉽게 말해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노동계에 너무 휘둘려 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장석춘 위원장 "총파업 접는다고 생각하나? 차라리 맞아서 죽겠다"
이에 대해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경제살리기에 진정 매진하고 싶다면 경제의 한 축인 노동자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해주길 기대한다"며 일침을 놨다.
장 위원장은 이어, "내년 시행할 예정인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부터 삭제를 해야 그 이후에 연착륙이든 나머지 부분이 (논의를 통해) 진전될 수 있는데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며 "길을 틔워 줘야지 원론적인 이야기하고 시간만 때우다가 이게 파국으로 치달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위원장은 특히 "이미 (한국노총이) 총파업 투표를 부치고 있는 상황이고 결렬될 때 총파업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인데 회의 결과가 잘못됐다고 파업을 접는다고 생각하나"며 "(우리는) 총파업 간다, 차라리 맞아서 죽겠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양대 노총의 격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임태희 노동부 장관의 태도는 변함 없었다. 그는 도리어 "내가 알고 있는 문명국가에서 복수노조를 법으로 금지하는 국가는 없다", "전임자 문제는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임 장관은 이어, "정부는 오늘 회의가 마지막임을 감안하고 최후의 순간까지 합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면서도 "합의가 되면 여러가지 보완이 가능하다, (합의가 안돼) 국회 일정상 입법으로 보완이 안 된 상황에서는 현행법으로 충실하게 갈 수밖에 없다"고 노동계를 압박했다.
아울러, "정부는 적법하고 합법적인 노조의 활동은 보장하지만 불법이거나 부당한 노조의 요구에는 법규에 따라서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며 양대 노총의 총파업 방침에 대해서도 강경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임성규 위원장이 곧바로 "임 장관의 말을 빌자면 지구상 문명국가 중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법으로 금지한 국가는 없다"며 "노동부가 복수노조 시행시 교섭창구 단일화를 노동부 행정법규로 강제하겠다는 안도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위헌소지가 크다'고 하지 않았냐"고 반박했지만 임 장관의 태도는 꿋꿋했다.
임 장관은 "국회 입법조사처가 노동부의 행정법규 내용을 보지 않고 일반론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입법조사처도 복수노조 시행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노동부 장관의 조치 필요성은 인정했다"고 답했다.
노사정 대표자 회의 결국 파행? .... 양대 노총, 총파업 투쟁 준비 중
노동부는 이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행 노조법대로 시행하기 위한 세부 계획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결국 이후 정치권을 포함해 물밑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노·정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노총은 지난 16일부터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고 지난 19일 전국 35곳의 사업장에서 90%가 넘는 찬성률을 기록하며 파업이 결의된 상태다. 또 오는 28일을 시작으로 동시다발 집회와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 등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오는 27~28일 단위 노조 대표자 회의를 열어 한국노총과의 연대 총파업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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