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는 제46회 무역의 날을 맞아 '올해 수출입 전망과 평가'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국가별 수출 순위는 러시아, 캐나다 등을 제치며 역대 가장 높은 9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12위를 차지했었다.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게는 1956년에서 1994년까지 무려 38년간 세계 1위를 차지한 수출 분야가 있다. 그것이 상품이었다면 아마도 자랑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불명예스럽게도 우리는 '고아 수출국'이라는 별명을 얻고 말았다.
보건복지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1958년 이후 2008년까지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 보낸 아이는 모두 16만1558명이었다. 이 가운데 67%인 10만8222명이 미국으로 보내졌다. 1980년부터 94년까지, 91년 한 해만 빼놓고 미국 전체 고아 입양 순위 1위가 우리나라였다고 한다.
버려진 아이들, 평생 상처를 품고 살아가다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여행자>는 버려진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9살 소녀 진희(김새론)가 아버지에 의해 보육원에 맡겨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언젠가 아버지가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 희망을 가졌던 진희는 차츰 버림받았다는 현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곳의 여러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진희도 외국으로 입양 가게 된다.
이 영화는 한국계 프랑스인 우니 르콩트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녀는 아홉 살이었을 때,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되기 직전에 가톨릭 수녀들이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머문 경험이 있었다. 영화는 감독 본인의 실제경험을 토대로 가정에서 버려진 아이들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해외가정으로 보내지는지 아동의 시각에서 섬세하게 재구성했다.
어린 나이에 이 땅을 떠난 아이들이 이제 성인이 되어 다시 조국과 부모를 찾아 되돌아 오고 있다. 올여름 850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6위에 오른 영화 <국가대표>는 어릴 때 미국으로 입양되었다가 엄마를 찾아 한국에 되돌아 온 해외입양아 밥(하정우)의 이야기이다. 그는 생모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으로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된다.
고아와 관련된 문제가 상처가 깊은 이유는 그것이 세대를 거쳐가면서 대대로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해체된 가정에서 버려진 아이들은 평생을 가슴속에 상처를 품고 살아간다.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낳게 되는 것이다.
여전히 고아가 발생하는 아프리카
고아와 입양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고아와 관련된 문제들은 여전히 국제적인 이슈다. 물론, 우리나라 고아와 아프리카 고아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실제로 우리나라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의 80%는 부모가 살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고아는 부모가 있음에도 발생하는 고아인 반면 아프리카의 고아는 전쟁과 에이즈 등의 이유로 부모가 사망하여 발생한다. 어쨌거나 가정이 붕괴된 상태에서 고아로 자라나는 아이들의 삶이 쉽지 않다는 것은 세계 어디서나 공통적이다.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차별과 학대, 착취의 위험에 쉽게 놓이게 된다. 부모 중 한 쪽 또는 양쪽 부모 모두를 잃은 어린이 수는 1억 330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에이즈고아가 1500만 명이며, 1200만 이상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백만 명의 고아와 거리에서 살아가는 어린이, 보호시설의 어린이들은 부모나 가족의 사랑과 보호를 받지 못하며 자란다.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은 13명에 1명꼴로 최소한 한 쪽 부모 없이 살아가고 있다. 특히 어머니의 죽음은 가난한 계층의 어린이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어머니 없이 자라는 빈곤층 어린이는 건강상태가 상대적으로 열악하며, 교육받을 기회도 잃어버리기 쉽다. 전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의 어린이가 삶의 대부분을 길거리에서 보내고 있으며 이들은 거리에서 온갖 형태의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사회의 무관심과 시설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 등으로 고통받는다.
열악한 환경으로부터 엄마들을 지켜라2009 세계아동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최빈국 임산부들이 출산과 임신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할 확률은 선진국의 300배다. 매년 50만 명의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1990년 이후 이러한 원인으로 사망한 여성의 수는 약 1천만 명에 달한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아동생존율 향상에 상당한 진전을 이룩한 반면 모성 사망률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리고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차이도 상당하다.
한 여성이 평생 동안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성을 산출한 모성사망 위험성(lifetime risk of maternal death)은 개발도상국이 76명당 1명인 반면 선진국은 8000명당 1명이다. 우리나라는 6100명당 1명, 북한은 140명당 1명으로 나타났다. 모성 사망의 99%가 발생하는 개발도상국에서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건강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출산율이 높고, 의료요원이 부족하며 보건체계가 열악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이러한 현상이 특히 두드러진다.
모성 및 영아사망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정과 지역사회, 보건시설, 출장진료를 연계하는 통합적인 보건시스템을 통해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엄마와 신생아의 생명을 구하는 일은 의료서비스의 제공 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여성의 권리가 존중되고 보호되며 여성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동시에 보건서비스를 병행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어린이 돕는 최선은 가정 붕괴를 막는 일
부모의 보호 없이 자라는 어린이들은 폭력과 착취, 인신매매와 각종 차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가정은 어린이를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곳이다. 어린이를 위험으로부터 막아주는 부모와 가정이라는 방패막이가 없다면 어린이들은 기본적인 권리를 아주 쉽게 잃게 될 것이다.
어린이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가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국제기구와 NGO들은 가족과 헤어진 어린이들을 다시 가정과 지역사회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체된 가족을 회복시켜 다시 만나게 해 주는 일, 가정을 보호하고 가정의 역량을 강화하며 그 안에서 사랑을 창출하는 일, 부모 없는 어린이들에게 가정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 등을 감당한다.
가장 작은 규모의 공동체로서 가정이 갖는 역할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이를 강조하기 위해 유엔은 1993년부터 매년 5월15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한 바 있다. 가정을 바로 세우는 것은 어린이를 보호하는 일의 기본이며 또한 시작점이다. 부모의 손길이 담긴 가정없이 어린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