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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최고의 막장드라마를 뽑았다면 이제, 착한 드라마를 살펴봐야 할 차례이다. 이른바 막장 드라마와 대비되는 착한 드라마는 장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워낙 막장 드라마가 유행하다 보니 막장 소재가 담겨있지 않는 드라마를 우리는 '착한 드라마'라 부른다.

 

특히 2009년은 막장 드라마의 최절정기를 맞이했지만 한편으로 막장 드라마도 재미가 없으면 시청자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있음을 재발견한 시기이다. 동시에 막장 소재, 즉 자극적인 소재가 없어도 충분히 시청자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착한 드라마'가 인정받은 시기이도 하다.

 

그렇다면 올해 어떤 착한 드라마가 등장했으며 시청자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는지 면면히 살펴보도록 하자.

 

1위 물질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린 <찬란한 유산>

 

제목: 찬란한 유산

애칭: 찬유

최대의 수혜자: 한효주, 이승기, 배수빈, 문채원(네 명의 주인공 모두 상종가)

최대의 피혜자: 없음(모든 출연진들이 호평을 받음)

 

<찬란한 유산>은 국민의 절반이 넘는 이들이 40%를 넘으며 명실상부 국민드라마가 되었다. 사실상 전형적인 홈드라마로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교과서적인 내용을 다루었다고 할 수 있지만 장르 파괴를 통해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며 시청률 대비 화제도도 높았다.

 

우선 <찬란한 유산>은 제목에서 나왔듯 물질적인 현대 사회에서 팽배해진 돈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그것이 유산과 연결되어 장숙자의 유산을 차지하려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돈이란 무엇인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이즘 되면 젊은 세대들은 너무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지만 젊은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가 곁들어지면서 젊은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여기에 돈을 매게체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은 주말드라마에 어울리는 공식이기 보다 미니시리즈에나 어울릴 법한 구성을 띠어 주말드라마와 미니시리즈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진부함을 신선함으로 바꾸어 놓았다.

 

가령 백성희가 자신의 남편이 죽자 의붓 딸과 아들을 버리고 보험금을 가로채고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끊임없는 거짓말로 빠져나간다. 이런 모습은 주말드라마보다 마치 미니시리즈에서 악녀로 등장하는 캐릭터가 주로 해왔던 일들이다. 즉, 이러한 부분들은 미니시리즈에서 쉽게 볼 수 있던 플롯인데 이를 주말드라마에 끌어와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를 얻었다.

 

또한 장숙자라는 캐릭터로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르신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주말드라마가 추구하는 교훈적인 이야기까지 보여줌으로써 진정한 착한 드라마라는 평을 들었다. 여기에 출연진들의 호연도 한몫을 했다. 장숙자를 연기한 반효정, 백성희를 연기한 김미숙이 극의 중심을 잡고 탁월한 연기를 선보였으며, 젊은 세대 이승기, 한효주, 배수빈, 문채원 등이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며 드라마 전체를 빛나게 했다.

 

이로써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소재와 설정이 없어도 충분히 시청자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며 <찬란한 유산>은 그야말로 찬란한 종영을 맞이했다.

 

Key Pioint: 물질만능주의 현대사회에 돈이란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더불어 동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돈'이라는 물질주의를 최우선을 살아가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따로 있음을 유산이라는 이름을 통해 알려줌.

 

2위 전통 가족상을 새롭게 제시한 <가문의 영광>

 

제목: 가문의 영광

최대의 수혜자: 윤정희(시청률 보증수표를 다시 한 번 확인함)

최대의 피혜자: 윤정희, 박시후, 이현진, 전혜진(가수 출신 마야보다 연기력 부족으로 논란을 일으킴)

주인공 커플애칭: 강단커플

 

<가문의 영광>은 전형적인 홈드라마로서 사실상 착한 드라마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찬란한 유산>의 전작인 <가문의 영광>도 자극적인 소재 대신 전통 가족상을 새롭게 재해석한 드라마로 좋은 평가를 받은 평균 30% 시청률을 넘나들며 인기를 끌었다.

 

이제껏 전통 가족은 고지식한 가부장적인 가족제도의 모습이 전부였고, TV 드라마에서 그러한 고정관념대로 그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제목만 놓고 보면 분명 <가문의 영광>은 지루한 드라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제작진은 우리가 아는 전통 가족상은 사회에서 잘못 전달해서 생긴 오류라고 말하고 있다.

 

즉, 우리가 아는 유교와 가부장적인 가족제도의 모습은 고정관념일 뿐 진정한 전통 가족의 모습은 하만기 댁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만기 댁은 종손이지만 아들을 비롯한 손자 두 명이 이혼을 했고, 막내 손녀는 결혼하자마자 남편을 잃은 과부였다. 이즘되면 우리의 상식으로는 종손이라 한다면 창피하고 이미 전통가족상에 먼 집안이다. 이혼이라는 자체가 성립이 불가하니 말이다.

 

하지만 하만기 회장은 자식들을 재가를 허락했고, 심지어 종부가 자식을 낳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종손의 문제로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가족에게 거짓을 이야기한다. 이처럼 우리가 알던 고지식하고 혈연주의에 입각한 전통 가족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와 반대로 돈에 집착하는 벼락부자 이천갑 네와 충동하면서 이 사회에 진정한 가치를 어디에 두는냐에 대한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풀어나갔다. 또한 연결될 수 없는 두 집안에서 단아와 강석의 사랑의 결실로 화해를 하며 이 시대의 진정한 가족애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조명하였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청춘스타들의 부족한 연기 실력으로 중년 연기자들의 연기력에 턱 없이 부족했다. 대표적으로 윤정인과 박시후, 이현진과 전혜진은 분명 극의 흐름에 중요한 사람들이었으나 그들의 연기는 여전히 국어책을 읽는 수준이다. 오히려 가수 출신인 마야가 더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 주인공을 무색케 했다. 이 점만 빼면 분면 흠잡을 데 없는 <가문의 영광>이다.

 

Key Point: 점점 해체되어가는 가족. 현대사회에 맹점인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전통가족과 핵가족을 대비하여 보여주었다. 특히 가문, 종가 라는 고리타분하고 선입견을 탈피하고 진정한 전통 가족은 바로 이것임을 출연진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줌.

 

3위 아내는 무엇으로 사는가, <내조의 여왕>

 

제목: 내조의 여왕

최대의 수혜자: 김남주(8년 만에 컴백해 연기변신과 건재함을 동시에 과시)

최대의 피혜자: 오지호(답답한 캐릭터로 아줌마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함)

명대사: 천지애어록 (토사구땡, 인생은 새홍치마, 마그네틱이 나갔나봐 등등)

 

<내조의 여왕>은 땜방용 드라마로서 김남주 컴백작품 치고는 초라했다. 하지만 시작은 초라했으나 그 끝은 창대했다. <꽃보나 남자>가 종영되자 시청률이 수직상승하며 MBC 효녀 프로그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뿐만 아니라 작품적인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이끌어 내며 올해 착한 드라마에 선정될 수 있었다.

 

사실, 이제껏 아줌마를 주인공을 내세운 드라마는 많았다. 하지만 <내조의 여왕>은 남편에 의해 자신들의 신분이 달라진다는 아줌마의 현실적인 내용을 담아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도 남자에 의지하기보다 남자를 능력 있는 남편으로 길러내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바를 취득한다. 그래서 <내조의 여왕>은 여자들을 비하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웠다.

 

특히 실제로 <내조의 여왕>에서 등장하는 남편들의 모습은 여자 없이는 무엇도 할 수 없는 그러한 인물들이었다. 태봉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들 직장인들의 설움과 능력 부족으로 아내들이 '평강회'라는 사조직에서 남편들보다 더 아부를 해야 했다.

 

하지만 여기에 판타지적인 요소인 태봉이를 내세워 천지애와의 로맨스를 살짝 끼어 넣어 아줌마들의 대리만족을 시켜주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확히 불륜이 펼쳐지거나 한 것은 아니다. 결국 정신적인 사랑의 이야기와 함께 태봉이가 일방적으로 천지애를 향한 짝사랑이었다. 천지애는 부족하지만 자신의 남편 달수만을 바라봤고 그 사이 오해와 불신으로 이혼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래서 <내조의 여왕>은 자칫 잘못하면 막장 드라마 범주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영리한 작가는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가며 자신이 말하고 싶은 바를 정확하게 이야기 했다. 또한 지루하거나 단조로울 수 있는 내용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천지애를 통해 어록을 만들어 내 유행어까지 만들어내는 등 코믹드라마로서의 본분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내조의 여왕>과 같은 아줌마 시청자들이 웃고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다시 한 번 나와주길 간절히 빌어본다.

 

Key Point: 대한민국 아줌마의 아줌마에 의한, 아줌마를 위한 드라마가 <내조의 여왕>이었다. 그동안 전업주부라는 비능률적인 시선을 온전히 감당해야 했던 주부들에게 남편을 향한 내조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 지를 보여줌. 동시에 아줌마들의 로망을 잘 표현함.

 

4위 가족의 참의미를 이야기한 <솔약국집 아들들>

 

제목: 솔약국집 아들들

최대의 수혜자: 윤미라(엄마와 시어머니의 새로운 상을 제시)

최대의 피혜자: 윤미라(아들의 결혼 반대에 전형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줌)

 

<솔약국집 아들들>도 <가문의 영광>처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내용으로 착한 드라마로 선정되었다. 특히 시청률 40%를 넘으며 국민드라마로서도 인정받고 있는 <솔약국집 아들들>은 중산층 가정에 대가족을 띠고 있다. 그중 자식들이 모두 시커먼 아들들로 마흔이 다 돼도 장가를 못가 부모의 마음을 애태운다.

 

그래서 극 초반에는 아들들이 살림을 거드는 모습이 등장했고, 네 명의 아들을 키우다 보니 터프해진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극중의 코믹한 에피소드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어 할아버지를 위시한 가족들의 모습이 대가족이라는 전통적인 모습을 띠고 있었지만 고리타분하거나, 고정관념에 휩싸인 TV용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신선함까지 더했다.

 

이어 아들들의 사랑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결혼 반대라는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등장해 네 명의 아들을 키운 엄마의 모습이 전형적으로 그려져 다소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결혼 후에 며느리를 대하는 모습에서 다시금 새로운 시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큰 며느리의 경우 결혼을 반대하고 나서 결혼 후에도 앙금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미 결혼한 아들과 며느리를 보듬고, 잔소리를 할 때는 하고 쿨하게 며느리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셋째 며느리의 철부지 행동을 웃고 넘어가면서도 가르칠 건 가르치는 모습에서 친구 같은 시어머니의 모습도 보여주어 그동안 고약한 시어머니, 못된 시어머니의 모습에서 모처럼 웃음이 절로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와 함께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네 명의 자식들이 성장해 결혼을 해 일가를 일구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새롭게 들어온 사람과 융화되는 모습에 잊혀져 가는 가족애를 다시 발견하는 수확까지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아들의 사랑과 결혼을 극 후반부에 심도 있게 그리다 보니 너무 사랑에만 국한되어 내용이 이어진 점은 끝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이는 연장이라는 고질적인 한국 드라마의 병폐로 인해 당초 분량보다 이야기가 늘어지면서 전개가 늦어진 탓일 것이다. 이러한 점을 뒤로 하고 <솔약국집 아들들>은 무난한 소재와 훈훈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Key Point: 이제껏 등장했던 시어머니의 모습은 잊어야 한다. 적어도 <솔약국집 아들들>을 봤다면 말이다. 물론 '시'자가 들어가는 시어머니를 친정어머니처럼 생각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면서 오해와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솔약국집 아들들>의 시어머니는 친구같지만 내 딸처럼 보듬기보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쓰는 현명한 시어머니의 모습이었다.

 

5위 현대인에게 필요한 건 가족의 사랑,

     <지붕뚫고 하이킥>

 

제목: 지붕뚫고 하이킥

애칭: 하이킥 

최대의 수혜자: 진지희(한국의 다코타 패닝의 등장)

최대의 피혜자: 없음(현재 방영 중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없음)

명대사: 야! 이 빵꾸똥꾸야!

 

다른 작품보다 뒤늦게 출발했지만 충분히 착한 드라마로 선정될 이유가 있는 <지붕뚫고 하이킥>이다. <하이킥>은 시트콤임에도 불구하고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고 장르적인 파괴를 통해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내세워 재미와 공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아내고 있다.

 

시트콤 특성상 어떠한 에피소드에도 웃음코드가 들어있어야 하지만 산골 자매 신세경 자매는 웃음 코드보다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래서 처음에 시청자들은 <하이킥>에 낯선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해체된 가족과 현대인들의 생활 모습을 조명하고 그 안에서 가족애로 서로를 보듬어안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전개되자 시청자들도 어느새 <하이킥>에 동화되었다.

 

그래서 최근 들어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하이킥>을 시청해야 한다는 시청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더욱이 시트콤의 성격을 파괴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각각의 개성있는 캐릭터가 구축되고 황혼 로맨스, 해체된 가족의 모습, 사랑이 필요한 아이, 돈 하나에 가족이 뿔뿔이 헤어져 살아야하는 자매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외롭고 고독한 현대인들에게 결국 가족의 사랑만큼 소중한 것이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어 작품성에서도 대부분 극찬을 보낸다.

 

또한 장르파괴를 하면서 다시금 꺼져갔던 시트콤을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분명 <하이킥>은 앞으로 여러 사람의 입에서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중반부에 이른 시트콤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지만 김병욱 감독 특성상 뚝심있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어 낼리라 믿기에 <하이킥>의 앞으로 전개가 더욱 더 기대되는 바이다.

 

Key Point: 시트콤의 부활을 알린 <하이킥>은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 가운데 외롭고, 고독하며 허전한 현대인들이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잘 어루만지며 시트콤이라는 장르에 보기 드물게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덕분에 시처자들은 그들이 보여주는 가족의 사랑 이야기에 흠뻑 젖을 수 있다. 또한 시트콤도 드라마 장르와 결합되어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찬란한 유산 #가문의 영광 #내조의 여왕 #솔약국집 아들들 #지붕뚫고 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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