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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2일 오후 5시 40분]

[행사장] 이 대통령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영광 재탄생할 것"

4대강 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함안보)·22공구(달성보) 기공식이 '낙동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이란 이름으로 2일 오후 대구광역시 달성군 논공읍 하리 달성보 공사 현장에서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 도착 시간이 임박해지자 경찰들이 행사장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대통령 도착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기다리던 마을 주민들을 향해 '여기 있으면 안된다. 저쪽으로 이동하시라'며 도로에서 멀리 떨어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4대강 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함안보)·22공구(달성보) 기공식이 '낙동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이란 이름으로 2일 오후 대구광역시 달성군 논공읍 하리 달성보 공사 현장에서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 도착 시간이 임박해지자 경찰들이 행사장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대통령 도착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기다리던 마을 주민들을 향해 '여기 있으면 안된다. 저쪽으로 이동하시라'며 도로에서 멀리 떨어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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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예. 우리 같은 시골 사람들이 언제 대통령 만나 봅니꺼. 도지사도 오고, 장관도 오고. 평생 볼 높은 양반들 뭐 오늘 한 번에 다 봤지예. 집에 가서 아들한테 자랑할라꼬예."

김성혜(68) 할머니는 수자원공사가 지급한 종이 가방을 손에 꼭 쥐었다. 종이 가방 안에는 휴대용 방석과 녹색 목도리, 그리고 4대강 사업 홍보 책자가 들어있었다. 김 할머니가 활동하고 있는 대구 달성군 게이트볼 동호회 회원들은 2일 4대강 사업 달성보 기공식에 초청을 받았다. 멀리서나마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본 건 김 할머니에게 큰 '뉴스'다.

달성군 하리 낙동강변에서 열린 달성보 기공식이 오후 3시 반께 마무리됐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김범일 대구광역시 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태호 경남도지사 등 시민 4000여 명이 참석했다. 시민들은 대구와 경북지역, 그리고 경남의 지역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왔다.

행사장을 찾았지만, 비표가 없어 들어갈 수 없는 달성군 주민들도 많았다. 이들은 거리에서 이명박 대통령 '행차' 모습을 보려 했지만, 이것도 쉽지 않았다. 경찰은 행사장 주변으로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했다. 행사장이 있는 낙동강변으로는 아무도 접근하지 못했다.

기공식이 끝난 뒤  수자원공사가 제공한 기념품을 손에 든 참가자들과 수십대의 차량들이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기공식이 끝난 뒤 수자원공사가 제공한 기념품을 손에 든 참가자들과 수십대의 차량들이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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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라도 한 번 흔들어 주러" 거리로 나온 주민들은 대통령 그림자도 못 봤다. 해병대 전우회 회원 4명은 비표 없이 승합차를 끌고 행사장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끌려 나오기도 했다. 승합차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압수됐다. 이 대통령은 도착할 때처럼 떠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달성군에서 나고 자랐다는 김호웅(65)씨는 "우리 박근혜가 왔으면 우리 같은 늙은이 손이라도 한 번 잡아주고 갔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이웃 노인들은 "박근혜도 대통령 되고 나면 손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통령 되기 전에 기회 있으면 꼭 악수하라"고 '면박'을 줬다.

노인들은 박근혜 전 대표 이야기가 나오면 표정이 변했다. 뭐라고 한 마디씩 하려고 했다. 박모(70) 할아버지는 "어째 요즘 우리 박근혜가 많이 힘든 것 같다"며 "여자 혼자 '야당' 노릇하는 게 보기 안쓰럽다"고 혀를 찼다.

이날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4대강 사업 낙동강 공사가) 지역총생산이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대구시와 낙동강 내륙의 발전을 크게 앞당기게 될 것이고, 산업화 시대 경부축의 영광이 선진화시대 낙동강의 영광으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일부 반대하는 사람들이 공사과정에서 수질이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며 "그러나 지금 어느 시대인가, 수질이 나빠지게 되는 사업을 어떻게 할 수가 있느냐"고 4대강 반대론자를 비판했다.

[행사장 밖]  "이명박 대통령은 무덤을 파고 있다"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4대강 삽질 중단'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4대강 삽질 중단'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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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높은 사람들이 총 출동해 4대강 사업 성공을 기원하고 있을 때 약 300미터 떨어진 길 건너편에서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민주노총 대구본부 등이 주최한 '사(死)대강 사업 규탄대회'가 열렸다.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행사가 동시에 진행된 셈이다. 규탄대회에는 농민과 노동자 약 200여 명이 참석했다. 낙동강변의 달성보 기공식 행사에 참석한 이들에 비하면 20분의 1수준의 규모였다.

또 기공식 현장에는 '깨어나라 낙동강아! 기대됩니다, 4대강 살리기'라고 적힌 현수막에 나부겼지만, 규탄대회장에서는 '낙동강 죽이기 막아내고 황금옥토 지켜내자!'라고 적힌 현수막이 펄럭였다. 또 규탄대회에 참석한 이들에게는 기념품도 없었다.

기공식장 부근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경찰버스와 병력이 기공식장으로 향하는 도로를 차단하고 있다.
 기공식장 부근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경찰버스와 병력이 기공식장으로 향하는 도로를 차단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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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물 샐 틈 없는 경호를 받았다면, 규탄대회 참석자들은 경찰 약 5개 중대 500여 명이 철통같이 지켰다. 경찰은 차벽을 세워 이명박 대통령이 규탄대회를 혹시라도 볼 수 없도록 차단했다.

조명래 진보신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지금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귀를 삽질이라도 해서 파야 한다"며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의 무덤을 파는 기공식을 낙동강변에서 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낙동강 함안보 설치 계획으로 농사를 못 지게 됐다는 농민 김모씨는 "멀쩡한 강을 파내는 4대강 사업으로 농토를 빼앗는 건 농민에게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며 "삽질로 쓸 돈 22조원을 농업에 투자한다면 우리나라 농민들은 세계 최강의 농업 국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남 농민회에서 온 김천식(61)씨 역시 "강변에서 농사를 마음대로 짓지 못하는 것도 마음이 아프지만 4대강 찬반을 둘러싸고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땅과 이웃을 모두 잃게 되면 어디서 인간답게 살 수 있을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지역주민과 대구·경북·부산·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4대강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지역주민과 대구·경북·부산·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4대강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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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일행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낙동강을 떠날 즈음, 규탄대회도 마무리 됐다. 수자원공사가 준 기념품을 받아들고 떠나는 이들은, 규탄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향해 "반대만 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손가락질 했다.

도로를 가운데 두고 각기 다른 행사를 치른 사람들이 모두 떠나자 강변에는 대형 크레인과 굴삭기 등만 강바닥을 파내는 기계들만 남았다.

[2신 : 2일 낮 12시46분]

 "우리 박근혜가 와뿌리면 더 좋제!"

기공식 행사준비가 한창인 달성보 공사현장에 현대건설 홍보판이 보이고 있다.
 기공식 행사준비가 한창인 달성보 공사현장에 현대건설 홍보판이 보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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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고맙습니다! 낙동강 살리기 대구가 앞장서겠습니다."
"깨어나라 낙동강! 기대됩니다. 4대강 살리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광역시 달성군에는 지금 이명박 대통령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감사를 표하는 내용도 자주 보인다. 더불어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현수막도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오후 2시 달성군을 방문한다. 달성군 하리 낙동강살리기사업 제22공구 달성보 건설현장에서 열리는 '낙동강 살리기 기공식 및 희망선포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기공식이 예정된 달성군 하리 낙동강변은 지금 이명박 대통령 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수십대의 전경 버스가 도로에 주차돼 있고, 전의경은 경비를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대형 애드벌룬에 묶인 '낙동강 살리기 희망선포식' 현수막은 푸른 하늘에서 펄럭이고 있다. '현대건설'이 크게 적힌 대형 크레인과 굴삭기도 있다. 공교롭게도 달성보 건설은 현대건설이 맡고 있다.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을 지냈다.

기공식 앞두고 속속 모이는 마을 주민들

기공식 행사준비가 한창인 달성보 공사현장.
 기공식 행사준비가 한창인 달성보 공사현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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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방문에 관심을 보이며 현장을 찾는 달성군 주민들도 많다.

"같이 왔으면 좋을낀데!"
"박근혜가 와 이명박 하고 같이 오노!"
"시골에 대통령 오면 좋은 기지! 근데, 우리 박근혜가 와뿌리면 더 좋제!"

현장을 둘러보는 60,70대의 주민 네 명은 대구 사투리로 이야기를 나눴다. 단연 화제는 박 전 대표의 이날 기공식 불참이다. 주민들은 박근혜 이름 앞에 꼭 "우리"를 붙였다. 지역구의 큰 행사이지만 "우리 박근혜"는 이날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주민들은 아쉽다.

김아무개(68)씨는 "이명박 대통령과 '우리 박근혜'가 같이 오지 않는 게 아쉽지만, 어쨌든 우리는 4대강 사업을 지지한다"며 "낙동강을 개발하면 지역이 더욱 발전해 살기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시골마을을 찾은 이 대통령을 보기 위해서 달성군 노인들은 속속 기공식 현장으로 모이고 있다. 하지만 기공식장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경찰과 대통령 경호원들의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가까이서 대통령을 보고 싶은 노인들은 "우리 동네에서 하는 행사에 와 우리가 못 들어가노!"라고 항의했다.

또 기공식 행사장 맞은편인 길 건너편에서는 대구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4대강 삽질중단'이라고 적힌 붉은색 천을 들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을 실은 관광버스도 속속 도착하고 있다.

이래저래 한적한 시골마을이 갑자기 들썩거리고 있다.

달성보 공사현장앞에서 진보신당 당원이 '4대강 삽질중단' 손피켓을 들고 서 있다.
 달성보 공사현장앞에서 진보신당 당원이 '4대강 삽질중단' 손피켓을 들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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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12월2일 오전 10시51분]

4대강 정비사업 낙동강 18공구(함안보)·22공구(달성보) 기공식이 '낙동강 살리기 희망 선포식'이란 이름으로 2일 오후 2시 대구광역시 달성군 논공읍 하리 달성보 공사 현장에서 열린다.

이날 기공식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김태호 경남도지사 등 단체장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곳은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의 지역구인데, 박 의원은 이날 기공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4대강사업 저지 낙동강 지키기 경남본부’와 ‘4대강사업 함안보 피해대책위원회’가 2일 오전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는 임봉재 마산가톨릭농민회 회장과 조현기 함안참여연대 대표, 임희자 마창진환경연합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4대강사업 저지 낙동강 지키기 경남본부’와 ‘4대강사업 함안보 피해대책위원회’가 2일 오전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는 임봉재 마산가톨릭농민회 회장과 조현기 함안참여연대 대표, 임희자 마창진환경연합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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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보 기공식을 같이 여는데, 경남 함안·합천·창녕·의령지역 주민 800여 명도 참석한다. 주민들은 각 지역별로 대형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4대강사업 저지 낙동강 지키기 경남본부'와 '4대강사업 함안보 피해대책위원회'는 2일 오전 10시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은 운하사업"이라며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경남도는 기공식 대규모 원정참가를 취소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4대강 사업 낙동강 기공식은 강을 죽이고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영남 주민의 식수원을 죽이는 죽음의 기공식"이라며 "이 같은 죽음의 기공식에 경남도가 도민 800명을 강제동원하여 달성보에서 이루어지는 기공식에 원정 참가하는 것은 무자비한 권력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4대강사업 저지 낙동강 지키기 경남본부’와 ‘4대강사업 함안보 피해대책위원회’는 2일 오전 10시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4대강 정비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4대강사업 저지 낙동강 지키기 경남본부’와 ‘4대강사업 함안보 피해대책위원회’는 2일 오전 10시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4대강 정비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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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들은 "원정 참가단에는 다음 주 기말고사를 치러야 하는 학생과, 지하수위 상승으로 침수 피해지역이지만 대책 없는 정부에 대한 분노를 가슴에 품고 있는 주민들이 포함되어 있다"며 "국민들의 의견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 생존권이 박탈당하면서 질질 끌려가듯 정부가 하는 기공식에 동원되는 이런 사회는 분명 시민주권이 죽은 사회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남도는 '국책사업이기 때문에'라는 안일한 핑계를 집어치우고 함안보 공사 중단과 함안보 지하수위 상승 관련 정밀조사부터 실시해야 한다"면서 "국민을 기만한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경남·부산·경북·대구지역 환경단체들은 이날 오후 달성보 공사 현장 주변에서 '4대강 정비사업 반대'를 주장하는 활동을 벌인다.


태그:#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함안보, #달성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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