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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 헤드랜드(Port Headland)는 철을 수줄하는 항구 도시다.
 포트 헤드랜드(Port Headland)는 철을 수줄하는 항구 도시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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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 헤드랜드(Port Hedland)는 탐 프라이스(Tom Price)에서 캐낸 철을 외국으로 수출하는 항구다. 따라서 탐 프라이스에서 이곳까지 철을 운반하는 기차가 다니고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도 대부분 광산에서 일한다. 캐러밴 파크에도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이 꽤 많이 살고 있다. 호주의 대표적인 광산 회사인 BHP회사 로고가 온 동네를 점령하고 있다. 온 동네가 철을 먹고 사는 동네인 셈이다. 

직장을 찾아 시드니에서 왔다는, 캐러밴 파크에서 일하는 아가씨와 인사를 나누고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드는 브룸(Broome)을 향해 떠난다. 지평선을 바라보며 운전대를 잡고 광야를 달린다. 한낮의 바깥은 무척 덥다. 가는 길에 잠시 차를 세우고 쉬는데 더위와 파리 때문에 쉬는 것도 고역이다. 잠깐 소변을 보고 다시 차에 오른다. 기온이 40도를 훨씬 웃돈다고 라디오에서 방송하고 있다.     

호주의 유명한 관광지 브룸(Broome)에 도착했다. 이곳은 국제공항이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관광지다. 특히 유럽의 젊은 남녀가 많이 찾는 곳이다. 브룸의 대표적인 해변 케이블 비치(Cable Beach)에 가보니 청춘 남녀들이 해변에 모여 바다를 즐기고 있다. 유럽에서 온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웃통을 벗어버린, 흔히 말하는 톱플레스(Topless)차림의 여자가 많다. 시드니에 사는 외국인 친구의 말을 빌리면 자기가 다녀본 해변 중에서 가장 많은 여자가 웃통을 벗고 일광욕을 하는 곳이 케이블 비치라고 한다. 오른쪽에는 옷을 벗어 버린 채 알몸으로 파도나 태양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시드니에도 있는 누드 비치다.

브룸은 진주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이곳은 중국과 일본 사람들이 진주를 찾아 1900년도 초부터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시내에는 중국 사람들이 보이지 않지만, 차이나타운이라는 도로 이름은 아직도 있다. 그리고 진주를 찾다 태풍과 상어에 죽어간 중국인 묘지와 일본인 묘지가 나란히 같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언뜻 지난번 타둔(Tardun)에서 자기는 아시안 피가 섞였다고 나에게 이야기하던 원주민 생각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원주민은 동양인을 많이 닮았다. 
브룸에 있는 중국인 공동묘지
 브룸에 있는 중국인 공동묘지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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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비치의 유명한 석양
 케이블 비치의 유명한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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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룸의 케이블 비치는 서해로 떨어지는 태양이 유명하다. 따라서 관광객을 상대로 석양을 배경으로 낙타를 태워주는 것이 유명한 관광 상품 중 하나다. 해가 질 무렵이 되니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근처에 있는 식당이나 잔디밭에서 맥주와 포도주를 마시며 혹은 낙타를 타고 케이블 비치를 물들이며 스러지는 태양을 바라본다.  

텐트로 돌아와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다시 바닷가로 나간다. 해는 졌어도 무더운 날씨다. 바닷가 공원에 앉아 있는데 원주민이 말을 걸어온다. 이 근처에 있는 다른 동네에서 놀러 왔다고 한다. 원주민에 대한 호주 정부의 정책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해서 자연히 한국 이야기가 나왔다. 어디서 들었는지 태권도를 알고 있다. 나에게 태권도 할 줄 아느냐고 물어온다. 한국 남자들은 군대에 가기 때문에 모두 태권도를 할 줄 안다고 하니 시범을 보여 달라고 떼를 쓰다시피 한다. 할 수 없이 기본동작 몇 가지 보여주고 식은땀을 씻었다.

일은 안 하고 정부 도움만 받는다고 많은 호주 사람이 손가락질하는 원주민들과 막상 이야기해보니 참 순진하다. 피부색이 다르고 나에게는 서양 사람보다 더 이질적인 원주민이지만 몇 마디 나누고 보니 서양 사람보다 정서적으로 더 잘 통한다. 매우 동양적인 사람들이다. 호주 원주민을 보는 나의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한다. 고정관념은 무서운 것이다, 특히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해변에서 스스럼없이 금방 친해진 원주민
 해변에서 스스럼없이 금방 친해진 원주민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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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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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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