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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빈곤아동들의 쉼터이자 학습터, 급식공간인 지역아동센터가 겨울나기 걱정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겨울이면 충남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원하던 난방비가 올해는 중단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정부 지원금만으로는 운영비가 턱없이 부족해 센터마다 후원금에 의존하는 여건에서 난방비라는 '발등의 불'을 떠안게 된 셈이다.

지원금 올랐어도 운영비에는 못 미쳐

 서로사랑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이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실내이지만 아이들이 모두 외투를 입고 있다.
 서로사랑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이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실내이지만 아이들이 모두 외투를 입고 있다.
ⓒ 윤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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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7월 문을 연 천안시 직산읍의 서로사랑 지역아동센터(센터장 김경환 목사). 센터장 1명과 생활복지사 2명, 아동복지교사 2명 등 다섯 명이 근무하는 이곳에는 하루 평균 30~33명의 아동들이 찾고 있다.

이용 아동의 절반에 가까운 14명은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가정의 자녀들. 차상위계층 아동들까지 포함하면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이 20여명에 이른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은 간식과 석식을 제공받고 학교숙제 등 기초학습 지도를 받으며 각종 문화프로그램도 접한다.

서로사랑 지역아동센터는 상반기에 천안시에서 운영비로 매달 240만원을 지원받았다. 10월부터는 지원금이 390만원으로 올랐다. 지원금은 인상됐지만 운영 여건은 여전히 넉넉치 못하다. 아동복지교사 2명의 인건비는 다른 곳에서 지원되지만 센터장과 생활복지사 2명의 임금은 정부 지원금에서 충당해야 한다. 지원금의 25%는 또한 사업비로만 사용하도록 한정돼 있다.

"운영비로 쓸 수 있는 돈은 실상 얼마 없죠. 지역아동센터 한 달 운영비로 대략 500~600만원 정도가 소요됩니다. 부족한 금액은 지역 주민들이나 뜻있는 분들의 후원으로 근근히 메워가고 있습니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며 요즘은 후원자 발굴이나 유지도 쉽지 않다. 수년째 매달 꼬박꼬박 50만원을 지역아동센터에 후원하던 한 복지가도 두 달 전부터 발길이 끊겼다. '읍' 지역이라 아직 도시가스도 연결되지 않아 겨울이면 기름으로 난방을 해야 한다. 운영비가 평소 보다 늘어나는 것은 당연. 이같은 처지에 이달 초 김경환 센터장은 우울한 소식을 들었다.

"2년 전부터 겨울이면 충남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90만원 정도를 지역아동센터들에 난방비로 지원했습니다. 물론 저희도 받았죠. 난방비 부담을 더는 데, 큰 도움이 됐지만 올해는 '지원이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서로사랑은 3년 전부터 야간보호도 시행, 오후 9시까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다른 지역아동센터 보다 긴 운영시간으로 난방비도 더 필요한 탓에 김경환 센터장의 걱정은 더해지고 있다.

충남도 공동모금회, 난방비 지원 중단

충청남도 공동모금회가 지역아동센터 난방비 지원을 올해부터 중단한 까닭은 무엇일까? 감사원 지적이 발단이다.

올해 감사원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중앙회와 16개 지회의 운영 전반을 감사했다. 감사 결과 충남도 공동모금회는 2007년과 2008년 월동난방비 지원사업을 시행하면서 정부 등으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는 곳에 월동난방비를 지원한 사실이 개선점으로 지적됐다.

충남도 공동모금회 정동의 부장은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운영비를 지원받는 곳은 난방비를 지원할 때 합리적 근거와 기준을 수립해 지원하라는 것이 감사원 처분 요구"라며 "충남의 약 150여개소 지역아동센터에 공통으로 적용할 기준을 수립하기가 올해는 시간상 벅차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올해는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개인 시설을 중심으로 난방비를 지원하고 지역아동센터는 내년 말이나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충남도 공동모금회의 난방비 지원 중단 소식에 근심이 크기는 다른 지역아동센터도 마찬가지.

천안지역아동센터연합회 정경모 대표는 "천안은 46개소 지역아동센터에서 1300여명의 아동들이 매일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다"며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아 정부 지원비도 받지 못하는 지역아동센터들은 난방비 고충이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천안시 지역아동센터 운영 및 지원 조례'도 만들어진 만큼 천안시나 민간의 지원에 한 가닥 희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천안시 지역아동센터 운영·지원조례'에 따르면 천안시장은 지역아동센터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센터의 기능 및 운영에 관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들의 바람이 이뤄지기는 낙관적이지 않다. 지역아동센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구청 주민복지과 관계자는 "지역아동센터에 별도로 난방비를 지원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에서 난방비를 지원하는 시설들과의 형평성을 제기하며 지역아동센터 난방비 지원 당위성을 역설한다.

현재 천안시는 경로당에 개소당 100만원,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도 개소당 15~75만원을 난방비로 지원하고 있다. 경로당에는 난방비 외에 운영비도 별도로 지원한다.

천안시의회 전종한 의원은 "지역아동센터의 비중은 경로당이나 보육시설에 못지 않다"며 "아이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난방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52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지역아동센터#난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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