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6일 서울시는 '장애 없는 보도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장애 없는 보도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갔을까요? 노란색 점자 블록을 비시각장애인의 눈으로 봤을 때에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진회색으로 변경한 탓에 약시자들이 점자 블록을 웅덩이로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언론을 통해 많은 분들이 접하셨을 겁니다.
가로등, 버스정류소 등이 점자 블록을 가로막고 있는 경우는 네티즌들에 의해 여러 번 고발이 되었는데요. 아마 점자 블록을 설치할 당시엔 가도등이나 버스정류소 같은 장애물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점자 블록이 있는 위치에 버스정류소를 설치하고 가로등을 설치한 것에 대한 비판은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공덕역에서 이해할 수 없는 점자 블록을 발견했습니다.
점자 블록은 에스컬레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안내되어 있었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우향우 할 경우 철제 구조물과 마주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철제 구조물을 운 좋게 피하더라도 휠체어용 에스컬레이터 구조물과 추돌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시각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복지행정이라고 밖엔 볼 수 없었지만 좀 더 생각을 해보니 이런 황당한 점자 블록이 탄생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좌측 보행이 우측 보행으로 변경되면서 이런 괴물 같은 점자 블록이 등장 한 것입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점자 블록이 아직까지 좌측 보행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지난 8월 26일 '장애 없는 보도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힌 서울시가 좌측 보행이 우측 보행으로 변경된지 1개월하고도 20일이 더 지난 11월 28일 현재까지 시각장애인들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언론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습관적'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좌측으로 가다가 올라오는 시민들과 부딪히는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과연 그러한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가 습관적인 좌측 보행 때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