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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세계유일의 연안습지인 순천만의 갈대숲을 지난 26일 찾았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숲은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들녘에는 흑두루미 무리가 하늘을 날고 있다. 논에는 추수를 하지 않은 벼이삭이 그대로다.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순천만을 찾는 겨울철새들의 먹이로 남겨둔 듯하다.

 

순천시는 흑두루미 서식지 농경지내 전봇대 280여개를 제거 전깃줄에 의한 흑두루미 피해 를 방지하고 먹이생물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주변 58㏊의 농경지를 친환경농업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러한 순천시의 환경개선 노력으로 11월 현재 300여 마리의 흑두루미가 순천만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 진객 흑두루미는 살아있는 화석이라 일컫는 희귀종이다.

 

순천만 갈대숲에 무리지어 모여드는 사람들

 

갈대숲 너머에는 갯벌이 끝없이 이어진다. 순천만은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국제 희귀철새들의 천국이다. 해마다 우리나라 조류의 절반가량이 순천만을 찾아오며 이곳에서 관찰된 조류가 220여 종이나 된다고 한다. 아름다운 연안습지로 생물학적 가치가 큰 순천만은 2008년 6월 16일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 제4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생태연못에는 오리가 한가롭다. 아이와 나들이 나온 관광객은 오리 흉내를 내며 아이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연못가로 다가가자 오리가 멀어져가자 아쉬워한다. 광주에서 온 어린아이는 김선우(2)다. 선우 엄마는 순천만이 너무 좋다며 행복한 표정이다.

 

무진교는 사람들의 물결이다. 부천에서 동료들과 함께 순천만을 찾은 김치권(65)씨는 순천만이 생각보다 훨씬 좋다며 다시 한 번 오고 싶다고 말한다.

 

"순천만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요. 개인적으로 또다시 오고 싶어요."

 

순천만의 갈대는 서로 부둥켜안고 몸을 부비며 운다

 

 

순천만 너른 갈대숲을 갈매기 무리가 선회한다. 한줄기 다사로운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자 순천만의 갈대가 울음을 토해낸다. 순천만의 갈대는 서로 부둥켜안고 풀벌레처럼 몸을 부비며 운다. 초겨울 바람 부는 순천만에 홀로서서 외롭고 처량한 갈대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순천만의 갈대 울음소리는 그리 슬프지 않았다. 초겨울이라지만 너무 따사로운 날씨 탓일 게다.

 

순천만의 갈대는 가녀린 몸으로 하늘로만 향하다 꼭대기에 꽃을 피워 올렸다. 두 번 피는 꽃, 갈대의 보드라운 솜꽃이 피었다. 바람 부는 날 순천만 갈대숲에 서면 가슴이 뛴다. 순천만의 갈대숲에 파묻히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깃털보다 가벼운 갈대의 솜털은 바람의 유혹에 자꾸만 둥실 떠오른다.

 

사람들은 순천만의 갈대 숲길로 모여든다. 철새처럼 무리지어 모여든다. 어머님 생신을 맞아 어머님 모시고 왔다는 효심 많은 부부, 단체로 찾아와 웃고 떠드는 아줌마들, 추억 만들기에 바쁜 연인들, 휴대폰으로 인증 샷을 날리는 사람들… 초겨울 순천만에는 철새보다 많은 사람들이 무리지어 오간다.

 

다양한 철새를 가까이에서... 생태체험선 '에코피아호'

 


순천만 갈대숲길 중간쯤에 다다랐다. 겨울햇살이 따사롭다. 갈 숲 갯벌에는 칠게가 간간이 보인다. 하얀 솜털 옷을 입은 갈대는 햇살을 받아 눈부시다. "야~ 이게 갈대밭이구나!"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며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즐거워한다. 순천만 갈대숲에 서면 누구나 어린아이가 되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 가 보다.

 

"이렇게 멋진 곳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생태체험선 선상투어에 참여한 한 아주머니의 소감이다. '에코피아호'를 타고 대대포구를 출발 순천만을 구경하는 탐조여행은 갈대숲 사이를 이동하면서 다양한 철새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1일 5~8회 운항을 하며 30~40분이 소요된다.

 

 

순천만을 대표하는 겨울진객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도 찾아왔다. 흑두루미는 일반 두루미가 흰색인 것과는 달리 검은색을 띤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흑두루미는 전 세계적으로 약 1만 마리 정도가 남아있는 진귀한 새로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흑두루미 무리가 순천만의 들판을 수놓고 있다. 흑두루미의 아름다운 비행에 관광객들은 넋을 빼앗긴 채 바라보며 떠날 줄을 모른다. 겨울진객 흑두루미의 멋진 군무,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몸을 비벼대며 우는 갈대 울음소리… 초겨울의 순천만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순천만, #갈대, #흑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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