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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국악인 천희심씨의 춘향가완창공연  가을이 한껏 깊어가는 11월 29일 전주의 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에서 '천희심의 동편제 김세종바디 판소리 춘향가 완창 발표회'가 벌어져 국악애호가들의 귀는 한껏 호사를 누렸다.
중견국악인 천희심씨의 춘향가완창공연 가을이 한껏 깊어가는 11월 29일 전주의 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에서 '천희심의 동편제 김세종바디 판소리 춘향가 완창 발표회'가 벌어져 국악애호가들의 귀는 한껏 호사를 누렸다. ⓒ 서치식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말이 있다. 남편이 노래를 부르면 아내가 따른다는 말로, 부부 화합의 도리를 웅변하는 말일 것이다. 가을의 끝자락인 11월 29일 일요일 전통문화의 도시인 전주에서 이 말에 딱 어울리는 중견국악인 천희심(48·전주시 송천동)씨의 '판소리 춘향가완창발표회'가 열려 국악애호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남편은 북으로 장단을 맞추고 아내는 판소리 한 바탕을 완창하는 이색무대가 전북 전주에서 열린 것이다. 이난초 명창에게 흥보가와 춘향가를, 김소영 명창에게 심청가를 배운 천씨는 이번이 네 번째 완창 무대로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원으로 강도근 동편제 판소리 보존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지난해 무형문화재 이일주 선생 '심청가' 이수자로 지정됐다.

2000년 '제12회 목포전국국악경연대회' 판소리 명창부 장원을 차지,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전통의 도시 전주의 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에서 오후 2시에 시작한 이날 공연은 250석의 객석을 가득채운 관객들의 열띤 호응 속에서 장장 세 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공연시간이 긴 완창무대는 보통 1,2부로 나누어 진행되는데 이날 2부의 고수는 권혁대(48· 전주시송천동,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이수자)씨로 이들은 전주에서는 이미 유명한 중견국악인 부부이다.

2부에서 고수를 맡게 될 남편 권혁대씨  2005년의 그 끔찍한 사고에서 이 고마운 부부는 각자 역활을 나누어 집사람을 도왔다고 한다.
2부에서 고수를 맡게 될 남편 권혁대씨 2005년의 그 끔찍한 사고에서 이 고마운 부부는 각자 역활을 나누어 집사람을 도왔다고 한다. ⓒ 서치식

1980년대 후반 서울에서 국악을 배우면서 만나 결혼한 부부는 "소리를 제대로 한 번 해보자"는 일념으로 '국악의 본고장' 전주에 터를 잡았지만 수입이 없어 한때 시장에서 만두를 빚어 팔며 소리를 연마했으며 나란히 전북도립국악원의 교수를 지낸 바 있다.

2시가 되어 전통문화센터의 한벽극장에 가니 약간 상기된 표정의 남편 권혁대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공연장에 들어가니 250석의 한벽극장에 빈자리가 별로 없다. 판소리이고 긴 공연시간을 필요로 하는 완창 발표회의 자리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굉장한 성황이라고 생각 되었다. 1부의 고수인 신용진씨의 장단에 맟춰 신관사또인 변학도가 남원으로 도임 차 내려오는 대목인 '신연맞이'를 하고는 20분간 휴식시간을 가졌다.

전통문화의 도시답게 공연이 벌어지는 전통문화센터는 공연장 밖에 굴렁쇠, 투호 등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게 놀이시설을 잘 갖추어 휴식시간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가 긴 공연시간과 낯설기만 한 춘향가를 지루하게 여길 것 같아, '지루하면 가자'고 했더니 '지겨우면 아빠 먼저 가. 나랑 엄마는 이모공연 다 보고 갈 거야. 재미있기만 한데 아빠는 왜 그래?'한다. 잘 이해 못하리라 생각해서 말했는데 의외의 반응에 놀랐다. 휴식을 마치고 2부가 되자 남편인 권혁대씨가 고수로 등장했다. 권씨는 힘겨워 하는 완창자에게 우렁찬 추임새를 통해 힘을 실어줬다.

 굴렁쇠등 전통놀이를 즐기게 잘 마련된 전주전통문화센터  긴 완창공연의 휴식시간을 이용해 굴렁쇠, 투호 등 우리의 전통놀이를 즐기는 모습
굴렁쇠등 전통놀이를 즐기게 잘 마련된 전주전통문화센터 긴 완창공연의 휴식시간을 이용해 굴렁쇠, 투호 등 우리의 전통놀이를 즐기는 모습 ⓒ 서치식

내가 지난 2005년 그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권씨 부부는 한 아파트의 위 아래층에 살았다. 그 부부와는 판소리 동호회 모임인 '더늠회'의 활동을 같이하기도 한 사이다. 사고가 밤늦은 시간에 났던지라 집에서 사랑하는 딸 형서와 자고 있던 아내는 늦은 밤 경찰로부터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이 의식을 잃고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에 후송되어있으니 확인해 보라'는 전화 연락을 받고 자고 있는 형서를 아래층에 살던 이들 부부에게 맡겼다.

권혁대씨는 당황하는 아내에게 "사실이면 혼자대처 하기 어렵다"며 함께 따라 나섰다. 병원에 도착한 뒤 사실임을 확인한 권씨는 자신의 부인에게 전화해 딸 형서를 돌보게 한 뒤 다음 날 아침 자기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집에 보내주기도 했다. 고마운 부부다.

그 생각을 좇다 보니 어느새 공연은 변학도의 생일잔치에 어사출도 하는 장면에 이르고 있었다. 관객을 돌아보니 긴 공연 시간에도 빈자리가 거의 없었고 지쳐가는 완창자에게 힘을 주기위한 관객들과 고수의 힘차고 흥겨운 추임새에 맞춰 3시간 반의 긴 공연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었다. 시각은 5시30분이었다.

긴 공연으로 지쳐가는 부인의 힘을 돋우는 힘찬 추임새를 하는 고수남편  권혁대  완창 막바지에 긴 공연으로 힘들어 하는 창자에게 힘찬 추임새로 한껏 격려하는 고수남편의 모습
긴 공연으로 지쳐가는 부인의 힘을 돋우는 힘찬 추임새를 하는 고수남편 권혁대 완창 막바지에 긴 공연으로 힘들어 하는 창자에게 힘찬 추임새로 한껏 격려하는 고수남편의 모습 ⓒ 서치식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게재 후 다음의 view에도 게재 합니다.



#천희심#춘향가완창#천명희#권혁대#부창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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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2급 장애를 가진 전주시 공무원으로 하프마라톤 완주를 재활의 목표로 만18년째 가열찬 재활 중. 이번 휠체어 사이클 국토종단애 이어 장애를 얻고 '무섭고 외로워'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휠체어에서 마라톤까지"시즌Ⅱ로 필자의 마라톤을 마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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