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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쌍순 '추억의 그늘-자화상'
 김쌍순 '추억의 그늘-자화상'
ⓒ 김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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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 나무를 키우고 있는데 잘못해서 줄기가 부러졌어요. 그래서 막대기를 덧대고 실로 묶어줬더니 다시 살아나더라고요. 근데 이파리가 너무 무성해져서 다시 또 부러질까 염려가 되요."
-김쌍순씨의 작품 '추억의 그늘-자화상'

 이길성 '꿈'
 이길성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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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기 전에 원예업을 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나무를 좋아하죠. 제가 좋아하는 커다란 나무를 한그루를 그렸고, 그 옆에 원두막이 있고, 또 휠체어를 탄 제가 있어요. 원래 원두막에는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건데, 전 더 이상 두발로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아서 계단을 없애고 그렸어요."
-이길성씨의 작품 '꿈'

 장유 '아낌없이 주는 소의 생애'
 장유 '아낌없이 주는 소의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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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를 먹다 생각해본 건데요. 소가 죽은 뒤 소귀에 거는 바코드가 떨어져 있는 모습을 그렸어요. 그리고 그 옆에 소의 배설물이 있고, 그 배설물 위에서 풀이 자라나고 있어요. 소는 죽었지만, 소의 배설물로 인해 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거죠. 저도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담은 겁니다."
-장유씨의 작품 '아낌없이 주는 소의 생애'

 서점례 '어이구 시원하다'
 서점례 '어이구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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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나이도 많고 혼자 사는데, 척수장애인이죠. 그래서 가장 힘든 게 대소변을 가리는 일입니다. 집에서 개를 한 마리 키우는데, 그 녀석 똥 누는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
-서점례씨의 작품 '어이구 시원하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라고 외치던 천상병 시인은 천상에 가서 정말 그렇게 외쳤을까. 이 땅에는 여전히 시인처럼 아름다운 소풍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그렇지만 현실이 어찌 그렇기만 하겠는가.

어느 날 문득 장애라는 천형이 주어졌을 때, 삶이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을까. 글쎄…. 그러나 그 아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는 여전히 그들에게도 존재한다.

그 권리를 찾아주는 작은 움직임이 있다. 전주 덕진공원 내 시민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전시 '소풍전'이 그렇다. 작품 하나 하나마다 현실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거부할 수 없는 현실, 그 현실을 있는 그대로 캔버스에 옮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망설임이 그들에게 있었을까.

아픔은 그 아픔의 본질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을 때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이들은 이제 소풍 나갈 채비를 마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설령 작품 속 내용이 어둡더라도 작품에 스며든 감성은 따뜻하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지난 7월부터 구 도청사 건물 내 척수장애인협회 사무실을 임시로 빌려 진행된 '한마음미술교실'에서 미술수업을 받은 장애인들의 두 손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비록 작품성이 부족할지언정, 열정이 가득 담긴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가 추구하고 있는 '소외없는 풍요로운 세상만들기'라는 명제처럼, 이들이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살아가는 모습을 기대하게 만드는 행사다. 이들의 작품은 3일까지 시민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전시를 준비한 한국장애인문화전라북도협회 전해진 회장은 "이제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풍성한 잔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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