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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천과 금강 본류가 만나는 충남 연기군 동면 합강리는 매년 겨울철이 되면 새들로 북적인다. 두 개의 다른 강이 합쳐지면서 만들어낸 다양한 습지와 모래톱은 새들에게 중요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넓은 하폭이 유지되어 사람의 접근이 어렵고, 다양한 지형변화로 인해 은신처가 만들어져 합강리에는 다양한 생명이 살 수 있다.

 
금강의 생명력으로 만들어진 장남평야와 대평들은 사람의 중요한 농토가 되었고, 이 농토는 겨울철 다양한 오리류들의 먹이처와 휴식처가 된다. 사람과 새들의 또 다른 공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이 농토이다.
 
금강과 인접한 전월산, 노적산, 괴화산에 서식하는 다양한 산새들은 금강과 장남평야에서 휴식을 취하며 겨울을 보낸다. 산과 강, 그리고 들이 만나는 합강리는 다양한 지형을 유지하면서 많은 생명들을 품어낸다. 많은 생명들의 중심에는 역시 새들이 있다.
 
합강리 터줏대감 기러기... 계속 볼 수 있을까
 

 
호남고속철도 공동조사단에 조사에 의하면 합강리에 서식하는 조류 중 법적보호종만 15종에 이른다. 이밖에도 검독수리, 독수리, 매, 참매 등의 법적보호종을 더 볼 수 있다. 
 

합강리 터줏대감은 역시 기러기 무리다. 겨울이면 합강리에는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무리가 적게는 3000마리에서 많게는 5000마리 정도 찾아온다. 매년 11월에 찾아와 2월에 북으로 떠나는 합강리 기러기 무리는 내륙지역에서는 최대 무리군이다. 이밖에도 가마우지,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고방오리, 홍머리오리, 청둥오리, 흰죽지, 댕기흰죽지, 검은머리흰죽지, 비오리 등 다양한 오리가 찾아온다.

 

합강리의 또 다른 볼거리는 역시 다양한 맹금류이다. 4~5종의 맹금류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조류서식처는 많지 않다. 합강리는 이렇게 보기 힘든 맹금류들을 하루에 5~7종 이상 볼 수 있는 곳이다.

 

최상위 포식자인 맹금류는 지역의 생태계 상황을 나타내는 깃대종이다. 합강리의 다양한 맹금류 서식은 합강리 지역의 우수한 생태적 건강성을 반증한다. 그야말로 합강리는 새들에게 천국이다. 아니 천국이었다.

 

뚝딱뚝딱... 공사판으로 변해버린 새들의 천국

 

 

 

며칠 전 합강리를 방문했을 때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새들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매년 찾아오던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모래톱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던 참수리, 흰꼬리수리, 검독수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새들로 빼곡했던 습지에서는 비오리와 흰뺨검둥오리 몇 마리만 볼 수 있었다. 매년 새들에게 안전한 먹이공급처와 휴식처를 제공하던 합강리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합강리를 찾던 많은 새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주위를 둘러보니 4대강 정비사업이 한창이었다. 현재 합강리에선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최상위 포식자다. 덤프트럭과 포클레인의 위협 속에서 새들은 더 이상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 보였다.

 

새들은 환경에 매우 민감한 종이다. 민감한 새들에게 덤프트럭과 포클레인은 너무 위협적인 존재다. 지역 환경생태를 파악하는 지표종 역할을 하는 새들이 떠난 합강리는 너무 쓸쓸해 보인다. 새들이 살지 않는다는 것은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생태계가 무슨 상관이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사람도 생태계의 구성원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부는 새들이 살지 않는 강이라고 거짓을 홍보하고, 새들이 월동하는 기간 동안 공사를 중단하겠다며, 새들 서식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서를 형식적으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실제 공사 중인 합강리를 찾았을 때는 정부의 약속이 거짓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새들이 사라진 강, 사람은 안전할까

 

 

그 많던 새들이 어떻게 일거에 사라질 수 있단 말인가. 4대강 정비사업의 시작과 함께 새들은 안전한 먹이 서식처를 찾아 떠나야 하지만, 전국 어디에도 새들이 갈 곳은 없다. 한반도 전국 동시 개조 프로젝트인 4대강 정비사업으로 안전한 강이 없기 때문이다.

 

4대강 정비사업의 본공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본공사가 진행된다고 상상하면 정말 끔찍하다. 새들과 동물이 없는 강을 만들면 우리는 행복할까?

 

금강은 새들에게 낙원이었다. 금강에 찾아오는 겨울 철새는 약 10~15만 마리 정도로 추정된다(가창오리 제외). 전국적으로는 100만 마리 정도의 겨울철새가 월동할 것으로 추정된다. 100만 마리의 새들은 4대강 사업이 사작되면 합강리의 새들처럼 서식처를 잃게 된다.

 

4대강 사업은 100만 마리 새들의 서식처를 빼앗은 일이다. 이렇게 많은 새들은 4대강 정비사업의 시작과 함께 대한민국을 버려야 살 수 있다. 하지만 새들은 한반도를 버릴만한 능력이 없다. 강과 산, 들에 순응하며 살던 새들이 무슨 힘으로 새로운 자연을 개척하고 살던 곳을 버리겠는가?

 

한반도에 4대강 사업의 삽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시화호와 새만금에서 그랬듯이 4대강에서 새들은 죽어야 한다. 이렇게 많은 새들을 죽일 권리를 누가 주었단 말인가? 그깟 새 몇 마리의 죽음으로 치부하고 강행해도 되는 것인가? 새들이 죽고 사라진 죽은 강에서 사람은 안전한가? 분명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새들을 죽이는 死(사)대강 사업은 이제라도 중단되어야 한다. 더 많은 새들이 죽기 전에.


#합강리#새가떠난 합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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