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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내의 로망은 무엇일까? 남편, 자식, 시집식구 이들 모두로부터 단 하루쯤 벗어나는 것. 그게 아닐까 싶다. 적어도 주부로 하루를 살아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전업주부도 힘들겠지만 집안일과 직장 일을 병행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더욱더 그러하다. 그런 주부들의 심리를 반영하고 나선 드라마가 <미세스 타운, 남편이 죽었다>다.

언뜻 보면 남편들이 오그라들 수도 있겠다. 바로 주부의 로망이 마치 남편의 죽음으로 쉬이 읽혀질 소지가 있으니 말이다. 조금 과장될 수도 있지만 아이처럼 하나하나 챙겨줘야 살 수 있는 남편이 어떤 때는 기생충처럼 보일 때도 있으니 '남편이 죽었다'가 주부의 로망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거 '막장드라마'가 또 하나 탄생하는 것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극적인 내용 따위는 없다. 오히려 여성들의 로망을 발칙하게도 몸소 실천해 보여준다. 한 동네에 사는 세 여자의 남편은 같은 날 사고로 죽는다. 사업차 출장, 학술 연구를 위한 세미나, 그리고 아내와의 갈등으로 가출한 남자까지, 세 남자가 한날한시에 사고를 당하고 죽는다.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부라면 한 번쯤 느껴봤을 남편의 죽음을 다룬 <미세스 타운>
주부라면 한 번쯤 느껴봤을 남편의 죽음을 다룬 <미세스 타운> ⓒ tvn
아내들이 살벌한 꿈을 꾸다!

어떤 친구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정말 어느 날은 잠을 자다 곤하게 자는 남편을 보고 있노라면 베개로 눌러서 죽이고 싶을 때가 있었다고. 살벌한 이야기가 맞다. 그런데 그게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드라마 속 주인공인 부인들은 사실 슬퍼하기보다 그저 담담하거나,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라는 모토로 남편의 죽음에 의연함을 보이기도 한다.

사실 부인들이 처한 상황과 부부의 위기 상황을 본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 돈 때문에 나이 많은 사업가와 결혼한 재키에겐 젊은 애인이 있고, 스캔들을 막기 위해서 매니저와 전격 결혼한 홍주에겐 딸의 아버지가 실상 스캔들 주인공이다. 프레스 카드도 발급되지 않는 허접한 잡지 기자 보배는 남편을 교수로 만들어 보고자 노력하지만, 남편은 그녀의 노력과 상관없이 바람을 피고 다닌다.

이들이 사는 동네엔 '다정 치킨' 이 있는데 주인인 다정은 결혼 여부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홍주의 남편과 찍은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려 이들의 관계가 얽히고 설켰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정을 빼고, 난 세 아내는 실상 남편들과의 관계가 원만해 보이지 않았다. 즉, 그들이 죽었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여자들이다.

홍주는 오히려 스캔들 주인공으로 입을 막기 위해 결혼했으니, 그다지 관계가 원만하지는 않았으리라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다. 특히 남편이 가출한 전날에도 아이 양육권을 두고 다툼이 있었다. 결국 이혼을 앞둔 부부이기에 사실상 남편이 실종되었다고 믿고 싶다고 대외적으로 말하지만 죽었으면 좋겠다는 발칙한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더욱이 홍주라는 여배우를 설정했을 때 <미세스 타운>은 기존 드라마에서 그려졌던 대로 스테레오 타입으로 그리지 않는다. 스타 이면에 감춰진 사생활에 힘들어하는 보통 여자의 모습을 그리며 색다르게 표현한다.

그리고 워킹맘으로서 별 볼 일 없는 직장에 다니기 위해 발악하던 보배. 그녀야말로 남편의 죽음에 박수를 쳐도 모자를 지경이다. 자신이 꿈꾸는 작가를 포기한 채 남편을 교수로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열심히 일했건만 이 인간 만날 다른 여자와 불륜을 저지르니, 누가 살고 싶겠는가. 그래도 자식 때문에 꾸역꾸역 참아왔는데 어느 날 죽어버렸다.

장례식에서 비록 울고 있지만 속은 웃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막상 남편 죽고나니 이제 어엿한 가장이어서 허접한 잡지사 드럽고 치사하지만 때려치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또 생활 전선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마지막으로 재키. 당연히 돈 때문에 한 결혼이니 남편의 죽음 따위는 안중에 없다. 다만 3년 동안 수절해야만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비명을 지를 지경이다. 결국 재키 또한 늙은 남편 나이 들면 때 되면 갈 시간보다 먼저 갔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일 것이다.

 매회 주인공의 이야기가 바뀌어 플롯 자체가 어렵고 지루함이 느껴지는 아쉬움이 있다.
매회 주인공의 이야기가 바뀌어 플롯 자체가 어렵고 지루함이 느껴지는 아쉬움이 있다. ⓒ tvn

어려운 플롯 덕분에 시원하지 않아!

우선 남편의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네 명의 여성들은 함께 여행을 떠나듯 하나씩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전체적으로 볼 때 로두무비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한국판 <위기의 주부>를 만들고 싶어서일까, 미스터리 구조를 살짝 끼어 넣어 누가 범인지를 두고 매회 진짜 범인을 찾아 나선다.

여기까지는 기존 드라마 방식이 아니어서 신선함이 묻어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좀 더 편하게 드라마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구조가 다소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또한 첫 회에 네 명의 주인공들과 그녀들의 남편과의 관계가 잠깐씩 언급되면서 죽게 되는데, 단 1회에 그들이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를 보여줘 조금 산만하기도 했다.

그리고 죽은 남편들을 찾아 나서며 시작되는 여자들만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전까지 누가 범인지를 보여주고자 매회 한 명의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그녀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다음 회에 전 회 주인공의 이야기 반전이 등장하는데, 이 또한 구성이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미스터리 이야기를 포함하다 보니 단조로운 플롯으로 드라마를 전개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자만 그러한 구조가 매회 반복되다 보니 긴장감이 넘쳐야 할 스토리에 힘이 부치는 모습도 보인다.

특히 정작 이 드라마를 보고 통쾌해야 할 주부들이 시원함 보다는 답답하다. 이야기를 꼭꼭 숨겨놓고 확실하게 펼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세스 타운>은 충분히 아줌마들의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이유는 단, 하나 현실에서 없앨 수 없는 남편을 죽여주었으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미세스 타운 #오현경 #송선미 #이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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